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상반기에만 세수가 40조 원이나 줄고, 정부가 내년에도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50%를 넘어가는 곳은 4곳에 불과한 상태여서 국비 예산이 줄어들 경우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가 1000억 원대의 예산 투입에도 파행을 겪은 것도 향후 지자체에 대한 국비 예산 지원에 악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 지자체들이 바싹 긴장 중이다. 이에 기획재정부 출신을 부시장이나 부지사로 둔 광역지자체들은 이들을 앞세워 국비 챙기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 500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9조 7000억 원이나 줄었다. 여기에는 경제 상황이 부진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 활동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올해 상반기 법인세가 전년 동기 대비 16조 8000억 원 줄었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양도소득세도 2조 1000억 원 감소했다. 소득세 또한 11조 6000억 원 줄었다. 정부가 내세운 대로 경제가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하반기 고성장)’ 기조를 나타낼 경우 하반기 국세수입이 나아질 수는 있지만 결손 규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국세수입 감소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통산 국세수입 등을 고려해 총지출 계획을 세우는 데다 재정 적자를 관리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내년 예산안 심의 막바지 단계에 들어간 정부가 예산 증가폭을 3~4%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박근혜 정부가 마지막 예산을 짰던 2017년(3.7%) 이래 가장 낮은 예산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예산증가율이 매년 9% 안팎에 달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2023년 5.1%로 하락했다.
정부가 이처럼 내년에 예산 증가율을 낮출 방침으로 알려지면서 지자체들은 국비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얻어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45.02%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비 예산이 줄어들면 재정 운용에 어려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비 302억 원, 지방비 419억 원, 참가비 등 자체수입 400억 원 등 약 1070억 원이 투입된 잼버리가 파행을 겪으면서 정부가 지자체 사업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자체 주요 사업들에 대한 예산 동결 및 삭감이 줄을 이을 수 있다.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243개 광역·기초지자체 중에서 재정자립도가 50%를 넘어가는 곳은 서울시(76.99%)와 경기도 화성시(61.08%), 서울시 강남구(60.37%), 경기도 성남시(59.59%), 서울시 서초구(57.29%), 세종시(57.21%), 서울시 중구(55.83%), 경기도(51.90%), 경기도 하남시(51.50%), 인천시(50.34%) 등 단 10곳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재부 출신을 부시장이나 부지사로 두고 있는 일부 광역지자체들은 이들을 앞세워 예산 편성권을 쥔 기재부를 설득하는데 전력을 쏟는 실정이다. 현재 17개 광역지자체 중 기재부 출신 부단체장이 있는 곳은 대구시(이종화 경제부시장)와 세종시(이승원 경제부시장), 전라남도(박창환 정무부지사), 경상남도(김병규 경제부지사), 충청북도(김명규 경제부지사), 충청남도(전형식 정무부지사) 등이다.
이종화 대구시 부시장은 3일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을 만나 금호강 동촌유원지 하천 조성과 첨단의료기술 창업지원센터 건립 등 현안 사업을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승원 세종시 부시장도 같은 날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을 만나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와 대통령제2집무실 등 예산 필요성을 설명했고, 김병규 경남 부지사는 6월 29일 기재부를 찾아 남부권 관광개발사업과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등이 내년도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김명규 충북 부지사는 6월 19일 김영환 충북지사를 수행해 최 차관 등을 만나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구축 등 현안 사업의 국비 반영을 요청했고, 전형식 충남 부지사도 7월 31일 김태흠 충남지사를 수행하고 김 실장 등을 만나 충남혁신도시 칩앤모빌리티 영재학교 설립, 국방 인공지능(AI)·로봇·군용전지 미래 첨단 연구시설 건립 등에 대한 예산 반영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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