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때 지리적 위치만큼 가까운 무역관계였던 한국과 중국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중국이 올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을 선언했음에도 경제 둔화가 심해지고 있고,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배치 이후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여전히 유지하는 탓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갈등에 사드 사태를 잊지 않은 국내 기업들이 대체 수출시장을 찾아 나선 것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 비판으로 가뜩이나 냉기류가 흐르는 양국 관계에 얼음을 끼얹으면서 이러한 탈(脫)중국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 대사는 6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배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한다”며 윤 정부의 외교정책을 겨냥한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윤 대통령이 6월 13일 국무회의에서 “싱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싱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우리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격에 맞지 않게 대사의 발언을 직접 문제 삼은 셈이지만 이는 국내 여론을 감안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중 경제 관계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만큼이나 멀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중국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 수는 3만 3301개사에서 2018년 3만 3799개사로 증가했다. 수출시장에 새로 뛰어든 기업 중에서 중국을 수출지로 선택한 기업도 2017년 1만 540개사에서 2018년 1만 1230개사로 늘어났다. 이러한 추세는 2019년부터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 수가 3만 3853개사로 2018년과 비교해 늘어났지만, 중국 수출 시장에 진입한 기업은 1만 1182개사를 기록하며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부터는 중국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 수 자체도 줄어들었다. 2020년 중국 수출 기업 수는 3만 2065개사로 1년 사이 1788개사나 줄었다. 중국 수출 시장에 신규로 들어온 기업 수도 2020년 9921개사를 기록해 1만 개사 아래로 내려왔다. 당시 코로나19가 유행 중이었지만 단순히 코로나19를 탓하기는 어렵다. 중국 수출 기업이 줄어든 반면 미국 수출 기업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기 업은 2019년 2만2188개사에서 2020년 2만4101개사로 늘었고, 미국 수출 시장에 새로 뛰어든 기업도 같은 기간 6990개사에서 8561개사로 증가했다.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 수는 이후에도 감소세를 계속했다. 2020년 3만 2065개사에서 2021년 3만 578개사로 줄어들더니, 2022년에는 2만 8701개사로 3만 개사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중국 수출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기업 수 역시 2020년 9921개사에서 2021년 9181개사로 준 데 이어 2022년에는 8013개사로 1168개사나 감소했다.
이처럼 중국과 수출 관계를 맺은 기업이 줄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대중 수출 규모는 98억 9900만 달러로 1년 전(132만 1400만 달러) 대비 25.1%나 감소했다. 특히 이는 지난해 6월(전년 동월 대비) 0.8% 줄어든 이래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1~7월) 대중 수출액은 700억 7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45억 9900만 달러)에 비해 25.9% 급감했다.
대중 수출이 줄어들면서 대미 수출과의 격차도 거의 사라졌다. 대중 수출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해 20년 전인 2003년 7월에 29억 6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대미 수출 규모(24억 9700만 달러)를 앞질렀다. 이후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해 2021년 만에도 대중 수출 규모가 대미 수출 규모의 2배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중 수출 감소와 함께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올해 7월에는 대중 수출액과 대미 수출액(92억 8300만 달러)와 격차는 6억 1600만 달러까지 좁혀졌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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