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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휴가② 연차 신청 시기는 어떻게 조율하면 좋을까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시기 변경 가능…사회 통념상 인정 범위에 있다면 거절 사유 성립

2023.08.09(Wed) 10:30:18

[비즈한국] A 팀장은 수시로 당일 연차휴가를 청구하는 팀원 B 때문에 고민이 깊다. 오전에 예정되었던 회의를 마무리했으니 오후 반나절 연차를 쓰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피치 못한 일이 생겨 출근이 어렵겠다며 출근 시간이 다 되서 ‘일방통보’​하는 전화나 문자를 받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후속 조치를 해야 할 때도, 혹은 각종 업무처리가 시급한 때조차 B는 언제나 자기 개인 일정이 우선이다. B의 갑작스러운 공백으로 업무 대응과 백업은 팀장인 자신이나 다른 팀원의 몫이 된다. 다른 이가 백업할 수 있는 일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들들 볶이는 건 팀장인 본인이다. A 팀장은 B의 당일 연차휴가 신청을 거절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연차 사용은 근로자가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신청할 의무가 따르며 사용자는 합리적 사유가 있을 경우 시기 조절이 가능하다. 사진=생성형 AI

 

답은 ‘거절할 수 있다’​이다. 단, 합리적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원할 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일을 잘하든 못하든 관계없이 연간 80% 이상 꾸역꾸역 출근해서 일한 대가로 발생한 개인의 휴식권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된다.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벌칙조항도 있기 때문에 노동부에 신고하거나 형사고발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 연차휴가를 신청하면 무조건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휴가 사유나 어딜 가는지도 물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날, 내 유급휴가 쓴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으면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상 주어지는 모든 권리에는 그만한 의무가 따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연차휴가를 원하는 시기에 가려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예측이 가능한 시간 내에 ‘사전에 신청할 의무’​ 또한 발생한다. 연차휴가에 대한 근로기준법 조항에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청구한 휴가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근로자에게 ‘​청구권’​이 있는 것처럼, 사용자에게는 ‘​시기 변경권’​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라는 걸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조업이나 생산업처럼 가시적으로 업무량을 측정할 수 있다면 그나마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은 특정 개인의 연차휴가로 인해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하거나 직접적인 손해를 입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사업장의 규모, 업무의 성질과 바쁜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지, 그리고 같은 시기에 휴가를 청구한 다른 직원의 수, 휴가를 청구한 근로자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시기 변경권’​이 합리적이었는지를 판단한다.

 

때문에 사회 통념적으로 인정될 정도의 아주 시급하고 중요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B의 경우처럼 당일에 갑자기 일방적으로 휴가를 청구한다면(그것도 반복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승인 여부를 판단할 시간적 여유조차 박탈당한 것이므로 거절할 만한 사유가 성립된다. 그런데도 출근을 안 한다면 인사팀에 알려 ​결근 처리하면 된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정 횟수를 초과하는 무단결근은 근태 불량에 따른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사유가 된다.

 

하지만 합당한 사유 없이 휴가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갑질’​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지각이나 조퇴, 늘어난 휴게시간 등을 임의로 연차에서 소진하거나,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나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특정일에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것(연차를 사용한 강제 하계/동계 휴가)은 갑질이 아닌, 그냥 ‘불법’​이다.

 

이제 A는 B에 위와 같은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B의 연차휴가를 반려하거나 다른 날짜로 바꾸도록 조율하면 된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당일이나 하루 전날 급박하게 신청하는 연차휴가는 업무 특성상 원칙적으로 승인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전 부서원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단, ‘당신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팀장인 나와 다른 직원들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는 식의 감정적 표현이나 아무런 공지나 배경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승인을 거절하는 것은 오히려 논란의 빌미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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