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햄버거 세트 하나를 구매해도 1만 원짜리 한 장은 있어야 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었던 ‘패스트푸드’는 이제 간단하지 않은 음식이 됐다. 월급만 빼고 자고 일어나면 다 오른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온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계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올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 1~7월 6.8%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7월의 4.2%보다도 높았다.
근원물가는 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물가다. 계절적으로 영향을 받는 농산물이나 외부 요인으로 영향을 받는 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작성하기 때문에 등락 폭이 크지 않다. 그러나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면서 근원물가도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다만,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3% 상승하며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을 기록했다는 점은 향후 물가 둔화를 기대하게 한다.
우리가 꾸준히 ‘물가’를 주목하는 이유는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매년 정부의 통화정책이나 금융정책, 혹은 기업에서 임금협상의 기초 자료로 사용되는 것이 소비자물가지수다. 여기다 개인 투자자라면 우리나라 물가 변동만 아니라 미국의 소비자물가나 생산자물가에도 집중한다. 미국의 물가 둔화세가 명확해진다면 강력한 고용시장 지표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시뿐만 아니라 채권에서도 물가와 관련된 투자를 할 수 있다. 바로 물가연동국채(물가채)인데,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원금과 이자가 늘어나는 채권이다. 가령, 원금 1000만 원의 채권이 만기 5년 동안 물가가 10% 올랐다면 5년 뒤, 1100만 원의 원금이 된다. 여기다 이자도 높아진 원금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되기 때문에 이자도 늘어난다. 물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담보하기는 힘들다.
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가 길고, 기관 비중이 높으며,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은 단점이다. 다만, 정부가 발행한 국채인 만큼 원금 보장이 가능하고, 절세 효과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가채에 투자하려면 장내 채권시장에서 직접 매입하거나 물가채 연동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채는 경제 성장과 함께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할 때 투자하는 것이 좋다. 채권시장에서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결정은 매우 중요한 변수고, 모든 중앙은행은 적정한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올해 연말부터 물가 상승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률이 10%대를 넘어섰다. 7월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지수는 118.9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7% 오른 것이다.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을 내린 라면이나 빵 등과는 달리, 폭염과 밀접한 아이스크림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우리에게 물가가 중요한 이유는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눈앞에 닥칠 고난이 너무 많다. 폭염에 코로나19 유행 확산세에, 갑자기 한반도로 진로를 바꾼 태풍 ‘카눈’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여전히 뜨거운 물가로 자연재해까지 맞닥뜨린 취약계층은 올해 최악의 추석을 맞이할 수 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의 빅맥 햄버거 가격으로 따지는 ‘빅맥 지수’는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1월과 7월 빅맥 가격을 달러로 바꿔 발표한다. 빅맥 가격을 통해 각국 통화의 구매력과 환율 수준을 단순 비교해 평가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지난달 미국의 빅맥 가격은 5.58달러로, 올 1월 이래 4% 이상 올랐다고 보도했다. 특히, 빅맥 가격으로 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맥플레이션(McFlation)’ 지수는 지난 2012년 7월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세월이 변화하면 돈 굴리는 방법도 달라진다고 하는데, 돈 굴리는 방법보다는 물가를 쫓아가기가 더 힘든 시대가 돼버렸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과열되는 2차전지주 광풍, 이제는 경계해야 할 때
·
[가장 보통의 투자] 요즘 뜨는 사무라이 채권, 과연 리스크 없을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신혼부부 재테크의 시작은 '투명한 재무 공유'
·
[가장 보통의 투자] 새마을금고 뱅크런 조짐, 어떻게 볼 것인가
·
[가장 보통의 투자]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