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추억의 피처폰 게임이 스마트폰으로 돌아왔다. 전작을 재미있게 즐긴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너도나도 다운로드하면서 출시 초반 흥행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서 ‘추억팔이’ 전략이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아, ‘그 시절 영광’을 다시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컴투스는 7월 27일 공식 출시한 신작 ‘미니게임천국’이 4일 기준 누적 다운로드 100만 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작은 피처폰 시절 누적 다운로드 1900만 회를 넘긴 ‘국민 게임’ 미니게임천국을 스마트폰 버전으로 만든 것이다. 단순한 조작으로 누구든 즐길 수 있는 만큼 컴투스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신작 미니게임천국은 해외 170여 개 지역에서 영어·프랑스어·독일어 등 12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피처폰 시절 게임이 주던 ‘손맛’과 감성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선 서비스가 중단된 게임이 설치된 피처폰을 사고파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과금 걱정 없이 캐릭터 성장과 스토리 전개에 집중할 수 있었던 피처폰 게임을 그리워하는 이용자가 숱하다.
이렇다 보니 컴투스처럼 다수의 유명 IP를 가진 업체는 새로운 버전의 재출시가 매력적인 선택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IP만으로도 흥행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컴투스는 199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게임의 명가다. 미니게임천국뿐만 아니라 ‘이노티아 연대기’ ‘붕어빵 타이쿤’ ‘액션 퍼즐 패밀리’ 등 피처폰 사용자였다면 한 번씩은 들어본 게임을 개발했다.
컴투스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양대 산맥이던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에 2013년 700억 원에 인수됐다. 게임빌 또한 피처폰 시절부터 ‘제노니아’ ‘프로야구’ ‘놈’ 등 유명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왔다. 두 회사 모두 보유한 인기 IP가 적지 않다. 컴투스는 아예 유명 IP의 부활을 하반기 전략으로 삼았다. 6~8월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 ‘낚시의 신: 크루’ ‘미니게임천국’ 등 과거 인기를 끌었던 게임을 기반으로 한 신작을 연이어 내놨다.
게임업계서 명작 IP의 재활용은 흔한 일이다. 게임 시장이 스마트폰 보급 이후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자 유명 온라인·PC 게임 IP를 활용해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 ‘카트라이더’ ‘라그나로크’ 등이 대표적이다. 자체 보유한 인기 IP의 세계관을 확장해 시리즈물로 만들거나, 인기 IP를 기반으로 게임 장르를 바꿔 신작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기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치면 그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커진다. 재탄생 과정에서 지나치게 달라져 이용자의 ‘추억팔이’에 실패하거나, 서버 오류·버그·발열 문제 등 완성도가 낮을 경우 원작보다 후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미니게임천국 또한 론칭 초기 잦은 오류와 광고 등으로 불만이 쌓인 탓에 현재 플레이스토어에서 별점 2.8에 그치는 등 반응이 신통치 않다.
원작과 달라진 비즈니스 모델(BM)도 진입 장벽이다. 피처폰 게임은 다운로드 시 2000~4000원대의 ‘정보이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추가 과금이 적었다. 그 후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한 대신 게임 내에서 과금을 유도하는 ‘부분 유료화’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이나 잦은 광고, 과금 없이 성장하기 어려운 시스템 등에 반감을 품은 이용자가 늘면서 이용자의 비판을 피해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졌다.
지난 6월 컴투스홀딩스는 컴투스가 개발한 MMORPG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신작 제노니아)’를 서비스했다. 제노니아는 2008년 당시 게임빌이 출시한 액션 RPG 게임이다. 시리즈 통틀어 누적 다운로드 6300만 회를 달성하는 등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끈 피처폰 게임이자 인기 IP다. 스마트폰에서도 서비스를 이어갔지만 2014년경 시리즈 대부분이 종료됐다. 신작 제노니아는 이 같은 과거의 명성에 힘입어 사전예약자만 200만 명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식 출시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작 제노니아가 지나친 과금 유도, 이용자 간 대전 등의 요소를 갖춘 ‘리니지라이크’ 게임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다. 신작 제노니아는 안드로이드 플레이 스토어에선 2.3점, iOS 앱스토어에선 2.7점을 기록했다. 리뷰에는 “추억이 변질됐다” “IP만 제노니아일뿐 다른 리니지라이크 게임과 차이가 없다” 등의 혹평이 나왔다. 이후 개발진의 지속적인 소통과 시스템 개선을 거치면서 나아졌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미 떠난 이용자를 다시 잡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제노니아만이 아니다. 과거 명작으로 이름을 날린 피처폰 게임이 재출시 이후 실패의 쓴맛을 보고 사라진 사례는 종종 있다. 2005년 핸즈온모바일이 만든 ‘영웅서기’는 대표적인 피처폰 게임으로 꼽히지만, 2014년 케이넷피가 영웅서기 IP로 개발한 MORPG ‘영웅서기 온라인’은 불안정한 게임, 과한 과금 유도, 원작을 충실히 살리지 못한 스토리 등으로 비판 받은 끝에 출시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전문가들은 인기 IP를 재활용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재홍 게임정책학회 학회장(숭실대 예술창작학부 교수)은 “현재 국산 게임은 이미 알려진 인기 IP를 활용한 것조차 스토리가 너무 약하다. 아이템 결제를 유도하는 리니지라이크로 만들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약하면 이용자가 떠날 수밖에 없다”라며 “앞으로 콘솔 등 크로스플랫폼 게임을 생각하면 BM을 바꿔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BM부터 신규 IP 개발까지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피처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재출시 게임을 했다가 실망하는 이용자들이 많은 것을 두고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Free To Play(FTP) 방식에 한계가 왔다고 본다”라며 “현재 모바일 게임은 사이사이 광고를 넣거나 부분 유료화로 수익을 내는데, 이 방식은 이용자를 성가시게 하고 게임성을 떨어뜨린다. 피처폰 게임을 기대한 이용자에겐 불만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게임사가 새로운 BM을 고민해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 한편으론 ‘정당한 수준에서 창작의 대가를 지불하자’는 게임사와 이용자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독형, 정액제, 유료 다운로드 등의 방식을 도입해 인앱 결제를 줄이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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