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강풀 최고의 영상 작품이 탄생할까?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이 8월 9일, 1화부터 7화까지 공개했다. 웹툰 작가 강풀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무빙’은 강풀 작가가 직접 대본을 맡고, ‘킹덤’ 시즌2의 박인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등 베테랑 배우들에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 라이징 스타들이 가세해 눈길을 끈다. 20부작이니 아직 반도 넘게 남았지만, 시작은 좋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원작 웹툰 자체가 강풀 작가의 여러 작품이 크로스오버되며 작가의 세계관이 확장되었던 인기작인 데다 초능력 소재 액션 히어로물답게 6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호화 캐스팅으로 하반기 OTT 최고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초능력이란 소재가 빚어내는 장르에 대해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염려되겠지만, ‘무빙’은 부모와 자녀 간의 가족애 및 청소년들의 성장과 그들 간의 풋풋한 사랑 등 전통적인 드라마 감성을 기저에 깔고 있기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화까지 공개된 내용은 이렇다. 정원고등학교에는 능력을 숨긴 채 평범한 고3 수험생으로 지내는 초능력자들이 있다. 비행 능력과 뛰어난 오감을 지닌 김봉석(이정하)과 다쳐도 다치지 않고 재생하는 신체 능력을 지닌 장희수(고윤정), 초인적인 괴력과 스피드를 지닌 모범생 이강훈(김도훈)이 그 주인공. 전 학교에서 폭행 사고를 치고 전학 온 장희수는 우연히 김봉석과 친해지며 서로 비밀을 나누게 된다.
이들의 능력은 유전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장희수의 아버지인 장주원(류승룡) 역시 재생 능력을 지니고 있고, 김봉석의 어머니 이미현(한효주)도 초인적인 오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 한편 이들이 다니고 있는 정원고 자체에도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담임교사인 최일환(김희원)을 비롯해 교장 조래혁(유승목), 기간제 교사인 윤성욱(전석호) 등은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끊임없이 ‘파일’과 ‘테스트’를 이야기한다.
약 1/3가량 공개된 ‘무빙’은 원작의 서사를 좇아가면서 김봉석과 장희수, 그리고 이강훈의 능력을 보여주는 한편 그들 사이 피어나는 풋풋한 감정 묘사에 집중한다. 장희수를 보며 설렐 때마다 몸이 떠오르는 것을 주체 못하는 김봉석 역의 이정하는 30kg을 증량했어도 풋풋하고 앳된 얼굴이 귀엽게 다가온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장희수 역의 고윤정은 ‘환혼’ 등에서 알린 그 매혹적인 마스크가 여전히 매력적이다. 매사 침착해 보이는 모범생이지만 아직 치기 어린 모습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강훈 역의 김도훈도 인상적. 젊은 배우들이 빚어내는 청춘물의 느낌이 나쁘지 않다.
학교 밖에는 부모 세대 초능력자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원작에서 부모 세대의 활약이 작품 후반부에 집중된 것과 달리 초반부터 이들의 활약을 보여주며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해내는 것. 여기에는 원작에는 없던 캐릭터들의 역할이 크다. 은퇴한 부모 세대의 초능력자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을 차례로 제거하는 프랭크(류승범)라는 존재를 내세워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진천(백현진), 봉평(최덕문), 나주(김국희)라는 암호명을 지닌 은퇴한 초능력자들이 프랭크가 싸우는 액션 장면들은 ‘한국형 어벤져스’라 자신할 만큼 스펙터클하다. 컴퓨터그래픽(CG)을 포함한 시각효과(VFX) 작업이 빛을 발하는데, 블록버스터 한 편에 컴퓨터그래픽이 약 2천 컷이 들어간다면 ‘무빙’에는 전 세계 9개 나라의 60여 개 스튜디오에서 컴퓨터그래픽 작업에 참여해 무려 7540컷을 작업했다고.
원작을 재미나게 본 사람도 스릴 넘치게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은 드라마의 강점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필연적으로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와 각색의 범위 및 완성도를 따지게 되는데, 드라마 ‘무빙’은 원작 웹툰의 기본 서사를 거의 흡사하되 원작에 없던 캐릭터로 긴장감은 높이고 없던 설정을 추가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식이다. 특히 프랭크가 처리한 은퇴한 초능력자 봉평의 아들인 전계도(차태현)가 전기를 일으키는 능력을 지닌 ‘번개맨’ 출신 버스기사로 등장해 프랭크의 대척점에 서서 대활약을 예고한다.
‘무빙’은 8월 9일 7화까지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2편씩 공개될 예정이다. 7화 후반부에나 모습을 비춘 국정원 최고의 블랙 요원이자 김봉석의 아버지 겸 이미현의 남편으로 설정된 김두식(조인성)과 7화 마지막에 얼굴을 비춘 북한군 소속 김덕윤(박희순)의 활약은 앞으로 공개될 내용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예정. 양동근, 박병은, 박보경, 조복래, 김다현 등의 배우들은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고, 모종의 비밀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학교 수위 황지성(김종수), 희수를 따라 전학 온 신혜원(심달기)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도 이제부터다. 무엇보다 ‘모가디슈’ ‘밀수’ 등으로 요즘 폼이 한참 오른 조인성의 활약과 미모를 지켜보기 위해서라도 매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디즈니플러스에서 접속할 생각이다.
지금껏 영상화된 강풀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높은 흥행과 화제성을 기록한 것은 29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26년’이었다. 역대 한국 드라마 최대의 제작비를 들인 것으로 알려진 ‘무빙’이 강풀 최고의 영상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아직 웹툰을 보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드라마와 함께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