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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체감기온 섭씨 34도, 폭염과 땡볕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

온열질환 예방 수칙은 권장사항에 그쳐…작업자들 "실제 근무 환경 고려 안 해"

2023.07.26(Wed) 14:07:41

[비즈한국] 지난달 19일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를 하던 30대 남성 근로자가 숨졌다. 사인으로는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가 지목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재는 152명(사망 23명)에 이른다. 온열질환은 6~8월에 발생하며, 특히 7~8월에 90% 이상 집중(140명, 92.1%)됐다. 올해는 6월 중순부터 폭염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더위가 빨리 시작해 사업주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어선 지난 24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 아울렛, 백화점 등을 방문해 내리쬐는 햇볕 아래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근무 환경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서울의 한 아울렛 주차장에서 직원들이 물건을 나르고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쉬라고 하지만…업무 특성상 어려워”

 

24일 오후 12시 30분 서울의 한 아울렛 야외 주차장. 흰색 주차 차단기가 연신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줄지어 서 있는 차들은 경광봉을 든 주차요원 A 씨​만 바라보며 자리가 생기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차량 한 대가 나가자 A 씨​는 빈 공간을 가리키며 주차를 유도했다. 안내는 40여 분간 이어졌고, A 씨​가 착용한 베이지색 모자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주차장 이곳저곳을 계속 돌아다녀야 하는 데다 숨 돌릴 그늘막도 없었지만 A 씨는 “돈 벌자고 하는 일인데 쉬운 게 있겠나”라며 들어오는 차량을 맞이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반대편 주차장에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그늘막이 설치돼 있었다. 차량이 ​밀려드는 ​탓에 A 씨​는 1시간 정도 지난 후에야 그늘막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늘막 안은 한 명이 서 있기에도 비좁은​ 데다 탁자 위에는 생수, 공기순환기, 경광봉, 업무기록지 등 갖가지 물건이 가득해 휴게 공간으로 편히 이용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게다가 주차장 한가운데 위치해 사방에서 햇빛이 쏟아지자 A 씨​는​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이곳 주차요원들은 2시간 혹은 3시간 근무 후 1시간 휴식하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회사에서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동료와 번갈아 가며 ​틈틈이​ 건물 입구 쪽에서 쉴 것을 권장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주차 업무 특성상 한 명이 도맡아 하기 어렵다. 들어오는 차는 줄을 세워야 하고, 공간이 생기면 바로 안내를 해야 한다. 두 명이 하지 않으면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나이가 조금 있는 분의 경우에는 근무하다가 자리를 비우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카트 정리 업무를 하는 이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만난 B 씨는 “회사에서는 이동 동선을 실내로 하고, 야외에선 최대한 많이 몰아서 가라고 한다. 그러나 카트가 모여 있는 곳이 건물 밖인 경우가 많은 데다, 건물이 3개나 되다 보니 아무리 동선을 건물 내로 하려 해도 한계가 있다. 중간중간 지하 쪽을 지나가면서 더위를 식히는 게 전부”라며 “회사에서 목에 걸 수 있는 선풍기나 얼음팩 등을 제공하지만 업무 중 사용하기에는 쉽지 않다. 쓰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자에 장갑까지 꼈는데…공기순환장치까지 갈 시간도 부족

 

해가 들지 않​는 지하 주차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여건이 조금 낫지 않을까. 그러나 현장을 살펴보니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의 한 백화점 지하 2층 주차장. 주차 안내가 한창이다. 모자, 마스크에 흰색 장갑으로 중무장한 주차요원은 앞, 뒤, 옆에서 나오는 차량에 목적지를 물은 후 방향을 가리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배송 차량과 방문객 차량이 함께 내뿜는 열기 때문에 기자가 취재하는 40여 분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았음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주차요원은 다섯 발자국 거리의 공기순환장치로 가려 했지만 ​연이어 밀려 들어오는 차량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주차요원에게 휴게 공간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으나 “​우리는 하청업체 소속이어서 언론 인터뷰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대형마트 지하 3층에서는 배송 상품 분류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보통 물류 작업은 업무 강도가 높아 공기 순환이 잘 되며,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실내 공간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이들은 환기조차 어려운 공간에서 근무 중이었다. ‘주차장 환경개선 공사 중’ 안내문이 붙은 간이 파티션 안쪽에서는 직원들이 카트에 담긴 물품을 꺼내 파란색 바구니에 옮겨 담고 있었다. 진열대 반대편에는 환기구로 보이는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연신 나왔고,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의 이마와 콧등엔 땀방울이 맺혔다.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공기 자체가 덥고 순환이 되지 않는 탓에 선풍기가 냉방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바로 앞에 주차된 배송 차량에 휴지와 생수 등을 옮겨 담던 한 중년 남성은 덥지 않은지 묻는 질문에 “보직 좋은 사람들은 안에 시원한 데서 일하는 거고 우리는 조금 덥지”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곳은 건물 내부와 연결되어 있었지만, 물류 작업이 진행 중인 지하 주차장 공간까지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지는 않았다. 

 

서울의 한 백화점 주차장 내부에 마련된 공기순환장치. 사진=김초영 기자

 

이날 마트를 방문한 조 아무개 씨(52)는 “원래 이쪽 주차장을 잘 오지 않았는데, 저번에 길을 잘못 들어서 왔다가 조금 놀랐다. 제대로 된 냉방시설도 없이 계속 작업하는 걸 보고 배송 주문을 하기보다는 직접 와서 조금씩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마트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도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 많은데, 여기도 조금 신경을 써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온열질환 예방 수칙

 

정부는 매년 여름철 폭염대책기간(5월 20일~9월 30일)을 운영한다. 고용노동부가 배포하는 ‘온열질환 예방 3대 기본수칙’에 따르면 건설 현장 등 실외 작업장과 실내 작업장(실내 전체에 냉방 장치 설치가 어려워 외부 기온에 따라 실내 온도가 영향을 받는 장소)은 각각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와 가까운 곳에 그늘진 장소(휴식공간)를 마련하고, 상시 작업이 있는 장소에 관리온도 범위를 정해 일정 수준 이내로 유지되도록 온습도계를 비치하고 국소냉방장치 등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폭염특보(주의보·경보) 발령 시에는 10~15분 이상 규칙적으로 휴식을 부여해야 하며, 무더운 시간대(14~17시)에는 휴식을 부여해 옥외작업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 수칙은 권장사항에 그쳐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재 인정 건수는 2020년 13건에서 2021년 19건, 2022년 23건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유통업체는 실외 근무자를 대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정하거나, 탈수 예방을 위한 식염 포도당을 제공하는 등 자체적으로 수칙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작업자들은 “실제 근무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폭염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사업주의 부담 등을 이유로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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