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치킨 프랜차이즈의 ‘고가 기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튀김유값을 10만 원대로 올린 bhc와 BBQ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bhc는 가맹점주들의 원성에 가격을 조금씩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인데, BBQ는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금가루 뿌렸나‘ 10만 원 넘는 고가 기름에 가맹점주 한숨
지난달 농식품부는 하림, 마니커 등 육계 생산업체 10곳과 ‘닭고기 공급확대를 위한 수급조절협의회’를 진행하고 닭고기 공급 확대를 요청했다. 닭고기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낮춤으로써 치킨 가격을 내려 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재료비 중 닭고기 비중이 가장 크긴 하지만 배달비나 기름값 등 다른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닭고기 가격만 내린다고 치킨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치킨의 재료비 중 닭고기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튀김유다. 통상 치킨전문점은 업소용 15kg 튀김유 한 통으로 50~60마리를 튀긴다. 이후에는 새 기름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기름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치킨 프랜차이즈 빅3 브랜드에 속하는 BBQ, bh를 두고 ‘고가 기름’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BBQ는 올리브유를, bhc는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가맹점에 공급한다. BBQ의 올리브유 1통(15kg)은 16만 원, bhc의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1통(15kg)은 11만 원대에 공급되고 있다.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가 사용하는 기름이 4만~5만 원대에 공급되는 것과 비교하면 두세 배에 달하는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튀김유 가격이 폭등하자 치킨 업계는 일제히 공급가를 올렸다. bhc는 지난해 7월 8만 2500원에 공급하던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1통 가격을 14만 6025원으로 인상했다. 해바라기유의 가격이 급등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튀김유의 가격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단 설명이다. 튀김유값 상승으로 가맹점 마진율이 낮아지자 점주들의 원성이 커졌고, bhc는 국제 시세를 반영해 가격 조정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같은 달 bhc는 튀김유값을 12만 5750원으로 소폭 낮췄고, 9월에는 12만 1000원으로 공급가를 내렸다. 최근에는 11만 원대까지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bhc 관계자는 “국제 시세에 따라 가격을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급가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가격이 올랐다가 조금씩 안정화되고 수입하는 금액대가 낮아지면서 가맹점주에게 공급하는 가격도 낮추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올라” 기름값 인하 계획 없다는 BBQ
반면 BBQ는 지난해 인상한 튀김유값 가격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BBQ는 작년 4월 올리브유 1통(15kg)의 가맹점 공급가를 12만 원에서 16만 원으로 33% 인상했다. 다른 프랜차이즈가 일시적으로 올렸던 튀김유값을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 속에도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BBQ는 올리브유의 국제 시세가 떨어지지 않아 가격 조정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BBQ 관계자는 “2021, 2022년에는 50년 만의 한파로 올리브 열매가 모두 얼었다. 올여름은 온난화로 작황이 매우 어려워 현재 올리브유값이 매우 비싸다”고 말했다.
최근 올리브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가 심한 가뭄으로 올리브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가격이 급등했다. BBQ가 올리브유 가격을 올린 지난해 여름 1kg당 3.80유로였던 스페인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가격은 현재 7유로를 넘어섰다.
앞서의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튀김유값이 두 배 이상 올랐다. 2021년부터 협력사의 가격 인상 요구가 거셌고, 본사에서 계속해서 방어를 해왔으나 더는 버티기가 힘들어 지난해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이후에도 계속 가격이 올라 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올리브유의 가격 상승으로 BBQ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의 국제 시세를 반영하면 기름값을 올려야 하지만 이미 업계 최고가로 눈총을 받는 터라 가격을 또 한 번 올리기는 부담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튀김유값을 올리면 가맹점 마진을 고려해 치킨 가격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한 차례 가격 인상을 감행했는데, 올해 또 가격을 올리는 것은 현재의 국민 정서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는 BBQ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 혜택을 축소하고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BBQ는 자사 멤버십 가입자에게 제공하던 적립률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그동안은 멤버십 고객이 자사몰에서 치킨을 구입하면 구입가의 3%를 적립금으로 돌려줬는데, 9월부터는 적립률을 2%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BBQ는 가맹점 매출 증대를 위해 자사몰 확대를 추진해왔다. 가맹점의 배달 비용 부담이 높은 만큼 자사몰 이용으로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덜어 마진율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멤버십 혜택을 줄임에 따라 자사몰 이용 고객이 이탈할 수 있는 만큼,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BBQ가 가맹점주 매출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BQ 관계자는 “고객이 자사 앱을 이용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할인행사 등이다. 고객에게 할인 혜택의 폭을 넓혀 드리고자 적립률을 조정하고 할인 혜택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며 “가맹점주 매출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식도 고민 중이다. 신메뉴 개발이나 마케팅 확대 등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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