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방송인 장도연을 좋아하는 1인이다. 여타 코미디언들과는 다르게 남 깎아내리며 웃기는 개그요소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유머를 구사하는 이어서다. 최근 그런 능력이 제대로 발산되는 프로그램을 발견해서 즐감 중이다. 유튜브 토크쇼 ‘살롱드립’이 그 즐감 대상이다.
MBC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를 연출한 김태호 피디가 프리랜서로 독립해 설립한 ‘테오’에서 제작한 ‘살롱드립’은 지난 5월 첫 게스트 배우 공유를 시작으로 마지막 회 배우 이동욱까지 10팀의 토크 게스트를 맞이하면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지난 8월 초부터는 시즌 2를 막 시작한 상태다. 시즌 1은 MC 장도연이 사교모임 컨셉으로 매주 다른 게스트를 초청해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며 진행하는 토크쇼였는데, 최근 새로 시작한 시즌 2는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의 사내 휴게실로 세팅을 바꿔 음주도 즐기며 편안하게 토크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시즌 1에서 펼쳐진 장도연의 MC로서의 면모를 보면 이래서 장도연을 두고 방송계 피디들이 ‘여자 유재석’, ‘포스트 박미선’이라 칭하는구나 싶다. 게스트들의 말을 따뜻한 눈으로 경청하는 태도와 리액션이 참으로 정성스럽고, 그 와중에도 게스트들의 대답에 유쾌한 티키타카까지 선을 넘지 않는 선상에서 구가해서다. 한 번은 토크쇼 작가의 질문 중, 배우이자 가수인 엄정화에게 돼지 울음 소리를 내보라는 다소 어이없는 요청이 있었는데, 그 요청이 장도연 스스로가 봐도 민망했는지, 바로 “쿠잉 쿠잉” 돼지 울음소리 본인이 흉내를 먼저 낸다. 그러자 엄정화도 마음의 긴장이 좀 풀어졌는지, “꿀꿀” 이라 하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유쾌하게 마무리한다. 질문 혹은 요청이 민망하면 본인이 더 안절부절못하며 미안해하는 모습의 태도에 꽤 많은 게스트들이 장도연에게 마음의 빗장의 문을 내려놨다.
장도연의 공감능력 레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가 MC로서의 역량이 보통이 아닌 사람이구나, 제대로 감지하게 된 것은 시즌 2의 첫 에피소드를 통해서였다. 시즌 2의 첫 포문은 장도연과도 친분이 두터운 방송인 조세호가 게스트로 출연해 그 문을 열었다. 긴 시간 동안 장도연과 선후배 사이로 지내온 조세호는 장도연의 편안한 진행 속에서 특유의 입담을 펼쳤는데, 다음과 같은 말로 장도연의 진행 능력에 대해 칭찬을 했다.
“‘살롱드립’은 나오는 게스트들보다 (장)도연이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되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도 도연이를 보면서 공부를 많이 한다. 진짜로. ‘살롱드립’을 보면 특히 많이 느끼는 게 장도연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다소 약하더라도 그게 강한 이야기처럼 웃어주고, 누군가의 이야기가 그렇게 관심이 떨어지더라도 중요한 일인 것처럼 들어준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지 않나. 진심으로 장도연으로 인해 즐거워하는 대중이 정말 많다. 도연이가 정말 배려심이 깊고, 상대방을 편하게 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도연이가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태도가 마음에 무척 든다. 그래서 나는 네게 ‘지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런 조세호의 애정 어린 발언에 장도연은 “내게 지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난 오빠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지쳐도 된다’고. 오빠를 첫 게스트로 모시길 정말 잘했다. 진짜 백번 천번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항상 애써주지 않나”라는 화답을 했다.
게스트의 배려 어린 “지치지 말라”는 말에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한 번 더 품고 가주는 말인, ‘지쳐도 된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 이런 리액션은 앞에 앉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그 사람에 대한 통찰이 없으면 해줄 수 없는 말인데 장도연이 그걸 해내는 것을 보며, 과거 방송인 이경규가 “국내 여자 코미디언 중에 오프라 윈프리처럼 될 수 있는 사람은 장도연뿐이다” 라고 말했던 발언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구나 했다.
토크쇼 “살롱드립‘ 메인 MC로 진정한 공감 진행능력을 보여준 장도연을 보면서 공감능력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닌 대화의 상대인 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하는 말에 공감하기 위해 아이컨택을 잘 하고 경청하는 것을 넘어서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상황인지 그 사람의 마음과 감정에 대해서, 더 나아가 그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까지 헤아리려는 마음까지 파악하고 전하는 것. 그것이 단순한 공감을 넘어선, 차원 높은 진정한 공감능력이 아닐까.
미국의 저명한 tv 토크쇼인 ‘래리 킹 라이브 쇼’의 래리 킹 역시 이렇게 말했다. “기자들은 보통 화재현장에 취재를 나가면 소방관들을 붙잡고 화재 원인, 화재 발생 시각, 화재 진화 예상 시간 등에 대한 질문부터 쏟아내지만 나는 소방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위험하고 힘든 곳에서 고생이 많군요.’ 라는 말부터 한다.”
래리 킹처럼 장도연처럼 진정한 공감능력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넘어서는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배려, 더 나아가 그 사람에 대한 공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있다. 혹시 주변에 마음을 다해 공감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는, 장도연과 같은 수준 높은 공감 유대를 가져보려고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공감능력은 행복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니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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