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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트와 배달치킨 칼로리는 아무도 몰라? 영양성분 표시 안 하는 까닭

조리법 따라 성분 달라지는 탓에 의무대상 제외…전문가 "업체가 자체 측정하는 방식 바꿔야"

2023.07.31(Mon) 09:36:41

[비즈한국] 영양성분 표시 대상 식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가공식품을 위주로 영양성분이 표기됐는데, 최근 밀키트, 배달 음식 등의 소비가 증가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한국소비자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은 표시 대상 확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존 영양성분 표기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상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영양성분 표기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회의는 지난 3월 밀키트에 영양성분 표기를 의무화해달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사진=소비자주권시민회의 ​

 

#밀키트·치킨 모두 영양성분 표시 대상 아냐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영양표시 대상 식품은 ‘과자류, 빙과류, 두부류, 레토르트식품, 면류, 음료류’ 등이다. 식약처는 기존 115개 품목에서 떡류, 김치류 등을 추가해 2021년 176개 품목으로 의무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식품이 많아 표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2년 9월 한국소비자원은 대부분의 밀키트에 영양성분 정보가 없다며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요한 재료와 양념이 정량으로 돼 있는 밀키트의 시장 규모는 커지는데, 이에 비해 제공되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조사 대상 16개 제품 중 1개만 자율적으로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한 끼 식사로 섭취하는 제품인 만큼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영양성분을 확인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양성분 표시 예시. 사진=한국소비자원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역시 2023년 3월 성명을 내고 “밀키트는 현행법상 ‘영양표시 의무 대상 식품’이 아니어서 영양성분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밀키트는 나트륨과 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간편조리식품이다. 밀키트에 영양성분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2년 11월에는 식약처도 나섰다. 현행법상 치킨은 영양성분 표시 의무 대상이 아닌데, 국민 선호도가 높은 만큼 치킨에도 영양성분 정보를 제공해달라며 관련 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표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식품 업계 “영양성분 표기 어려워” 전문가 “표기 방식부터 개선해야”

 

그러나 현장에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여러 밀키트 제품에는 영양성분이 기재되지 않았다. 치킨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에서는 영양성분을 기재하지 않았다. 일부 업체는 영양성분 없이 알레르기 유발 원재료만 표기한다. 

 

대형마트에서 팔고 있는 밀키트 제품. 영양성분은 표시되지 않았다. 사진=전다현 기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양성분은 식품을 섭취하는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필요한 정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영양정보가 포함돼야 한다. 새롭게 출시하는 밀키트 등에 빠지지 않고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영양성분을 기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키트 등 제품들은 영양성분이 변할 수 있는 식품들이다. 처음 조사해서 영양성분을 기재했는데, 수치가 변하면 바로 과태료 대상이 된다. 수십만 개 제품을 생산하는데 그 중 하나라도 영양성분이 달라지면 처벌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영양성분 표시 대상 확대도 마찬가지다. 유관 기관 관계자들은 영양성분 등 식품표시 규정을 확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양성분을 자율적으로 표시하도록 독려한다. 치킨이라는 튀김 식품 특성상 영양성분을 평균 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의무로 규정하기는 조금 어렵다. 다만 그런 요구가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표시하도록 협의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밀키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밀키트의 영양성분 기재는 의무가 아니다. 다만 사업자들에게는 기재하도록 권고했다. 기존 포장지 재고 소진 후 반영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밀키트에 영양성분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것은 최근 국회 등에서 논의 중이다. 필요성을 논의하고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의는 이뤄지지만 실제 영양성분 표시 대상 확대는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는 지금의 영양성분 표시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표시 대상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윤지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영양성분 표시 대상 확대는 건 필요하지만 현재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금의 영양성분 표시 제도는 기재한 성분과 다르면 문제 삼는다. 그런데 완전 가공 식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양성분이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염식으로 가공해 판매했는데, 보관을 잘못해 염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밀키트 등도 조리 방식에 따라 영양성분이 달라진다. 지금은 이 중 하나만 달라져도 업체가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판매 업체가 자체적으로 영양성분을 측정해 표기하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양성분 기재 대상 확대와 업계 협조가 동시에 실현되려면 영양성분을 제조 당시 측정해 식약처가 인증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국가적인 데이터베이스가 확립돼야 한다. 이러면 식품이 유통 후 변했다고 하더라도 업체가 처벌 받지 않고, 정부에서도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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