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견 화학 그룹 KPX그룹의 창업주 양규모 KPX홀딩스 이사회 의장이 장남 양준영 회장에게 최근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꼼수 승계’ 논란이 일고 있다. 양 의장이 보유하던 지주사 지분을 양 회장의 개인회사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는데, 주식을 아들에게 직접 증여하는 대신 아들의 개인회사를 최대주주로 만들어 증여세를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한화케미칼이 KPX화인케미칼 인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 양준영 회장이 기념 촬영한 모습. 사진=한화그룹 제공](/upload/bk/article/202307/thumb/26028-63032-sampleM.jpg)
KPX그룹은 화학지주사 KPX홀딩스가 정점에서 자회사 KPX케미칼·KPX개발·KPX글로벌·진양홀딩스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이번 승계를 통해 KPX홀딩스 위에 양 회장의 개인회사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자리한 ‘옥상옥’ 구조로 바뀌었다.
KPX홀딩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분율은 11.24%에서 23.86%로 상승했다. 2대 주주는 10.40%를 보유한 양준영 회장이다. 양규모 의장(4.04%)의 지분율은 KPX문화재단(4.73%)보다 더 낮아졌다.
양규모 의장이 세 차례에 걸쳐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매각한 KPX홀딩스 주식은 53만여 주이며 총 매각가는 270억 원 수준에 달한다. 올해 4월 17일 12만 7000주, 5월 31일 31만 8906주, 6월 2일 8만 5294주를 넘겼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두 번째 블록딜 이전에 계열사 진양홀딩스 지분 11.63%를 KPX홀딩스에 매각해 210억 원가량을 확보했다. 자금 확보와 동시에 지배구조 단순화도 꾀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규모 의장이 양준영 회장에게 KPX홀딩스 지분을 증여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 할증 등을 포함해 최대 60%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에 직접 증여가 아니라 개인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증여세 부담을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씨케이엔터프라이즈를 통해 2008년부터 KPX홀딩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주 수입원이 손자회사 격인 진양산업의 해외 종속회사 비나폼(VINA FOAM)과의 내부거래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매출 101억 원 중 96억 원이 비나폼과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으며 10년 전부터 비슷한 형태로 유지된 것으로 알려진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외형이 급격히 성장한 시기와 맞물린다.
진양산업은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스폰지 원료 수출영업권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양도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KPX케미칼로부터 상품을 매입한 후 비나폼에 넘겨 매출을 올리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온 셈이다. 지난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KPX케미칼로부터 74억 원 가량의 상품을 매입해 이를 비나폼에 96억 원에 팔아 약 20%의 수입을 챙겼다. 2021년에는 진양산업이 수출영업권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무상으로 넘겨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양 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진양산업에 과징금 13억 6200만 원,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2억 7300만 원을 부과했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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