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 안팎에서 잡음이 이어진다. 적자를 낸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구조조정과 사업 개편에 돌입했다. 노동조합은 집회를 열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등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나섰다. 이와 함께 김 센터장의 ‘인맥 경영’ ‘지인 앉히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범수 사과하라” 카카오 아지트 앞에 모인 노조
지난 7월 26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 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크루 유니언’이 2018년 설립 이래 최초로 집회를 열었다. 이날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 검은 티셔츠를 입고 하얀 우산을 든 조합원 300여 명이 모였다. 조합원들은 “무책임 경영 회전문 인사, 김범수는 사과하라” “경영 실패 책임 떠넘기지 말고 고용안정 책임져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 노조가 거리로 나온 건 주요 계열사의 사업 실패와 적자 누적으로 인한 고용 불안이 커져서다. 노조는 집회에서 카카오의 사업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경영진의 사과를 요구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구조조정 자체가 아닌 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환 배치 등은 자주 있던 일이기 때문”이라며 “형식적으로라도 투명한 인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재발을 막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김범수 센터장에게 경영 위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계열사가 부실해진 배경에 잘못된 인사와 책임 회피가 있다는 것. 오치문 수석부지회장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영 실패에도 백상엽 전 대표는 사과 없이 떠나더니 고문 계약까지 했다”라며 “브라이언(김범수 센터장)은 자격 없는 대표를 선임했고,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크루들을 내몰았다. 김 센터장이 초래한 인맥 경영의 한계”라고 역설했다.
노조는 김 센터장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에서도 “김 센터장이 선임한 백상엽 전 대표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취득한 지식을 뽐냈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카카오의 문화와는 거리가 너무나도 먼 사람이었다”라며 “준비한 서비스도 없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분사하는 것에 많은 크루가 의구심을 가졌지만 브라이언은 우려를 무시하고 출범시켰다. 그 결과 회사는 회생 불가능해졌고, 고통은 크루가 받았다”라고 꼬집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19년 카카오 사내 독립 기업(CIC) ‘AI 랩’을 분사해 출범한 회사다. 분사 후 외형은 커졌지만 이익을 내지 못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현재 클라우드 CIC 이외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공동체 이동 지원 프로세스 및 전직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7월에는 클라우드 외 사업을 중단·축소·이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인력 감축 규모를 정하지 않았고, 희망퇴직을 원하지 않는 구성원은 회사에 남을 수 있다고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면서 나머지 사업은 종료할 가능성이 높다. 타 계열사로 옮긴 이들 사이에선 사업 및 지분 관계를 모두 정리하면 클라우드 CIC에도 변동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나온다.
#영업손실 커지는 계열사 “경영진은 건재, 직원은 구조조정 고통”
실제로 카카오 주요 계열사의 상황은 좋지 않다. 2023년 상반기 카카오 기업집단 설명서에 따르면 계열사 수는 126개로, 주요 계열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브레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헬스케어 △그라운드엑스 △카카오벤처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스타일이다. 일본 법인인 카카오픽코마까지 포함하면 13개다.
주요 계열사 중 2022년 적자를 낸 곳은 절반(7개)에 달한다. 손실 규모가 가장 큰 곳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지난해 1406억 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냈다. 카카오스타일은 518억 원, 카카오페이 455억 원, 카카오브레인 301억 원, 카카오인베스트먼트 285억 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138억 원, 카카오헬스케어는 8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카카오엔터프라이즈·스타일·페이의 경우 수년째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적자를 낸 계열사들은 인력 감축에 나섰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더불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6월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NCP)이라는 퇴직 제도를 시행했고, 게임 ‘아키에이지워’를 제작한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도 희망퇴직과 전환 배치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 김범수 센터장의 인맥 경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위기 때마다 경영진 자질이 의심받아서다. 그동안 카카오나 계열사 대표를 김 센터장이 몸담았던 NHN·다음·삼성SDS·한게임 출신 인물이 맡으면서, 김 센터장의 ‘내 사람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사건이 대표적이다. 류 전 대표는 삼성SDS 출신으로 2021년 회사 상장 한 달 만에 주식을 매각해 지탄 받았다. 그 여파로 류 전 대표는 사임하고 카카오 대표 내정자에서도 물러났지만, 카카오페이 고문으로 돌아오면서 ‘회전문 인사’ 논란이 일었다.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김성수 대표와 이진수 대표도 각각 온미디어, NHN을 거친 인물로 김 센터장과 인연이 깊다.
위기에 놓인 카카오를 이끄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2022년 카카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취임한 남궁훈 전 대표나, 데이터센터 화재로 남궁 대표가 사임하자 뒤를 이은 홍은택 대표도 한게임·NHN 출신의 김 센터장 인맥으로 꼽힌다. 카카오 계열사의 한 개발자는 “브라이언과 긴밀한 사이인 사이먼(홍은택 대표)이 이슈 수습이나 외부 협상은 잘하는지 모르겠지만, 카카오의 사업 방향이나 경영 면에서 고민하는 것 같진 않다”라고 털어놨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몇몇 계열사에서 무리한 투자나 사업 확장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경영진은 남거나 고문으로 돌아오고, 크루들만 희망퇴직이나 다른 계열사로 내몰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라며 “앞으로 경영진을 선임할 때 김 센터장의 ‘지인 돌려막기’는 그만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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