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중국명 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이른바 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으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14일부터 거래가 중단된 채권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행된 위안화 표시 회사채 6종을 포함한 비구이위안 회사채 9종과 비구이위안의 계열사 광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과 비구이위안 사모채권 1종 등 모두 11종이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를 맞은 액면가 10억 달러 회사채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디폴트 처리되기 전까지 30일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자를 가지 못하면 디폴트 된다.
문제는 2년 전의 헝다그룹 사태보다 파장이 더 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지난 1997년 광저우에서 설립된 헝다는 부동산 사업으로 돈을 번 후 금융과 레저, 전기차 등으로까지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긴축과 경기 둔화, 주택 판매 감소까지 겹치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부채규모는 1조 9000억 위안이었다. 중국 광파은행이 헝다의 대출 상환 능력을 못 믿겠다며 헝다 그룹의 예금 1억 3200만 위안을 동결하자, 헝다 그룹 주가가 16% 급락하고, 시가총액 약 740억 홍콩달러가 날아갔다.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는 글로벌 경제는 물론, 가상화폐 시장까지 불똥이 튀며 휘청였다.
그러나 비구이위안 사태는 과거 헝다 사태보다 글로벌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전역의 비구이위안 건설 프로젝트는 3000여 건으로 헝다의 4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 CDS 프리미엄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해 하반기 급등한 적이 있지만, 중국 부동산과 신용위기 등에도 안정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최근 비구이위안 위기로 재차 반등하는 분위기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CDS 반등을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최근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중국은 올해 리오프닝에도 디플레이션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는 -0.3%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2월 이후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하면 가계 대출 상환 부담 증가, 기업 수익 악화, 투자와 고용 부진을 초래하며 경제가 더욱 위축될 소지가 있다”며 “이달 중순 이후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속도를 내게 되는 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중국 국가통계국은 물가상승률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다양한 부양책에도 소비자신뢰지수가 반등하지 못하는 등 심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병하 연구원은 “대차대조표 불황을 먼저 겪었던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심리 개선이라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 정부가 70여 개국에 대한 관광을 허용한 것은 소비성향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비구이위안 사태는 다른 부동산 업체들의 연쇄 도산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결국 현실적인 방안은 직접적인 부양책보다 그동안 억제해 왔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부양책보다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경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중국의 ‘공동부유’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다 같이 잘 살자’는 중국 정부의 이념적 목표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와 정부 정책 간 타협점을 찾고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좀 더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관련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오히려 투자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리스크가 커질수록 자산 가격이 내려가며 투자의 기회가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단기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까지 번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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