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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유튜버 '버튜버' 각축전…'반짝' 인기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화제성' 입증했지만 마케팅 효과는?…업계 "버튜버 특성 맞게 내용과 문법 고민해야"

2023.08.09(Wed) 13:14:30

[비즈한국] 가상의 아바타를 내세워 시청자와 소통하는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마케팅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버튜버는 가상 캐릭터로 채널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를 뜻한다. 실제로 어떤 인물이 몸을 움직이거나 목소리를 담당하는지는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일본부터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 가상 인간의 활약은 주로 광고 시장에 한해서만 두드러졌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버튜버가 국내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초창기에는 소수의 마니아층만 즐기던 콘텐츠였지만 선두두자들이 화제성을 몰고 오면서 기업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뛰어드는 모양새다.

#정체 드러나지 않는 ‘버튜버’…화제성 노리는 국내 기업들도 주목 

전 세계에서 유튜브 슈퍼챗(창작자 후원 시스템)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번 유튜버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사람은 아니다. 버튜버는 평균 영상 조회수나 구독자 수보다도 슈퍼챗 기부로 엄청난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해 1위 ‘루시아’나 2위 ‘코코’의 슈퍼챗 수익은 각각 약 20억, 18억 원을 기록했고 상위 20위 채널 중 11개가 버튜버였다. 국내에서 수많은 유튜버들이 저마다의 콘텐츠로 각축전을 벌이는 것처럼 일본에서 활동하는 버튜버만 수천 명에 이른다.

버츄얼 유튜버를 내세운 마케팅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인기 버튜버 그룹 이세계 아이돌. 사진=네이버 공식 카페


아직까지 국내에서 인기를 증명한 버튜버는 손에 꼽는다. 2021년 버튜버로 구성된 6인조 가상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정도다. 이세계 아이돌은 디지털 싱글 앨범과 웹툰 등을 선보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멤버별로 생방송도 진행한다.

버튜버는 지난해 7월 신한라이프 TV광고에 등장한 가상 인간 ‘로지’ 같은 버츄얼 인플루언서와는 조금 다르다. 버튜버는 카메라나 특수 장비를 통해 그 사람의 행동이나 표정을 실시간으로 표현해주는 캐릭터가 등장해 방송을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말한다. 시청자의 피드백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도 ‘인간 유튜버’처럼 소통에 능숙하다. 업계 관계자는 “버튜버에는 연기를 하는 사람의 특성이 상당히 많이 담기고, 시청자도 그걸 인정한다는 게 특징이다. 가상인간 인플루언서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여기에 주목했다. 높은 퀄리티가 아니어도, 적은 인력만으로 새로운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최근 일반 기업부터 지자체까지 자체 채널에서 버튜버 실험에 나서며 인터넷 방송 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정교한 그래픽이나 전문 성우의 목소리 없이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진=강서구청 공식 유튜브 캡처

강서구 새로미와 사람인 썰미의 합동 방송 화면. 사진=강서구청 유튜브 채널 캡처


#잡음 섞인 음성으로 ​B급 감성​ 공략…민관 ‘합방’까지

“공무원은요 칼퇴하죠, 정년보장 되죠, 연금 나오죠. 아~ 진작 공무원 준비할 걸.” 

지난 5월 유튜브에서 사람인의 ‘썰미’와 강서구 ‘새로미’가 만났다. 썰미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만든 유튜브 채널의 막내 버튜버고, 새로미는 전국 최초로 탄생한 공무원 버튜버다. 각자 담당하는 역할에 맞게 두 버튜버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공무원이 하는 업무를 소개하거나 직업적인 오해를 풀어냈다. 공무원 생활에 관심이 있는 취업준비생에게 도움을 주는 콘텐츠지만, 채널 구독자나 버튜버 라이브가 궁금한 시청자들도 이들의 찰진 호흡을 지켜봤다. 직장에 대한 푸념으로 시작한 ‘합방(합동 방송)’은 초과근무수당이나 별정직 채용을 알려주는 조언으로 전개되며 재미와 정보 모두 잡았다.

