[비즈한국] 매년 폐기되는 공공 애플리케이션(앱)의 수는 100여 개에 달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120개, 2021년 74개, 2022년 107개의 공공앱이 최종적으로 폐기되면서 전체 공공앱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공공앱은 적지 않은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데 비해 이용이 저조한 점이 문제로 꼽힌다. 그런데 취재 결과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운영 중인 앱인데도 ‘공공앱’으로 분류되지 않아 행안부 공공앱 성과측정·서울시 공공앱 실태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가 있었다.
#길 찾기 수월하지만 오류 점검·정보 업데이트 필요
앱 ‘어디야? 한강’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2020년 11월 출시한 위치정보 서비스다. 시는 앱을 통해 본인 위치정보 공유, 주변시설 위치 확인, 응급상황 대처 등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18일 반포한강공원을 방문해 앱을 이용해보니 기존에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던 장소들이 구체적인 거리를 바탕으로 안내돼 있어 길 찾기가 수월하게 느껴졌다. 지도에는 실시간 위치와 태그된 곳으로부터 양쪽 한강다리까지의 자전거 도로 이동거리가 표시됐다. ‘한남대교 남단에서 반포대교 방향으로 자전거 도로를 따라 1.7km를 와서 강북 쪽으로 2m 지점’와 같은 식이다.
다만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현재 운영하지 않거나 자리를 옮긴 곳들도 여전히 지도에 나타났다. 계절별로 개방하는 수영장을 포함해 주변 시설의 개방 여부, 운영 시간 등이 담겼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 밖에 행사·공연 정보를 누르면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로 연결되거나, SOS 응급신고란에서 응급처치 요령을 선택하는 경우 네이버에 ‘응급처치 요령’으로 단순히 검색되도록 한 것도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이용자 평을 살펴보면 ‘한강 다리 위치가 다 나와서 자전거 탈 때 좋다’, ‘한강으로 산책이랑 라이딩 자주 가는데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한강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모두 ‘어디야? 한강’ 앱을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누적 다운로드 수를 보니 1000여 회에 불과했다. 서울시 공공앱 실태조사에서 최하점을 받은 My-t(마이티)가 출시 후 2년간 누적 다운로드 수 5000회인 것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숫자다.
#서울시 ‘공공앱’ 심사 안 받아
매년 국정감사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공공앱 개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이에 행안부는 2017년부터 누적 다운로드 수와 이용자 수, 사용자 만족도, 서비스 업데이트 등을 바탕으로 성과를 측정해 지자체 공공앱을 관리한다.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앱은 폐기 권고를 받는다. 서울시 역시 실태조사를 통해 공공앱에 점수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행안부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일부 대상과 측정값이 누락되는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어디야? 한강’은 2020년 11월 출시됐지만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0회 안팎에 불과하다. 행안부와 서울시의 공공앱 평가를 어떻게 통과한 걸까?
살펴보니 이 앱은 서울시 실태조사 평가결과표와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 공공앱 운영 현황’에서 모두 빠져 있었다. 서울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앱이 아니어서 누락됐나 싶었지만 본청 외에 사업소나 투자출연한 곳에서 만든 다른 앱은 평가 대상에 들어가 있었다.
공공앱으로 운영되는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개발사가 서울시 혹은 서울시 산하기관 등으로 표기된다. 그러나 ‘어디야? 한강’의 경우 민간회사 I 사가 개발사로 적혀 있었다. 서울시나 한강사업본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투자출연한 기관이 만든 앱은 표기가 다르나 싶어 살펴봤으나 서울교통공사의 ‘또타’와 서울시설공단의 ‘서울자전거 따릉이’ 모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개발사가 각각 서울교통공사와 서울특별시로 되어 있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측은 “본청이 아닌 개별 사업소에서 필요한 앱들은 사업소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들여서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I 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앱을 개발해 초기에 몇천(만 원) 정도의 비용이 투입됐다. 현재 유지보수비 등으로 들어가는 돈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앱 운영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계약이 계속 유지된다. I 사에서 정보 업데이트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사인 I 사의 말은 달랐다. I 사 관계자는 “개발 초기에만 유지 보수가 이뤄졌으며 지금은 계약이 만료돼 이용자 수 등 기본적인 통계 등을 관리하는 정도”라고 했다. 결국 ‘어디야? 한강’ 앱의 오류 점검과 정보 업데이트 등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 “정보화 사업 아닌 경우 파악 어려워”
‘어디야? 한강’은 시 예산이 들어갔음에도 공공앱으로 분류되지 않아 출시 이후 3년 동안 성과측정이나 실태조사를 받지 않았다. 앱 다운로드와 이용자 수가 저조한데도 폐기되지 않은 까닭이다. 서울시는 앱 오픈 이후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산하 기관에서 공공앱 심사를 거치지 않고 앱을 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공앱은 사전심의 단계에서 예산 타당성 조사, 기술·중복 여부 등을 민간 앱보다 더 철저하게 검토한다.
이에 더해 ‘어디야? 한강’은 민간 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은 탓에 관리 주체가 모호해 관리도 원활하지 못했다. I 사에서는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인지한 반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앱 운영 종료 시까지 계약이 유지되는 것으로 생각했고, I 사와 업무 현황 등을 공유하지 않아 최신 업데이트 현황도 알지 못했다. 한강사업본부는 “처음 출시했을 때와 올해 초 서울시 내 자치구에 공문을 보내서 구 소식지에 올리는 등 앱 홍보 업무를 맡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앱 오픈 이후 관리에 한강사업본부와 서울시 모두 허술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앱이나 홈페이지 구축 등 정보화 사업 같은 경우에는 예산을 잡을 때부터 서울시 사전 심의를 받게끔 되어 있다.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지, 부서에서 요구한 예산이 적정한지 등에 대해 기획 단계부터 심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후에는 공공앱으로 분류해 현황 관리를 한다”면서도 “다만 ‘어디야? 한강’과 같이 정보화 사업이 아닌 시설비 등으로 앱을 만드는 경우 현황 파악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파악을 하게 되면 앱 소스 검증 등 보안을 진단하고 공공앱으로 등록하게끔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앱으로 유도하기 전에 운영 현황 등을 파악해 실태조사 기준에 맞춰 점검을 한다. 한강사업본부 측에 운영 여부와 향후 관리 계획 등에 대한 점검을 해달라고 요청을 한 상태다. 운영을 계속하겠다고 하면 서울시 자체 기준으로 점검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공공앱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필수 형태의 앱이 아님에도 공공 부문에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의미한 공공앱이 개발될 수 있도록 조금 더 제한하고 세심하게 개발해 운영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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