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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기술침해 논란' LG·롯데는 합의, 카카오는 '다른 길' 선택한 까닭

LG·롯데는 중기부 '기술분쟁 조정' 받아들여…골프존 이어 두 번째 고발 당한 카카오VX는 소송으로

2023.07.26(Wed) 14:32:47

[비즈한국]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탈취 공방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조정을 통해 마무리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논란이 됐던 영양제 디스펜서(자동분배기기) 사업을 철수했고 ‘타투 프린터’ 아이디어 도용 갈등을 벌였던 LG생활건강과 스타트업도 상생합의를 이끌어냈다. 갈등을 겪던 기업들이 함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산업 성장에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소모적인 비방전도 하나둘씩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중소업체가 예전처럼 조용히 당하기보다 반격을 택하는 선례가 마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제 관심은 두 계열사가 동시에 도용 의혹을 받는 카카오로 향한다. 중기부가 카카오와 상대 기업에 기술 분쟁 조정을 진행할 것인지 의사를 확인했지만 양측은 여전히 날을 세우고 있다. 골프 사업 관련 계열사 카카오VX의 경우 민·형사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카카오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신사업들이 구설에 오르면서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두 계열사에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양측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연합뉴스

 

#LG·롯데 상생 합의, 롯데는 사업 철수까지

 

카카오는 기술탈취 공방을 다투는 상대 기업 두 곳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중기부로부터 조정 진행 여부를 제안 받았지만 실제로 합의 절차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롯데헬스케어나 LG생활건강 사례와 같이 중기부의 중재를 받아 상대 기업과 합의를 시작할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카카오VX는 시장에 먼저 진출한 경쟁사 스마트스코어와 기술 침해 분쟁 중이고, 카카오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담당하는 카카오헬스케어도 스타트업 닥터 다이어리와 아이디어 도용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카카오는 롯데와 달리 중기부에 기술분쟁 조정이 신청된 사례는 아니다. 기술분쟁 조정 제도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중기부 분쟁조정위원회가 당사자 간의 원만한 타협과 신속한 분쟁 해결을 돕는 제도다. 피해를 주장하는 스마트스코어와 닥터다이어리가 지난 4월 각각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신청해 관련 조사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중기부는 조정중재 제도를 이용해 기업 간 분쟁을 해결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12일 LG생활건강과 프링커코리아의 아이디어 탈취 공방에 대해 양측 간 조정이 마무리됐고 얼마 전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도 조정에 최종 합의했다. 정차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의 권리도 법적으로 보호 받는 흐름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라며 “예전엔 중소기업의 반발로 대기업이 사업을 철수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과거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합의를 통한 분쟁 종식 사례가 나와 카카오에도 기술분쟁 조정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 중기부가 중재에 나서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와 별개로 행정조사 신고 건에 대해서는 조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태블릿PC 기반 골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가 자사의 주요 솔루션과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카카오VX 유튜브 홍보 영상 캡처


#또 고발된 카카오VX, 경쟁사 기술 탈취 의혹 제기  

 

하지만 카카오가 대기업 ‘동기’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스코어의 공세를 받고 있는 카카오VX는 현재 관련 소송 세 건이 진행 중이다. 스마트스코어는 2015년 태블릿PC 기반의 골프장 경기 관제 및 스코어 관리 솔루션을 개발·판매했다. 스크린골프가 주력이던 카카오VX가 이 시장에 진출한 건 2021년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지난 4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VX를 형사 고발했다. 스마트스코어 측은 카카오VX가 2021년부터 2년간 801회에 걸쳐 자사의 내부시스템에 접속, 관리자 페이지에 총 577차례 무단 침입했다고 주장한다. 해킹으로 얻은 기밀자료를 카카오VX 솔루션 개발에 참고하고 영업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스마트스코어는 앞서 지난 2월에 카카오VX가 자사 기술을 모방했다며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쟁사가 카카오VX를 고발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특허법원은 지난 4월 골프존이 카카오VX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골프존의 스크린골프 장치에 관한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해 카카오VX에 19억 2000만 원을 지급하고 관련 제품을 모두 폐기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카카오VX


카카오 측은 스마트스코어의 주장에 대해 “당사로 이직한 직원이 이전에 사용하던 본인 계정으로 스마트스코어의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했다”며 선을 그었지만, 스마트스코어는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중기부 기술분쟁 조정 제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 법정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박노성 스마트스코어 부대표는 “소송의 유불리를 떠나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상당히 많은 증거를 확보했다”​며 “​부당 행위에 대한 사과와 손해배상이 필요하다. 합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피해 보전 등 여러 측면에서 중기부의 조정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기술 침해 사실 없다​” 법정 싸움 본격화

 

스마트스코어와 닥터다이어리는 공동대응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브레인과 사업 면담을 하면서 자료를 제공했는데 카카오헬스케어가 이를 표절해 지난 3월 이와 비슷한 사업을 내놨다고 주장한다. 닥터 다이어리에 초기 투자한 투자사의 임원이 카카오헬스케어에 입사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사진=카카오 제공


이에 카카오는 기술 및 아이디어 침해 사실이 없다며 맞서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기술 침해라는 주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 아직 서비스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고 기술적인 기반도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카카오VX 관계자는 “증거는 법정에서 다퉈야 하는 문제”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양 측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카카오 신사업의 향방도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하는 데만 2~3년 정도 소요되는 데다 기술침해 소송에선 증거가 침해 의혹을 받는 기업 쪽에 있는 경우가 많아 정황만으로 소송의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다. 카카오 계열사를 상대로 행정조사를 진행 중인 중기부도 법원의 판단을 주시하고 있다. 행정가처분 결과는 1~2주 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소송이 본격화하면 주요 인력의 이동이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정차호 교수는 “공개된 기술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때 이직한 직원이 전 회사에서 취득한 영업 비밀을 활용했는지, 두 회사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을 입증하는 것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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