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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채 전 에코프로비엠 회장 '집행유예 전략'이 독 됐다

검찰 수사 때부터 혐의 인정 "다툴 여지 적었다"…2차전지 열풍도 도움 안 돼

2023.08.21(Mon) 10:14:42

[비즈한국] 지난 18일 오전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2억 원, 추징금 11억여 원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2차전지 산업이 주목받는 것’이 감형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기각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부터 혐의를 인정한 전략’이 되레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덕분에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금융범죄자’들이 받아낼 수 있는 최대치의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된 것이 ‘뒤집을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에코프로 헝가리 공장 착공식에서 기념사를 하는 모습. 사진=에코프로그룹 제공

 

#불구속 기소에 1심 집행유예 받는 데 성공 

 

검찰 수사, 기소 후 1~3심을 거치면서 법정 전략을 어떻게 설정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동채 전 회장의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이 전 회장은 ‘혐의 인정, 적극적인 대처’ 방식을 선택했다. 이 전 회장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이동채 전 회장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 사이,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계약 관련 정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되기 전 차명 계좌로 미리 주식을 사들인 후 되팔아 11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았다. 검찰 수사 때부터 자수서를 제출하는 등 혐의를 인정했고 결국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남부지법의 1심 역시 ‘집행유예’를 줄 수 있는 최대의 양형을 선고했다. 이동채 전 회장의 혐의에 따른 양형기준 권고형은 징역 3년에서 6년. 이 중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최대 양형이 징역 3년인 점을 고려할 때 이 전 회장의 대응이 성공한 셈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전 회장이 동종 전과가 없는 점, 피해금액에 대한 환원 조치를 한 점, 주식거래 알림서비스 가입 등 준법감시 시스템 정비를 통해 윤리 경영 실현을 추진하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삼았다.

 

#뒤집힌 2심, 양형 부당에 오히려 실형 선고

 

이동채 전 회장은 “양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했고, 검찰도 마찬가지로 양형이 적다며 항소를 결정했다. 이미 검찰 때부터 혐의 자체는 인정했던 만큼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했다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해당 주식매매 과정에서 배우자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위 주식매매로 인한 수익을 은닉했다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1개의 행위에 해당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양형이 과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 수사 초기단계부터 자수서를 제출하는 등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 이후 원심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이 전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고 각종 정부 훈장이나 포상을 다수 수상했다”면서도 “선의의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고 개인 이익을 위해 범행한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고, 이 전 회장이 아니었다면 함께 기소된 임원들도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까지, 에코프로그룹은 2차전지 열풍에 힘입어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합류하고, 최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 가입도 신청할 정도로 성장했다. 에코프로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조 816억 원이며 시가총액은 29조여 원으로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랐다. 자연스레 자본시장업계에서는 “2차전지의 중요성이 이 전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2억 원, 추징금 11억여 원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 전 회장 측은 2심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한 개의 행위이기에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녀들의 계좌를 이용해 얻은 이익을 이 전 회장의 이익으로 상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위반죄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죄의 성립과 죄수에 관한 법리를 적용한 원심은 문제가 없다”며 2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 흐름에 정통한 법조인은 “검찰 수사에 협조한 뒤 불구속 기소와 집행유예를 받는 것까지는 전략이 성공했지만, 결국 2심에서 실형이 나오면서 뒤집을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되레 실형을 선고된 것”이라며 “주가조작,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거래 등에 대해 엄벌 기조가 생기다 보니 법리적으로 다투더라도 뒤집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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