HR 업계 최초로 버튜버를 선보인 사람인은 자체 채널에서 버튜버들을 라이브 토크쇼 진행자로 활용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들을 겨냥한 토크쇼에는 IT업체, 대기업 연구원, 유명 작가 등이 출연하는데, 버튜버가 직접 방송을 진행한다. 팀장 ‘라히’와 대리 ‘마릿’, 신입 썰미가 그 주인공이다. 사람인 관계자는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가 워낙 많은 상황에서 젊은 세대 맞춤으로 차별성을 두기 위해 선택한 도구다. 구상 초기 전문 업체를 통해 캐릭터 디자인을 확정했고 영상 제작부터 편집까지 모두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커리어에 대해 진중한 이야기를 할 때도 사람 진행자라면 쉽게 건네기 어려운 질문을 좀 더 거리낌 없이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강서구청 채널, 사람인 404오피스 채널 캡처

지난 2월 말 강서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선보인 공무원 버튜버​‘새로미’. 사진=강서구청, 사람인 404오피스 유튜브 채널 캡처


새로미는 지난 2월 말 강서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선보인 공무원 버튜버다. 강서구의 상징 새로미를 3D 캐릭터로 의인화했다고는 하지만 어딘가 엉성한 2D에 가깝다. 음향의 질도 좋지 않아서 “마이크는 여전하다”는 평을 듣지만 의외로 호응이 좋다. 9400명 정도였던 구독자 수는 5개월 만에 70% 이상 증가해 1만 6300만 명을 넘어섰고, 첫 영상은 15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마다 구정 홍보 채널을 운영하지만 동영상 뷰 세 자리 수조차 드문 현실을 감안하면 분명한 성과다.

현재까지는 예산 투입 없이 진행되고 있다. ‘상향식 아이디어’인데다 올해 도입한 신규 콘텐츠라 사전에 책정된 예산이 없다. 강서구 관계자는 “지자체도 유튜브 홍보가 필수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유튜브를 구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구민과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가고자 기획했다. 무료 툴을 이용해 직원들이 직접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라북도 익산시도 지자체 중 두 번째로 공무원 버튜버를 공개해 운영 중이다. 역시 정교한 형태가 아닌 ‘B급 감성’을 노렸다. 익산시 관계자는 “익산의 역사문화 캐릭터인 서동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익산까지 홍보하기 위해 버튜버 서동을 만들었다. 지자체 콘텐츠가 갖는 딱딱한 느낌을 최대한 내려놓고 재미를 키우려 한다”고 전했다. 

전라북도 익산시도 지자체 중 두 번째로 공무원 버튜버​를 운영 중이다. 사진=전라북도 익산시 유튜브 채널 캡처


익산시도 사람인과 콜라보를 논의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더불어 익산에 위치한 기업 정보 등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력 활용해 영상 제작…“형식만 갈아끼우면 실패”

버튜버 캐릭터 뒤에는 보통 ‘본체’인 실제 직원이 있다. 어떤 퀄리티로 구성되는지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원가 절감이 손쉬운 편이라 진입장벽이 낮다. 빙그레가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는 기업 홍보용으로 운영되는 버튜버 중 그래픽 퀄리티가 높은 편인데, 몇 년 전부터 웹 애니메이션으로 활용되던 캐릭터라 이미 이미지와 세계관이 갖춰져 있었던 덕이 크다.

다른 기업과 공공기관들도 자체 버튜버 마련에 나서고 있다. 4월에는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버추얼 틱톡커’를 통해 리서치 결과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콘텐츠를 오픈했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최근 마스코트 캐릭터 ‘글로비’를 활용한 3D 버튜버 영상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빙그레가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사진=빙그레 유튜브 채널 캡처


하지만 낮은 진입장벽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입 초기 ‘반짝’ 화제를 모을 수는 있지만 버튜버와 시청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는 효과가 불분명한 마케팅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가 콘텐츠를 선택하는 걸 보면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다. 하지만 가상 인간, 디지털 휴먼을 활용하는 사업에서 많은 콘텐츠 전문 기업들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일본과 달리 한국 시장에서는 3D의 정교한 실사형 인간이 아니면 특히 낯설게 느끼는 측면도 있다”며 “새로운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MZ세대의 특성에 맞게 무엇을 어떤 문법으로 전달할 것인지 포착하는 게 먼저다. 형식만 바꿔서는 젊은 세대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고 마케팅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초기에는 도입 자체로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유튜버에 대한 관심은 기술 등의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 꾸준한 투자도 필요하고 잘 갖춰진 스토리 같이 차별화된 요소가 있어야 롱런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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