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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버리고 게임까지…컬리의 '마이컬리팜' 자충수 되나

'상품 무료'인데 배송료 유료, 소비자들 울며 겨자 먹기 추가 구매…컬리 "기존 고객 재구매 위한 게임"

2023.08.17(Thu) 16:25:20

[비즈한국] ‘컬리가 게임까지?’ 프리미엄을 고집하던 컬리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올팜, 공팜 등 앱테크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이를 벤치마킹한 게임까지 선보이며 실적 개선에 나선 것. 업계에서는 컬리가 그간 쌓아온 이미지를 버리면서까지 매출 확대를 시도하는 모습에서 절박함마저 느껴진다는 의견인데, 그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컬리 앱의 마이컬리팜 소개 페이지. 미션을 완료하면 실제 상품을 무료로 배송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컬리 앱 캡처


#쿠폰은 무료, 배송료는 유료? 마이컬리팜에 ‘속았다’ 원성

 

지난 1일 컬리는 ‘마이컬리팜’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컬리 앱 내에서 접속할 수 있는 마이컬리팜은 앱 상에서 방울토마토, 오이, 양파, 아보카도 등의 작물을 선택해 키우고 직접 실물 상품까지 받는 게임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올팜, 레알팜, 공팜 등의 게임형 앱테크 서비스를 벤치마킹했다. 

 

컬리는 마이컬리팜을 론칭하며 기존 게임형 앱테크 서비스와 달리 구매 유도 요소를 없앤 부분을 강조한다. 다른 게임형 앱테크 서비스는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입하면 작물 수확 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구매를 위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컬리 관계자는 “마이컬리팜은 구매로 연결되는 요소가 별도로 없다. 작물을 키우고 그 작물을 직접 받거나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는 구조”라며 “고객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앱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취지로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초반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컬리 관계자는 “마이컬리팜이 론칭한 첫날인 1일 20만 명이 게임을 시작했다. 9일에는 마이컬리팜을 이용하는 유저의 컬리 방문 횟수가 이전보다 3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마이컬리팜은 방울토마토, 오이, 양파, 아보카도 중 원하는 작물을 골라 앱 상에서 키우는 게임이다. 목표수확량을 모두 채우면 해당 작물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이 제공된다. 사진=컬리 앱 캡처

 

하지만 론칭 3주 차에 접어들어 작물 수확을 완료하는 이용자가 하나둘 생기면서 마이컬리팜에 대한 여론은 싸늘해지고 있다. 마이컬리팜으로 작물 재배를 완료한 고객 사이에서는 ‘컬리의 꼼수’라는 원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유저들이 반감을 갖는 이유는 ‘배송료’다. 컬리는 게임 안내 페이지에서 ‘미션을 완료하면 실제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 드리는 서비스’라고 설명하지만, 실물 상품을 받을 때 배송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한 고객은 “다른 사이버 농사 게임은 실물 상품을 받을 때 배송비를 내지 않았다. 컬리도 무료로 상품을 받는다고 해서 배송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품을 받으려니 배송비가 추가됐다”며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쿠폰을 버릴 수는 없으니 컬리에서 다른 상품을 몇 개 더 구매했다”고 말했다. 

 

컬리는 마이컬리팜에 구매 유도 요소가 없다고 하지만, 이용자들은 배송료 부과가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한두 달의 시간을 투자해 게임 내에서 아보카도 140개를 수확해야 실물 아보카도 1개 상품의 교환권을 얻을 수 있는데, 아보카도 1개만을 무료로 받으려고 배송료 3000원을 내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상품 쿠폰은 발급 후 1주일이 지나면 소멸되기 때문에 쿠폰 사용을 위해 컬리 이용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마이컬리팜을 통해 양파를 수확한 한 사용자는 “친구 10명을 초대해 3주가 걸려 양파를 수확했다. 그런데 상품을 받으려고 보니 배송비가 붙더라”라며 “게임 시작 전 배송비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없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속은 기분이다. 결국 배송비 때문에 다른 상품들을 추가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컬리 관계자는 “단순히 오이 하나만 받으려고 새롭게 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은 적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신규 고객의 모객 효과보다는 기존 고객의 재구매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게임으로 무료 상품을 추가로 얻게 되는 것이다. 배송료 3000원에 불만을 갖는 고객도 있겠지만, 작물을 키우는 데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상품을 무료로 받는 데에 만족하는 고객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컬리의 매출액은 509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6%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컬리 앱 월평균 이용자 숫자는 330만 명 수준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296만 명으로 떨어졌다. 사진=컬리 홈페이지


#‘프리미엄 이미지’ 내려놓았지만 실적 개선 가능할까  

 

올해 컬리는 매출 상승세가 꺾인 분위기다. 지난 8년간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매년 매출 성장률만은 대폭 확대됐던 컬리가 매출마저 정체된 흐름을 보이자 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컬리의 매출액은 509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6% 감소했다. 올 상반기 이용자 수도 전년보다 줄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컬리 앱 월평균 이용자 숫자는 330만 명 수준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296만 명으로 떨어졌다. 

 

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는 온라인 장보기가 호황기였다. 반면 올해는 유통업체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전년 수준의 매출을 유지했다는 부분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컬리는 영업적자가 누적되면서도 매출 성장률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올해 그 성장세마저 꺾인 듯한 분위기가 엿보여 업계에서는 컬리의 위기감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대 유통기업이 후발주자로 쫓는 상황에서 컬리는 현재 큰 특색이 없다.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으나 성장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투자 등 외부의 힘을 받아 줄곧 성장해왔으나 이제는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했던 컬리가 앱테크 서비스까지 출시하며 공격적인 매출 확대에 들어간 모습이 위기감의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최근 행보를 보면 상황이 많이 어려워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간 쌓아온 이미지를 깨면서까지 매출 확대를 위해 공을 들이는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고객 불만이 쌓이기 시작한 마이컬리팜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은 소비자가 선택한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사전에 알려줘야 한다. 이번처럼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불신감을 조성할 수 있고, 이벤트를 진행하고도 기업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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