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폭염 속에 쇼핑 카트를 정리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쇼핑 카트 관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카트를 관리하는 직원의 고충이 큰 만큼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 사이에서는 ‘지정된 장소에 카트를 반납하자’라는 자발적 움직임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반면 아직도 쇼핑 카트를 외부로 반출해 사용한 뒤 아무렇게나 버려두는 경우도 상당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 쇼핑 카트 수십 대 방치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 놀이터, 분리수거장 등 곳곳에서 낯익은 물건이 눈에 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장을 볼 때 사용하는 쇼핑 카트다. 직선거리로 100m, 8차선 도로 하나만 건너면 대형마트가 있는 이 아파트의 주민 일부는 장을 본 뒤 마트의 쇼핑 카트를 제 집 앞까지 가져오곤 한다.
아파트 인근 상가 건물 옆에는 버려지듯 방치된 쇼핑 카트가 여러 개 눈에 띄었고, 주차장 곳곳에도 카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무 데나 놓인 카트 때문에 아파트 진입을 하지 못하던 택배 차량 기사는 익숙한 듯 차에서 내려 카트를 한쪽으로 치운 뒤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경차’라고 표시된 주차 칸은 쇼핑 카트 전용 자리가 됐다. 한 입주민은 “‘마트 주차장이 아니고 아파트 주차장인데 쇼핑 카트가 수십 대 놓여 있다’는 글과 함께 주차장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며 논란이 됐다. 아파트에서도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하며 쇼핑 카트 반입을 금지하는데도 여전히 카트를 끌고 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관리인은 “주민들이 카트를 매일 가져온다. 사용 후 반납해야 하는데 아무렇게나 버려둔다”며 “마트 직원들이 찾으러 오는데 안쓰러워 보인다”고 전했다.
인근 마트의 직원은 “민원이 오면 한 번씩 아파트로 수거하러 간다. 반출이 많은 것을 알지만 인력 문제 등으로 매일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근 쇼핑몰 직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직원들이 나가 카트를 수거해온다”고 말했다.
#땡볕에 아파트 단지 돌며 쇼핑 카트 수거, “1시간 이상 걸려, 70~80대 수거”
쇼핑 카트는 원칙적으로 외부 반출이 불가하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카트를 외부로 가지고 나가면 바퀴가 망가져 사용이 어려워진다. 외부에 무단 방치되는 경우도 많아 민원도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편의를 위해 카트를 아무렇지 않게 외부로 반출하고, 반납하지 않는 경우는 상당하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카트는 직원들이 직접 수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백화점은 쇼핑 카트 반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쇼핑 카트를 너무 많이 반출해 카트의 분실률이 높고, 고장도 빈번해서다. 보다 못해 지난 5월에는 백화점 앞에 ‘쇼핑 카트 반출 불가’를 알리는 대형 안내판까지 설치했다. 쇼핑 카트를 외부로 반출할 경우 현장 신고조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백화점 직원들은 “이후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출된 쇼핑 카트를 수거하는 직원들의 고충은 상당하다. 수거 담당 직원은 “매일 수거하러 갔는데 날이 더워져 요즘은 주 2회 나간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나가는 편”이라며 “보통 수거에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된다. 날이 덥다 보니 수거 시간을 줄이려고 직원들이 한 번에 4~5명이 함께 나간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일일이 아파트 단지를 돌며 쇼핑 카트를 찾아 모은다. 마치 보물찾기하듯 아파트 곳곳을 뒤져야 한다. 카트 관리 직원은 “(한 번 나갈 때 수거되는 양이) 여름에는 70~80개, 겨울에는 30~50개 정도”라며 “다른 지역은 노인분들이 주로 카트를 반출한다는데, 이쪽 지역은 연령 상관없이 카트를 자연스럽게 반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출된 카트가 많다 보니 수거 후엔 차에 실어 백화점으로 운반한다. 수거 담당 직원은 “카트가 너무 많아 미화팀에서 사용하는 차를 빌려 수거해온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곳곳에 버려진 카트는 수거가 가능하니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일부 주민은 자기 집으로 카트를 가져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아파트 세대를 모두 돌며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카트 구매 비용(8만 원대)이 작지 않아 매번 카트를 새로 살 수도 없다.
백화점이나 마트 측은 고객들의 쇼핑 카트 반출을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카트 반출을 엄격히 금지할 경우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눈치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카트 반출을 당연시하는 지역 고객에게 ‘외부 반출 금지’를 안내하는 수준 이상의 제재를 하지 못한다. 직원들만 힘들다”고 전했다.
또 다른 쇼핑몰 직원은 “원칙적으로는 반출이 안 되는데 노인들이 사용을 고집하고, ‘안 된다’고 하면 화를 낸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하도록 하는데 이걸 본 젊은 사람들도 덩달아 카트를 반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의 편의만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고충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현장] 이용자 없다고 창고·탕비실로 사용…지자체 '의무' 수유실 실태
·
넥슨코리아, 박승하 아이언메이스 대표 자택 가압류 '강경조치'
·
포장 많이 하면 명품 되나…쿠팡 '로켓럭셔리'에 비난 쏟아진 까닭
·
토종 수제맥주 위기? 제주맥주는 희망퇴직, 세븐브로이는 곰표 지우기 안간힘
·
'파손 시 배송기사가 배상' 컬리·쿠팡엔 없는데 오아시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