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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타이레놀 가격이 1000원 차이…'약국 원정' 떠나는 소비자들

종로서 2500원, 압구정서 3500원…약국 자율 '판매자 가격표시제'가 가격 인상 부추긴다 비판도

2023.08.16(Wed) 10:37:01

[비즈한국] 외출했다가 급하게 해열제나 소화제를 구입하면서 동네 약국보다 비싸다고 느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약국에는 ‘판매자 가격표시제’가 적용돼 약사가 원하는 만큼 소비자가를 책정할 수 있어 약국마다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종로 약국거리와 압구정동 일대의 약국을 돌아다녀보니 진통제 ‘타이레놀’은 가격이 1000원까지 차이가 났다. 일부 의약품 가격이 1년 사이에 25%나 뛰는 등 가격 인상에 수급 불안정까지 더해진 와중에 판매자 가격표시제가 소비자가 인상을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 피로회복제가 진열되어 있다. 이곳의 까스활명수 판매가는 1300원이다. 사진=김초영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 2.7%인데 감기약은 17.3% 인상

 

‘국민 상비약’으로 불리는 일반의약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존슨앤드존슨은 국민해열제인 ‘타이레놀’ 6종의 공급가격을 10% 이상 인상했다. 같은 시기 삼진제약도 ‘게보린’의 공급가를 10% 안팎으로 올렸다. 지난달에는 동화약품이 국민소화제인 ‘까스활명수’의 공급가를 15% 높였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약값이 너무 올라 약국도 저렴한 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반의약품의 가격이 여러 차례 오른 직후 발표된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이를 더 체감할 수 있다. 6월 의약품 물가지수는 102.75로 전년 동월 대비 2.32% 증가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감기약이 17.3%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한방약 8.1%, 소염진통제 7.4%, 비타민제 5.3%, 진통제 5.2% 순으로 상승했다. 이는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일부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공장 해외 이전으로 지난해 3월 타이레놀 일부 제품(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 타이레놀정 160mg​)의 생산이 중단된 사실이 알려지자 보건복지부는 “일부 품목이 취하됐으나 생산된 재고량이 상당히 존재한다. 생산 중단된 2개 품목의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취소와 대체약 추가 지정 필요성을 하반기 내에 신속히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타이레놀, 지역별로 1000원까지 차이

 

소비자들은 일반의약품 가격이 오른 것을 두고 “먹거리 물가도 만만찮은데 약값마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한다. 11일 종로 약국거리에서 만난 회사원 정 아무개 씨(32)는 “점심값도 부담돼 밖에서 사 먹지 않은 지 오래됐는데 몇 달 사이 약값까지 연속으로 올라 체감하는 물가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 아무개 씨(28)는 “지난 주말 본가 근처에 있는 약국을 갔다가 타이레놀 가격을 보고 당황했다. 오랜만에 구입하는 거여서 어느 정도 올랐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큰 폭으로 느껴졌다.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약국에서 약을 사면서 고민했던 적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종로5·6가동과 압구정동의 약국 15곳을 돌아다니며 타이레놀과 까스활명수의 가격을 문의한 결과 국민 해열제와 소화제의 가격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타이레놀은 2500~3500원, 까스활명수는 950~1300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종로5가 약국거리에서 2500원인 타이레놀은 압구정동에선 3500원에, 까스활명수는 약국거리에서 대부분 1000원이었지만 강남에서는 1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종로5가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는 “까스활명수 가격 인상 소식에 일부 손님들이 오르기 직전에 싹쓸이해갔다. 새로 주문은 넣었는데 아직 안 와서 여전히 품절이다. 물량이 없어서 낱개로도 못 팔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약품은 약국용 ‘까스활명수’의 가격 인상에 앞서 지난 3월 편의점용인 ‘까스활’(사진)의 가격을 20%가량 올렸다. 사진=김초영 기자

 

복지부는 지난달 의약품 관련 기관·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의약품 수급 불안 현황과 원인, 제도 개선방안 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업체의 자체적인 노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약국 원정’도

 

가격 인상에 수급 불안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대에 약을 사기 위해 ‘약국 원정’에 나섰다. 이들은 비타민부터 피로해소제, 루테인 같은 눈 건강을 위한 약까지 가리지 않고 대량으로 구입한다. 종로 약국거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 아무개 씨는 “올해 들어 제품 가격을 물어보는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5개, 6개씩 구입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부모 혹은 자녀에게 필요한 제품을 사간다”고 말했다.

 

종로 약국거리에서 만난 주부 김 아무개 씨는 “부모님께서 눈이 안 좋다고 하셔서 대용량으로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봤는데 주변에서 종로 약국거리를 추천해줬다. 직접 와서 보니 많게는 1000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며 “부모님께 드릴 루테인과 파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용 해열제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일부 방문객은 이곳 약국들에 불만을 드러냈다. 50대 주부 최 아무개 씨는 “약국에 오기 전 가격을 알아보려 일부 약국에 전화로 가격 문의를 했는데 ‘우리는 전화로는 가격을 안 알려준다’고 해서 결국 인터넷으로 직접 찾아봐야 했다”며 “멀리서 오는 건데 가격 문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판매자 가격표시제’ 문제없나

 

소비자 사이에서는 일반의약품의 공급가가 오른 틈을 타, 일부 약국들이 판매가를 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의약품과 달리 일반의약품은 약사가 자율적으로 판매가격을 정하는 ‘판매자 가격표시제’가 적용돼 약국에서 파는 가격 상한선에 제한이 없다. 약국들의 자율 경쟁을 유도해 일반의약품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약국 간 일반의약품의 가격 차이를 키운다는 비판도 받는다. 

 

서초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 아무개 씨는 “약국에서 최대한 마진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공급가가 오르니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하는 측면이 있다. 압구정이나 신사동처럼 인근에 병원이 많은 곳이 아니면 대부분 약국은 인근 주민이 단골 손님이라 우리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01년부터 소비자 알권리를 충족하고 질서 있는 가격 경쟁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다소비 일반의약품의 판매가격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를 실시해왔다. 조사 결과에는 일반의약품의 최저 판매가, 최고 판매가, 평균가가 시·도와 시군구별로 담겼다. 그러나 약국과 약국 간, 약국과 소비자 간 갈등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2016년을 끝으로 조사가 중단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조사 재개는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다. 당시 약국 간 담합 우려와 함께 입지 등에 따른 약국의 판매가 책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약국업의 시장 구조를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약을 빠르게 구할 수 있는 가까운 약국으로 간다. 약은 시간을 들여서 정보를 탐색할 만한 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가격대도 다른 상품과 비교하지 않는 편이어서 소비자가 가격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 같은 시장 구조와 소비 패턴을 고려할 때 약국업에서 판매자 가격표시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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