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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배우들의 열연 '마스크걸'

'3인 1역' 파격적 시도 가능케 한 절묘한 캐스팅…외모지상주의 사회에 고하는 강렬한 외침

2023.08.21(Mon) 15:48:24

[비즈한국] 배우들의 연기 보는 재미가 이토록 강렬한 것이라니. 8월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은 주인공 김모미를 비롯해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7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내세우며 그의 서사와 감정을 오롯이 쫓으니, 그만큼 배우들의 열연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마스크걸’의 배우들은 그 필요를 충분하게 보답해낸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꿈이 있었으나 못생긴 얼굴 때문에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마스크를 끼고 ‘마스크걸’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김모미.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인 배우 이한별이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시선을 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회사원 김모미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다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룬다. 김모미는 낮에는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못생기고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밤이 되면 마스크를 쓰고 PC 화상 카메라 앞에 서서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남성들의 추파를 즐기는 ‘관종’ 마스크걸이 된다. 그러던 중 김모미가 자신의 팬인 ‘핸섬스님’을 만났다가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여기에 마스크걸의 정체를 알아채고 홀로 짝사랑하던 김모미의 직장 동료 주오남이 얽히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2015년 8월부터 약 3년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었던 원작 웹툰(스토리: 매미, 작화: 희세)은 외모지상주의를 큰 중심으로 다루면서 선정적인 스트리머 문화, 성차별, 스토커와 ‘몰카’, 집착이나 방관 등 불우한 가정환경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SNS 등으로 여과없이 개인의 신상이 노출되는 문제, 각종 혐오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건드리며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공개 직후 커뮤니티 반응에서 ‘혹시 감독이 안재홍 보증이라도 서 줬대?’ ‘안재홍 은퇴작인가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경악을 자아낸 연기를 보여준 주오남 역의 안재홍. 높은 싱크로율과 사실적인 연기로 경멸과 혐오를 절로 유발하며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영상화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기대가 갔고, 연이어 들려오는 캐스팅 소식도 기대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고현정에 안재홍, 염혜란이라니. 여기에 나나가 합류하며 주인공 김모미 역을 고현정과 나나, 그리고 신인 배우까지 세 명이 연기한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끝내주게 못생기고 끝내주게 몸매 좋은 여자’였던 김모미가 성형수술을 거쳐 새로운 얼굴로 태어나고 이후 감옥에 갇혀 세월의 흐름을 맞아 달라진 얼굴을 갖게 되는 만큼 세 명의 배우가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이런 경우 특수분장 등을 거쳐 한 명 또는 두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마스크걸’의 3인 1역은 파격적이고 실험적으로 여겨졌다.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 역을 맡은 염혜란도 안재홍과 마찬가지로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 인물. 비뚤어지고 광기 어린 모성을 보여주는 그의 연기를 보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을 언급하며 ‘염바르뎀’이란 별명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선택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유치원생 때부터 빼어난 춤솜씨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에 황홀함을 느꼈으나 클수록 못생긴 외모로 주목은커녕 남들의 멸시를 받게 된 김모미는 1000:1 경쟁률의 오디션에서 발탁된 신인 배우 이한별이 맡았다. 늘씬한 키와 몸매를 지녔지만 두드러진 광대와 작은 눈, 긴 얼굴형 등을 지닌 원작의 김모미가 현실에 그대로 등장한 듯한 느낌을 주는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았다. 미모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나나가 성형수술로 대변신한 김모미를 맡은 것도 자연스러웠고,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화려한 미모는 가고 초췌함과 독기만 남은 중년의 김모미를 연기한 고현정도 절묘한 캐스팅이다.

 

성형수술 뒤 ‘아름’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바에서 쇼걸로 활동하는 김모미를 연기한 나나. 비슷한 처지의 김춘애와 워맨스 케미를 보이는가 하면, 교도소에 수감된 뒤 살아남고자 휘번덕거리는 광기의 눈동자를 보여주는 등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를 선보인다.

 

김모미와 얽힌 인물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 명의 김모미를 연기한 배우들도 모두 저마다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하지만, 마스크걸의 열렬한 팬이자 김모미의 직장 동료인 주오남 역을 연기한 안재홍과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 역을 맡은 염혜란은 이 드라마를 꼭 봐야 하는 절절한 이유로 자리매김한다. 안재홍과 염혜란은 그간 여러 작품에서 이미 그들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준 바 있으나, ‘마스크걸’에서는 문자 그대로 ‘찢었다’. 전형적인 미남과는 아니지만 언제나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호감이었던 안재홍은 리얼돌과 유사 연애를 하며 BJ 마스크걸에 집착과 망상을 키워가는 ‘극혐’ 캐릭터를 맡아 사랑스러움을 백만 광년 밖으로 추방시켰다. ‘더 글로리’의 든든한 ‘이모님’ 현남이었던 염혜란 또한 아들의 죽음으로 미친 모성애에 사로잡혀 복수를 진행하는 김경자가 되어 이전의 캐릭터들을 잊게 만든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고 중년이 된 김모미를 연기한 고현정. 6화 초중반부터 7화까지 비교적 짧은 분량을 소화하지만 깊은 눈빛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고현정이란 이름값을 유감없이 증명한다.

 

뿐만 아니라 입바른 소리 하는 김모미의 직장 동료 유상순 역의 김가희나 김모미의 흠모 대상이던 박 팀장 역의 최다니엘, 김모미의 인생을 파란으로 몰고가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핸섬스님’ 역의 박근록, 김모미와 비슷한 처지로 만나 여성 연대 서사를 보여주는 김춘애 역의 한재이, 김춘애를 나락으로 이끄는 최부용 역의 이준영, 김모미의 딸 김미모 역의 신예서, 김미모와 우정을 쌓아가는 김예춘 역의 김민서, 김모미의 엄마이자 김미모를 키워주는 할머니 신영희 역의 문숙에 이르기까지 분량에 상관없이 누구 하나 열연을 다하지 않는 이들이 없다. 몰입감 넘치는 이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7시간에 달하는 7화를 순식간에 내달릴 수 있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질 만한 편안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흠칫하게 되는 전라 노출과 성폭력 신, 잔혹한 살인 장면 등 자극적인 묘사에 저항감을 보일 시청자들이 제법 있을 것 같다. 반대로 김모미를 비롯해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쉬이 공감하거나 동정할 수 없었던 원작의 그로테스크한 면모를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독특한 캐릭터였던 김모미 캐릭터의 각색과 7화로 만들어지면서 대폭 깎여 나간 이야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불편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걸’을 강력히 추천한다. 배우들의 열연 외에도 류성희 미술감독과 장영규 음악감독, 주성림 촬영감독,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인상적인 장편 데뷔를 거친 김용훈 감독 등으로 구성된 제작진의 디테일이 보는 이들을 화면 앞으로 끌어당긴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곱씹게 되는 메시지도 남는다. 외모지상주의와 절대 무관하지 않은 나와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으로도 이 작품의 의의는 충분하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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