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철근 누락’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단지를 LH 전관 업체가 설계·감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관 특혜 논란으로 시끄럽다. 당장 국토부는 LH 전관업체와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관 취업이 당연한 관행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LH 임원 출신 가운데 재취업자는 실제로 얼마나 될까. 그들은 모두 관련 업체로 옮겼을까. 비즈한국은 최근 5년간 LH임원의 재취업 현황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취업심사를 받은 LH 전 임원은 총 24명으로 이 중 21명의 취업 심사가 승인됐다. 이들이 주로 국토부 용역업체나 대기업, 지역 공기업 등에 사장, 이사, 고문 등 임원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5년간 불승인 단 3건, 국토부 계약 업체 다수
비즈한국이 입수한 최근 5년간 LH 임원의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7월까지 LH 전 임원 24명 중 21명이 재취업 승인을 받았다. 이는 취업심사대상기관 승인 대상자로 2급 이상, 3년 이내 퇴직한 LH 임직원이다. 단순 취업 신고 대상자나 미신고 대상자들을 고려하면 ‘전관예우’ 퇴직 임직원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재취업한 업체도 다양했다. 국토부와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설계·감리·시공 등 민간 용역업체, 도시공사 등 지역 공기업, 대기업 등이다. 취업이 승인된 임원은 2022년 8명, 2023년 12명으로 대부분 최근 2년 사이에 취업했다.
이들은 사장·부사장·이사장·상무이사 등 대부분 임원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이 취업한 건설·건축 관련 업체는 대부분 국토부나 산하 기관, LH 등과 용역 계약을 맺고 있었다. 재취업 승인 대상이 아닌 단순 취업 신고는 총 5건인데, 이들 역시 건축·건설 업체에 사외이사·부회장·고문 등으로 취업했다.
#승인 전 취업한 2명은 “과태료 부과 예정”
LH 재취업 임직원 중 규정을 위반한 경우도 있었다. 2023년 ○○하우징과 지역 공사에 입사한 전직 임원 2명으로, 이들은 재취업 승인 전 임의로 취업했다. LH도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들의 재취업은 유지됐다. LH는 관련 문건에 “대상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통보일 이전에 임의로 취업한 사례로,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법원에 통보하여 개인에게 과태료 부과(예정)한 사항”이라고 명시했다.
그동안 LH는 재취업자와 관련해 감사나 단속 등은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에서 LH는 “우리 공사는 별도의 재취업 심사제도 및 규정 등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자체감사 대상은 현재 기관에 재직 중인 자로 한정된다”고 밝혔다.
2021년 LH는 자체적으로 LH 퇴직자가 임직원으로 재취업한 기업의 수의계약 제한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수의계약 기준을 강화했다. 그러나 큰 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수의계약 제한 대상이 LH만일 뿐, 국토부나 국토부 산하기관은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관예우 논란이 일자 8월 15일 국토부는 “LH 전관업체와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LH와 직접 계약한 업체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대부분 건설업체들은 모두 전관 업체이기 때문에 전관 업체와의 계약 자체를 제외하면 건설시장이 운영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업체 선정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심사 구성원을 외부 인력으로 두고 설계·감리·시공 업체 간 상호 체크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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