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당근마켓이 신규 서비스 ‘모임’을 출시했다. 동네 이웃의 소모임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중고거래처럼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수익모델이 절실한 당근마켓은 왜 또 돈 안 되는 서비스를 론칭했을까. 업계에서는 당근마켓의 위기감이 커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임’ 서비스 “수익화와 관련 없다”…이용자 확보가 목적일까
이달 초 당근마켓이 ‘모임’ 서비스를 오픈했다. 동네 이웃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소모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운동이나 독서, 외국어 학습 등 원하는 주제의 소모임을 누구나 개설할 수 있다. 현재 모임 서비스는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서 운영 중이며 연내 전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당근마켓 측은 “다양한 주제별로 동네 이웃과 자유롭게 모이고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에 대한 고객 니즈가 꾸준히 있었다”며 “현재 모임이 활발하게 개설되고 있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서 정기적으로 모여야 하는 러닝이나 테니스 같은 운동 모임의 개설과 가입이 많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은 모임 서비스 활성화에 상당히 공들이는 눈치다. 모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5만 원가량의 당근머니를 제공하는 등 이용자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만년 적자’인 당근마켓이 마케팅 비용까지 쏟아부으며 모임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모임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키우려는 의지로 해석하는데, 당근마켓 측은 수익화와는 관련 없다고 말한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창업 초기부터 지역 생활 대표 커뮤니티 서비스로의 비전을 가졌으며, 이번 모임 서비스 역시 그런 비전 아래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긍정적 이용자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며 수익화에 대한 계획은 현재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모임 서비스 론칭에서 당근마켓의 위기감이 드러난다는 의견도 있다. 당근마켓이 이용자 감소를 겪으며 수익모델 발굴보다 당장의 트래픽 유지가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엔데믹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당근마켓은 팬데믹을 겪으며 급격히 성장했다.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니 중고거래가 활발해졌으나 이제 사람들이 다시 오프라인 중심의 경제 활동에 나서다 보니 당근마켓 이용률도 줄어들게 됐다. 이미 당근마켓은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지난달 월간 이용자 숫자는 1544만 명으로 전년 동기 1630만 명보다 86만 명 줄었다. 지난해에는 최대 1700만 명(2022년 4월)을 넘기던 월간 이용자수가 올해 들어서는 1500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고거래도 경기가 좋을 때 활성된다. 사용자가 물건을 새로 구입해야 본인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판매하는 것인데, 불경기로 소비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중고거래 역시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불경기가 지속된다면 중고거래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용자 수 줄며 매출 하락 우려 “새 수익모델보다 트래픽 유지가 다급할 것”
당근마켓의 사용자 감소는 매출과도 직결된다. 현재 당근마켓은 수익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당근마켓 매출액(499억 원)의 99.2%가 광고를 통해 발생했다. 당근마켓의 지역 커뮤니티 기능이 활성화돼야 광고 효과가 높아지고, 지속적인 광고 매출을 끌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이용자 이탈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근마켓이 모임 서비스를 통해 트래픽 늘리기에 들어갔다고 본다. 서용구 교수는 “현재 당근마켓은 수익모델을 새롭게 구상하는 것보다 트래픽 자체를 유지하는 것에 다급하다.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온라인 기업의 경우 회원 1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10만 원 정도다. 그만큼 회원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당근마켓은 소모임 확대를 통해 회원 확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며 “소모임 활성화로 회원의 앱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를 통해 광고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근마켓은 누적 가입자 3500만 명에 달하는 국민 앱으로 성장했으나 매년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499억 원으로 전년 257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으나, 영업 손실은 565억 원으로 전년(352억 원)보다 60%가량 늘었다.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최근 몇 년 동안에도 적자 규모가 커진 당근마켓은 최근 성장세가 꺾이며 새 수입원 확보가 더욱 절실해졌다. 서용구 교수는 “광고가 유일한 수익 모델인 상황에서 트래픽이 떨어진다는 것은 우려할 부분이다. 빠르게 새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프리미엄이 붙던 시기는 지나고 혹한기가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교수도 “하나의 플랫폼에 머물기보다는 계속해서 영역을 확대해 본인들의 회원을 활용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당근마켓은 광고 외에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올해도 광고를 메인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시켜나갈 계획이다. 광고 솔루션과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며 “광고 외에도 비즈니스 다각화와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 로컬 커머스나 지역 내 다양한 비즈니스 연결을 통해 새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 나가려는 시도가 모여 수익성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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