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전자가 ‘UP 가전(업 가전) 2.0’을 발표했다. 2022년 1월 업 가전을 처음 발표한 후 1년 반 만에 진화한 신사업을 공개한 것. LG전자는 업 가전 2.0을 중심으로 가전 사업을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생활 솔루션’으로 확장하고, 구독 사업에 진출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겠다”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초개인화’ 업 가전 2.0 발표, 구독 사업 진출
LG전자가 사용자 맞춤형 가전 판매와 서비스 구독 사업에 나선다. LG전자는 25일 업 가전 2.0을 공개하고 생활가전 사업을 제품 중심에서 정기 구독, 부가서비스 등으로 확대한 ‘스마트홈 솔루션’ 사업을 발표했다. 가전과 함께 청소, 빨래 등 가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제품은 렌털·구독으로 판매하는 것이 향후 가전 사업의 핵심이다.
LG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H&A 사업본부장인 류재철 사장은 “고객은 미래 가전이 생활 패턴을 이해하고 알아서 맞춰주길 바란다. 집 전체가 거대한 가전이 되는 것이다. 12일 ‘스마트라이프 솔루션 기업’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는데, 업 가전 2.0이 그 첫걸음”이라며 “LG전자의 목표는 고객의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다. 아무도 안 가본 길이라도 고객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길이라면 묵묵히 나아가겠다”라고 밝혔다.
LG전자의 야심작 업 가전 2.0이란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개인의 취향과 생활방식에 맞추는 ‘초개인화’ 가전이다. 업 가전 2.0에는 LG전자가 3년에 걸쳐 개발한 AI 제어, LCD 구동, 음성인식 등이 가능한 특화 칩인 DQ-C 칩셋과 가전 전용 운영체제(OS)가 탑재됐다. DQ-C 칩셋과 가전 OS는 업 가전 2.0 제품에만 탑재하며, 프리미엄 제품부터 적용해 장기적으로는 보급형까지 전 라인에 적용할 계획이다. 전용 OS는 세탁기와 건조기 제품부터 적용한다.
소비자는 업 가전 2.0 제품을 주문할 때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ThinQ)’ 앱에서 자신의 생활 패턴과 원하는 기능 등을 입력하면, 제품을 받은 순간부터 사전에 선택한 옵션을 적용한 맞춤형 제품을 쓸 수 있다. 류 사장은 “스마트폰은 자신이 원하는 앱만 설치하는 등 맞춤형으로 쓰지 않나”라며 “가전도 기능부터 서비스까지 고객이 원하는 대로, 개인에게 맞는 가전을 쓸 수 있도록 칩셋과 OS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차세대 가전인 업 가전 2.0을 발표하면서 구독 사업을 시작했다. LG전자는 3분기 기존 렌털 사업을 구독으로 통합 운영할 계획이다. 업 가전 2.0 구독 방식은 이렇다. 소비자는 3~6년 중 원하는 기간을 선택해 제품을 주문한다. 3년 계약 시 구독이 끝나면 반납·인수·재구독 중 선택하고, 4년 이상 구독하면 계약이 끝나고 제품을 소비자가 소유할 수 있다. 구독 비용에는 케어 서비스가 포함돼 특정 주기로 제품 방문 관리가 이뤄진다.
구독 비용은 제품마다 다른데, 건조기는 3년 계약 시 5만 원대, 4~5년에 4만 원대, 6년에 3만 원대로 형성됐다. 제품 단가가 낮은 공기청정기는 1만~2만 원대다. 현재 LG전자 온라인 브랜드숍에선 세탁기·의류 건조기·공기청정기·냉장고 4종의 업 가전 2.0 구독 신청이 가능하다.
LG전자는 제품 구독에 O2O(온·오프라인 결합) 서비스를 결합했다. 소비자는 업 가전 2.0 가전을 주문하면서 빨래, 청소, 반찬·식재료 주문, 세제 주문, 짐 보관 등 LG전자와 제휴를 맺은 가사 서비스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런드리고·우유창고·대리주부·미니창고 다락·더반찬&·LG생활건강 등 6개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제휴 업체는 추가될 예정이다. 제휴 서비스도 매월 비용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매월 제품 대여 비용과 서비스 비용을 합한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LG전자는 점진적으로 전 제품을 업 가전 2.0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업 가전 2.0으로 전환하면서 가격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 사장은 “신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OS 개발을 구상했고 이번에 실현한 것”이라며 “보급형을 포함한 모든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전용 OS와 칩셋을 개발했다. 현재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라고 답했다.
#1세대 구매자 불만 나올 수 있어
하지만 업 가전 2.0이나 제휴 서비스가 시장에서 당장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출시한 1세대(1.0) 업 가전을 구매한 소비자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LG전자는 2022년 1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로 신기능을 탑재하는 업 가전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업 가전 2.0은 1.0보다 진화한 스펙을 갖췄다. 1.0 제품에는 2.0에 탑재한 스마트 가전용 DQ-C 칩셋과 가전 OS가 없다. 가전에 신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점은 같지만 전용 OS와 AI 칩셋 등을 갖춘 2.0 제품이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더 특화됐다. 이렇다 보니 고가의 업 가전 1.0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선 불과 1년 만에 차세대 제품 및 신규 서비스가 나온 것이 불만일 수 있다. 올해 출시한 제품 중에는 아직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지 않은 것도 있다.
업 가전은 7월 기준 누적 판매량 250만 대를 달성하는 등 적지 않게 팔렸다. LG전자는 지금까지 식기세척기, 정수기, 스타일러, 안마기 등 업 가전 1.0 60종을 출시하고, 250여 개의 업그레이드 콘텐츠를 선보였다. 업 가전 콘텐츠 개발에는 1.0 제품 사용자의 의견이 다수 반영됐다. LG전자는 1.0 제품에 2.0 제품과 완전히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1.0 업 가전에는 와이파이칩이 탑재됐다”며 “가능한 서비스는 콘텐츠로 만들어 최대한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매출에서 가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구독 판매가 장기적으로 매출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H&A 렌털케어링·구독사업담당 임정수 상무는 “부정적으로 전망하지 않는다”라며 “1인 가구, 가전 가격이 부담스러운 고객 등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져 시장 사이즈가 커지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류재철 사장은 “가전은 한 번 사면 오래 쓰는데, 구독하면 교체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수요가 늘어날까봐 걱정”이라며 “구독 해지한 제품을 리퍼비시로 판매하는 것 등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미 구독 경제 시장이 성숙한 상황에 가전 구독 상품이 경쟁력이 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임 상무는 “LG전자 자체 하드웨어에 밀착한 O2O 서비스를 진행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제대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라며 “집 안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사 노동을 LG전자 제품과 서비스로 대체하는 것이 지향점이다. 어떻게 보강할지 연구해나가겠다”라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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