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9년 8월부터 2022년 2월까지 부동산 시장엔 큰 상승이 있었다. 특히 서울은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가 상승이 매우 높았다. 2020년 연간 누적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12.25%였고, 2021년 연간 누적 상승률은 11.86%였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하다 보니 2021년 시세는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21년 하반기의 시장 분위기는 모든 지역, 모든 아파트의 시세가 폭등이었다.
하지만 2022년 시장이 반전된다. 하반기부터 매매와 전세 시장의 시세가 하락했다. 2022년 10월부터 2022년 2월까지의 하락은 1997~1998년 IMF 당시의 하락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급이었다.
그래서 나온 괴담이 2023년 하반기 역전세난이다. 몇몇 하락만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들이 기사화되면서 시장의 걱정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3년 하반기 역전세 괴담의 논리는 단순하다. 2021년 하반기 최고 상승이 있었기에 하락기가 시작된 2022년 이후 시장 중 2021년 하반기의 2년 후가 되는 전세 재계약 시즌인 2023년 하반기엔 필연적으로 역전세가 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그럴 듯하다. 그럴 듯하기 때문에 많은 언론사에서 역전세 우려에 대한 기사들을 쏟아냈고, 정부에서 역전세를 대비한 정책들이 언급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역전세 공포에 떨기도 했다.
역전세 폭탄시기로 언급한 9~11월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역전세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뒤집힐까?
최근 전세 시세가 상승 전환됐다는 기사가 꽤 보인다. 세입자들이 계약 갱신을 하자고 먼저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도 보인다. 역전세 우려가 해소되었다는 기사도 보인다.
물론 간간이 역전세를 우려하는 기사도 있고, 여전히 ‘데드 캣 바운스(‘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튀어 오른다’는 월가 격언으로, 폭락장 가운데서도 가끔 주가가 튀어 오르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를 운운하며 매매 시세 장기간 하락과 역전세를 언급하는 전문가의 방송도 여전하다.
오늘 역전세가 난다, 나지 않는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장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자는 차원으로 정리를 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전세가 나는 곳이 있고, 신고가를 갱신하는 곳이 동시에 존재할 것이다. 지역별 평가는 의미가 없다. 한 단지 내에서도 역전세와 신고가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아파트 중 가장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 중 한 곳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사례를 보자. 2018년 12월~2019년 2월은 9510세대 입주장이었기 때문에 전세 시세가 매우 낮았다. 전용 84㎡ 기준으로 3억~6억 원 시세로 전세 계약이 되었다. 하지만 입주장이 끝나자마자 전세 시세는 폭등하기 시작했다. 서울에 전세 매물이 거의 없었다. 임대차 2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20년 하반기부터는 더 심했다. 3억~6억 원 하던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시세는 9억~13억 원에 거래됐다. 2년 만에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문제는 2021년 초부터 발생했다. 2019년 3억~6억 원에 거래된 세대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여 5% 상한으로 이를 막았다. 2019년 4억 원에 전세 계약을 한 경우, 4억 2000만 원으로 갱신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 신규 계약하는 세대의 경우 최대 13억 원까지 거래됐다.
그리고 2023년이 됐다. 전용 84㎡ 전세의 경우 8억~11억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2021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대의 경우 신규 계약을 하게 되면 전세 보증금을 4억 원 이상 올려야 한다. 이런 경우 상승 거래가 되는 것이다. 반면 2021년에 13억 원을 주고 신규 계약을 했던 세대는 그대로 계약을 연장하거나 2억 원 정도를 돌려받거나 해야 한다. 이 경우는 역전세다.
다시 질문해보자.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현재 역전세가 난 단지인가, 전세 시세가 급격히 상승하는 단지인가.
전체 평균으로 시장을 단순하게 분석해서는 안 된다. 주택 관련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상승하락을 맞추려는 노력이 아니라,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얼마나 빨리 마련하느냐다. 그리고 상급지로 갈아타기 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여전히 2027년까지 하락할 것이니 2030년에나 내 집 마련을 하라는 뉴스나 콘텐츠들이 보인다. 그렇게 해서 이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7년 동안의 시장 변화와 어디서 거주할지에 대한 대안이 명확해야 할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는 경우는 없다. 10년 넘는 장기전을 감당할 수 없는 원리금 상환으로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투기이지 투자가 아니다. 투기꾼들을 우려하는 콘텐츠는 투기꾼 대상으로만 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내 집 마련을 빨리 하고 더 좋은 곳으로 빨리 갈아타기를 하도록 안내하는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마트튜브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 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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