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부진해지면서 전 세계 자산 규모가 줄고, 자산 100만 달러(약 13억 3000만 원) 이상을 가진 ‘백만장자’ 수가 급감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동안 증가하던 백만장자 수가 지난해 3만 6000명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이나 싱가포르, 대만 등 다른 비슷한 경제 규모의 아시아 국가 국민들과 반대로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와 UBS의 ‘세계 부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전 세계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454조 4000억 달러(약 60경 6317조 원)로 2021년 말보다 11조 3000억 달러(2.4%) 감소했다. 전 세계 자산규모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성인 1인당 평균 자산도 지난해 말 8만 4178달러로 2021년 말보다 3198달러(3.6%) 줄었다. 전 세계 자산과 1인당 평균 자산이 줄다 보니 전 세계에서 자산 규모가 100만 달러 이상인 이들도 감소했다. 2021년 말 6289만 9000명이었던 백만장자의 수는 2022년 말에 5939만 1000명으로 350만 8000명 줄었다. 백만장자 수가 줄어든 것 역시 2008년 이래 처음이다.
가장 많이 백만장자가 줄어든 10개국을 살펴보면 미국 감소 수가 가장 컸다. 미국 백만장자 수는 2021년 말 2448만 명에서 2022년 말 2271만 명으로 177만 명 감소했다. 전 세계에서 줄어든 백만장자의 절반이 미국에 있었던 셈이다. 이어 일본 46만 6000명(2021년 말 322만 4000명→2022년 말 275만 7000명), 영국 43만 9000명(299만 5000명→255만 6000명), 호주 36만 3000명(220만 3000명→184만 명), 캐나다 29만 9000명(233만 1000명→203만 2000명), 독일 25만 3000명(288만 명→262만 7000명), 독일 12만 1000명(145만 7000명→133만 6000명), 스웨덴 12만 명(58만 7000명→46만 7000명), 대만 8만 3000명(84만 8000명→76만 5000명), 뉴질랜드 7만 5000명(33만 명→25만 5000명) 순이었다.
한국의 백만장자 수는 2020년 말 117만 4000명에서 2021년 말 129만 명으로 11만 8000명 늘었으나, 2022년 말 125만 4000명을 기록하며 3만 6000명 줄었다. 감소폭이 적었던 덕에 전 세계에서 백만장자 수가 10번째로 많은 국가 순위는 유지했다. 또 우리나라 백만장자 수는 전 세계 백만장자 중에서 2%를 차지했다.
이처럼 지난해 전 세계의 부가 감소하다 보니 급증세를 보이던 우리나라 국민의 중위 자산(자산 중간값)도 지난해 하락했다. 우리나라 국민 중위 자산은 2000년에 2만 2810달러에서 2005년 3만 5756달러, 2010년 3만 6730달러, 2015년 5만 1658달러, 2020년 9만 2639달러를 기록한 뒤 2021년에는 10만 2952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0만 644달러로 하락하며 10만 달러 대를 간신히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자산 상위 10%에 드는 자산가나 1%에 들어가는 초자산가 수는 늘었다. 세계 상위 10%에 들어가는 우리나라 자산가 수는 2021년 말 1848만 3000명에서 2022년 말 1855만 9000명으로 7만 6000명 늘었고, 상위 1%에 드는 초자산가 수도 같은 기간 104만 3000명에서 110만 6000명으로 6만 3000명 증가했다.
백만장자 수 상승폭도 지난해만 감소했을 뿐 20년 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백만장자는 2000년에 9만 명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 125만 4000명으로 14배 급증했다. 또 향후 5년 간 백만장자 수는 계속 늘어나 2027년에는 205만 9000명으로 2022년 대비 64.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2027년에 우리나라는 백만장자 국가 순위에서 이탈리아(2027년 166만 5000명)를 제치고 세계 9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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