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장기 대여나 소유하는 방식이면 좋을 텐데, 매년 추첨으로 세대 창고를 배정한다고 합니다. 올해 당첨된다 해도 내년은 장담할 수 없어 신청을 망설이고 있어요. 공간 활용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고, 그때 다시 집으로 짐을 가져올 걸 생각하면 골치가 아픕니다.”
올해 초 서울 마포구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A 씨는 최근 아파트 지하 세대 창고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 지하주차장 옆 반 평 남짓한 전용 창고를 이용하는 비용은 1년에 24만 원.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추첨 방식이 걸림돌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선풍기나 여행용 캐리어 등 부피가 큰 짐들을 옮기고 실내 공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기울고 있다. 발코니가 없어 추가 수납공간이 아쉬웠던 점을 보완할 요소였다.
최근 신축 아파트들이 앞다퉈 고급화 전략을 펼치면서 세대 창고는 기본 옵션으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A 씨 아파트는 창고가 세대 수보다 적어 따로 신청을 받지만, 입주민들에게 세대당 창고 하나를 배정하는 곳도 많다. 8월 1일 1순위 청약이 진행된 경기도 광명뉴타운 내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는 일반분양분 전체에 창고를 기본 제공한다. 인천 주안10구역에 들어서는 ‘더샵 아르테’나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 ‘힐스테이트 원주레스티지’에서도 전 세대가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 창고가 별도로 마련된다.
#호응 높은 지하 창고, ‘기본 옵션’으로
세대별 창고는 입주민이 차량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편리하게 묵은 짐을 넣어 놓게끔 아파트 지하에 조성되는 시설이다. 건설사들은 홍보물을 통해 골프, 캠핑, 낚시 등 레저용품이나 계절용품 등을 보관할 때 유용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대 창고는 이미 대세가 된 ‘알파룸’, ‘베타룸’과 함께 서비스 면적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도입되고 있다. 알파룸과 베타룸은 아파트 평면 설계상 남는 내부 자투리 공간을 수납공간부터 드레스룸, 홈오피스 등으로 활용하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세대 창고도 2020년 전후로 적용하는 단지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가정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자 분양시장에서는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계획을 수정해 창고 규모를 확대하거나 새로 도입하는 단지도 늘어나고 있다. 부산 ‘양정 자이더샵 SK뷰’는 조합원 계약 당시만 해도 세대 창고 규모가 전 세대의 2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세대 1창고로 설계를 변경했다. 2025년 분양 예정인 광주 운암 3단지 ‘그랑자이 포레나’도 세대당 1개씩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둔촌주공에서는 모집공고문상의 설명을 두고 입주예정자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둔촌주공에는 평형별로 규모에 따라 1.5m×1.5m(0.68평), 1.2m×1.2m(0.43평), 1.0m×1.0m(0.30평) 등 총 3가지 크기의 창고가 마련됐다. 모집공고문은 “아파트 지하층에는 각 동별 세대창고 공간이 시공되며, 이에 대한 운영 및 이용, 시설에 대한 사항은 입주자협의체 등에서 결정해 사용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이에 따르면 선반, 캐비닛 등의 비품은 입주 후 주민협의체를 통해 추가해야 하는 상황인데 ‘조합원에게는 무상제공하고 일반분양자는 추가 비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조합에서 기타비용으로 처리해 문제없을 것”이라거나 “별도라면 공고문에 유상옵션이라고 기재를 정확히 했어야 한다” 등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세대 창고는 보통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전문 업체가 대형 캐비닛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도입된다. 설계 당시에 별도 공간을 빼놓는 절차도 필요하다. 결국 비용 문제와 얽혀 있다 보니 갈등 상황도 생긴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시공 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 때문이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은평구 DMC아트포레자이는 과거 입주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 결과 창고 신설이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도입 의지가 높아 입주자협의회가 갖춰지면 다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이어 “비가 많이 오는 경우도 고려해야 하고, 설계 단계에서는 창고 공간을 위한 에어컨과 조명 등도 조성한다. 기본 옵션으로 갖춰져 있으면 좋지만, 활용 방식에 따라 효용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분양시장에서 기본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계획 단계에서 세대 창고를 신설하거나 공사 중 추가하는 사례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요즘 아파트 면적이 적다 보니 내부 발코니를 다 터 놓는 상황이고, 서비스 공간 제공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세대 창고 시공비도 그렇게 많이 드는 공사는 아니다”라며 “효용이 크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아파트 값이 올라 소비자들의 니즈도 분명하다. 커뮤니티 시설이나 주차 시설에 비하면 중요도는 떨어지지만 프리미엄 요소처럼 만족도를 올려주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
레미콘 사업 털어낸 쌍용씨앤이, 재무구조 개선에 효과 있을까
·
병원예약앱 '똑닥' 유료화에 맘카페가 술렁이는 까닭
·
[단독] 원희룡 정말 몰랐나…대통령 처가 땅 측정한 국토부 문서 입수
·
승계작업 속도 내는 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 다음 단계는?
·
지국장이 방문점검원 목숨줄 좌우, 본사는 뒷짐…정수기 렌털업계 '갑질 논란'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