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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랜딩·올리브영 입점에도 적자…이니스프리, 아모레 '애물단지' 되나

상반기 실적 부진에 '리브랜딩 실패' 평가…이니스프리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 기대"

2023.08.02(Wed) 11:35:34

[비즈한국] 리브랜딩, 가격 인상, 유통 채널 확대…. 지난 상반기 이니스프리는 실적 개선을 위한 총공세를 펼쳤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익 개선에 나선 절박한 모습이었지만, 또 다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3월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한 이니스프리가 2분기 영업 손실 8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리브랜딩 효과 없었나, 2분기 적자 전환

 

아모레퍼시픽의 효자 계열사로 꼽히던 이니스프리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 2분기 이니스프리의 매출액은 675억 원, 영업 손실은 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2%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아모레 주요 계열사 중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곳은 이니스프리가 유일하다. 에뛰드, 에스쁘아, 아모스프로페셔널, 오설록 등 타 계열사는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올해 1분기에도 5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이니스프리가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지게 된 건 브랜드 리뉴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3월 대대적인 리브랜딩에 들어갔다. 브랜드 로고부터 콘셉트, 컬러 등을 바꾸고 오프라인 매장의 인테리어까지 손봤다. 현재 전체 오프라인 점포(278개)의 20%가량이 매장 리뉴얼을 진행했으며, 비용도 전액 본사에서 지원했다. 이니스프리 측은 “채널 재정비 및 중장기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 투자 확대로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니스프리가 리브랜딩에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리브랜딩 직후 소비자 사이에서 ‘이니스프리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잃은 것 같다’는 부정적 평이 쏟아졌을 때도 시간이 지나면 리브랜딩에 대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기대했다. 이니스프리 측은 당시 “캠페인 초반인 만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달라진 캠페인 방향성을 시장에 도입해 활용하면서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암울한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이니스프리를 보며, 업계에서는 사실상 리브랜딩이 실패했다는 평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 자체가 부진한 상황이다. 전체 산업 자체가 위축되면서 이니스프리도 존재감이 약해진 부분이 있다”며 “이를 감안하더라도 리브랜딩으로 재기를 노렸음에도 매출 효과가 따라주지 않은 것은 결국 리브랜딩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리브랜딩에 실패했다는 말이 이니스프리는 물론 아모레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니스프리는 이제 해외 시장의 성과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니스프리의 리브랜딩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브랜드의 새로운 변화를 담아낸 제품과 콘텐츠를 확산해 글로벌 대표 자연주의 브랜드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브랜딩 후에도 이니스프리가 실적 개선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리브랜딩이 실패했다는 평도 나온다. 이니스프리는 하반기 글로벌 시장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이니스프리 페이스북

 

#가맹점 달래가며 올리브영 입점했는데 매출 효과는

 

올 상반기 이니스프리는 실적 개선을 위한 총공세를 펼쳤다. 2월부터 최근까지 7회에 걸쳐 주요 제품 70여 개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니스프리 측은 제품 업그레이드 및 계속되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설명이지만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리브영 입점이라는 결단도 내렸다. 그동안 이니스프리 제품은 가맹점과 온라인 몰에서만 판매했으나 매출 증대를 위한 유통 채널 확대를 고민하다 결국 올리브영의 손을 잡았다. 현재 10여 개 제품이 올리브영에 입점돼 판매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과의 마찰도 불가피했다.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은 올리브영 입점이 가맹점 매출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했고, 이니스프리 측은 가맹점주협의회와 논의를 통해 상생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이니스프리는 가맹점주를 달래기 위해 가맹점주가 받는 공식 온라인몰의 수익 배분 비율을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아모레퍼시픽 자사몰에 이니스프리 제품을 입점할 때 직영몰 매출을 본사와 점주가 일정 비율로 공유하는 마이샵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번 올리브영 입점을 계기로 해당 수익 배분 비율을 기존 25%에서 28%로 상향 조정했다. 2019년 마이샵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수익 공유 비율이 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외부 온라인 판매 채널 특성상의 어려움으로 (올리브영 판매) 수익 분배는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상생을 위해 기존 공식 온라인몰의 수익 배분 비율을 지난 5월 상향 조정했다”며 “가맹점의 경쟁력 강화가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한 지원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니스프리는 올리브영에 인기 제품 10여 개를 입점하며 가맹점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마이샵 제도의 수익 공유 비율을 상향 조정했다. 사진=박해나 기자

 

가맹점주를 달래가며 유통 채널 확대에도 힘썼지만, 그 성과 역시 미미한 상황이다. 7월 31일 기준 올리브영 온라인 스토어의 판매 랭킹을 보면 이니스프리 제품 중 카테고리별 100위 내에 든 제품은 비타C 그린티 엔자임 잡티 세럼(60위) 한 개가 유일하다. 반면 아모레의 또 다른 계열사인 에뛰드의 제품은 11개가 판매 랭킹 100위 내에 올랐다.

 

에뛰드는 올리브영 입점을 계기로 실적 반등을 이뤄낸 이력이 있다. 2018년 적자 전환한 에뛰드는 올리브영에 입점한 2020년부터 적자 폭이 줄었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에뛰드는 계속된 적자로 ‘서경배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모레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가 이니스프리를 올리브영에 입점하면서 기대감이 컸다더라. 하지만 매출이 신통치 않아 실망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고 전했다. 

 

이니스프리 측은 올리브영 입점이 단순 판매 매출 증대보다 신규 고객과의 접점 확대 목적이었다고 강조한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신규 고객층 확보와 브랜드 매력도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기존 가맹점을 포함한 모든 채널에서 이니스프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올리브영에 입점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고객에게 브랜드 인지와 제품 경험 기회를 제공해 모든 경로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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