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정부는 10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맞춰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기회발전특구’ 정책 추진을 공식화했다.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이명박 정부의 광역 경제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문재인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 등에 이은 또 하나의 지역균형발전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기회발전특구가 과거 정부가 내놓은 특구들과 달리,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상향식 운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능력에 따라 성과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파격적 지원 혜택을 위한 세법 개정도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인 데다 기존 정부가 지정해놓은 특구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또 역대 정부들의 지역균형발전 노력에도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경제비중은 물론 인구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등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어 성과를 미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는 1년 전에 총 6개의 국정목표를 내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였다. 이를 위해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 촉진’을 추진하기로 하고 주요 정책 수단으로 ‘기회발전특구’를 제시했다. 과거 중앙정부가 특구를 지정하는 것과 달리 지자체가 기회발전특구를 지정하고 세제 혜택과 규제개혁, 인센티브 제공 등을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지역 균형발전의 근간을 이뤄왔던 법률부터 뜯어고쳤다. 20년 전에 만들어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과 10년 전에 제정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계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폐지하고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만든 것이다. 이 법에 기회발전특구를 명시함으로써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과거 정부들은 출범과 동시에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등에 근거해 각종 정책을 추진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내세워 세종시를 만들고, 혁신도시 등을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나누고, 지역특화발전과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힘을 쏟았다. 박근혜 정부는 지역 곳곳에 창조혁신센터를 구축했고, 문재인 정부는 혁신도시 시즌 2와 도시 재생 뉴딜, 거주강소지역 등을 추진했다.
문제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 이후 20년간 이러한 노력에도 수도권과 지역 간의 격차가 갈수록 커졌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49.4%에서 2004년 48.5%로 떨어졌지만,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 49.6%로 다시 올라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49.3%까지 다소 하락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상승해 2015년에 50.1%로 절반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욱 심해져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에는 수도권 비중이 52.8%까지 늘어난 상태다.
수도권에 대한 인력 집중도 지난 20년간 심해졌다.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전국 경제활동인구(만 15세 이상 인구 중 직장을 갖고 있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인구) 중에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7.9%였으나,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49.5%로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0년에 50.1%로 50%대를 돌파한 뒤에는 50%대 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51.1%까지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에는 50.9%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과거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전국 각지에 특구는 넘쳐나고 있다. 이서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22년 8월 기준으로 전국에 909개 이상의 특구가 존재하고 있다. 지역특화발전특구 206개와 관광특구 40개, 연구개발특구 5개, 강소연구개발특구 12개, 경제자유지역 9개 등이 대표적인 특구다. 이러한 특구 지정에도 경제 생산과 인력은 수도권에 더욱 몰리는 등 지역균형발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회발전특구도 자칫 과거 특구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기회발전특구를 명시했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조세 관련 법률을 개정하지 못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기업들에게 소득세와 법인세, 지방세 등에 대한 감면 혜택을 줄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기회발전특구 추진은 법으로 정해졌음에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금 전국에 산재해 있는 특구 중 하나가 되지 않게 하려면 빠른 시일 내에 세법 등을 개정하는 것은 물론 특별법 제정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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