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군무 이탈 체포전담조(D.P.)가 돌아왔다. 2021년 8월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는 2014년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군대의 극악한 현실을 낱낱이 그려내며 군필자들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만든 수작. 2년 만에 돌아온 시즌2는 시즌1 엔딩에서 있었던 김루리(문상훈)의 총기난사 에피소드로 전개를 이어간다.
시즌1에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던 조석봉(조현철)의 자살 시도 이후, 군 당국은 사건을 우울증을 앓던 조석봉의 개인적인 일탈로 은폐하려 든다. 이에 군무이탈 담당 수사관인 박범구(김성균) 중사는 거세게 반발하지만, 임지섭(손석구) 대위는 이 사건에 얽혀 있는 한호열(구교환)과 안준호(정해인) 등을 생각해서라도 사건을 덮는 데 동의하자고 설득한다. 그러던 중 조석봉의 친구였던 김루리가 사건이 조석봉의 개인 일탈로 은폐되는 뉴스를 보고는 내무반에서 총기를 난사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
시즌1이 탈영한 군인을 잡는 디피의 활약을 내세워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담아냈다면, 시즌2는 그 폭력과 부조리를 유지하게(?) 만드는 거대한 시스템을 전면으로 부각시킨다. 김루리 총기난사 사건은 이미 일개 사병에 불과한 디피의 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수준. 그렇기에 시즌2에서 시스템의 유지자로 설정된 구자운(지진희) 준장과 그의 수하인 오민우(정석용) 준위 대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려는 박범구 중사와 임지섭 대위의 대립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구자운 준장과 오민우 준위, 그리고 임지섭의 전처인 서은(김지현) 중령 등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을’ 군 시스템을 상징한다. 특히 온갖 더러운 짓을 시키고 실행하는 구자운 중장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눈 하나 깜짝 않고 순식간에 사람들을 무력화시키는 오민우 준위를 손자와 함께 레고 만드는 약속을 중요시하는 할아버지로 설정하여, 거대한 악으로 보이는 시스템의 개개인 또한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로 그려내며 무서움과 함께 현실에 대한 지독한 답답함을 이끌어낸다. 중간에 서은 중령이 마음을 달리 하면서 포지션이 바뀌긴 하지만, 그 또한 군대 내의 부조리를 폭로한다는 게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현실임을 너무나 잘아는 인물.
그렇기에 ‘디피’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한층 무겁고 암울하고 답답하다. 조석봉 사건과 김루리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2014년 전국에 회고되었던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를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윤 일병 사건과 따돌림과 각종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전우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 사건을 뜻함)’을 떠올리게 하며 엄혹한 군 현실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이러니 시즌2 초반에 군병원에 입원 중인 한호열이 정신적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도 과하지 않다. 시즌1에서의 “호랑이 열정” 한호열과 “준이에요” 안준호 콤비의 개그감 넘치는 콤비 플레이를 기대했다면-물론 그런 장면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쉬움이 클 듯하다.
시즌2의 큰 줄기는 김루리 총기난사 사건이 중심이지만, 군대 내 성 소수자자를 향한 차별과 괴롭힘으로 탈영한 장성민(배나라) 에피소드나 어떤 사건이든 은폐될 수 있을 것이라 보이는 GP(비무장지대) 내에서 벌어진 나중석(임성재) 하사의 죽음과 그 사건의 진실의 키를 쥔 신아휘(최현욱) 병장 이야기 등을 담으며 군대라는 시스템에서 누구든 탈영할 수 있고, 누구든 미쳐 버릴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시즌1에서 탈영했다 자살한 신우석(박정우) 이병의 누나 신혜연(이설)이 군 인권 보호센터 간사로 일하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라도 무엇이든 바뀌어야 함을 몸소 선보이는 등 군대 밖의 이야기도 담아낸다.
거대한 시스템의 부조리와 그에 대항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디피’ 시즌2는 시즌1에 비해 다소 톤앤매너가 다소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 어수선함을 붙잡는 건 배우들의 호연과 시즌1과 마찬가지로 진득하게 이어지는 사회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다. 시즌1에서 징계와 전출로 끝나며 시즌2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였던 박범구와 임지섭이 한호열-안준호 못지않은 콤비로 활약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박범구를 연기한 김성균은 이번 시즌의 히어로라 불릴 만하다. 대부분 선역 위주로 활동하던 지진희와 정석용의 악역 연기는 시즌2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부분인데, 절제된 표정과 몸짓으로 카리스마 넘치게 상대를 제압해 나가는 정석용의 액션 연기는 압권 그 자체.
특별출연으로 짧게 등장하는 시즌1의 황장수(신승호)와 조석봉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현실의 막막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꾀해야 하는 한다는 드라마 전체의 메시지를 담은 인물들이다. 시즌3가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황장수와 조석봉의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디피’의 의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를 잊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강렬한 메시지 말이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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