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이브는 자체적으로 프리미엄 가격을 붙이고 있어요. 타사 대비 특히 과한 것 같습니다. 대관료가 많이 오른 것도 아니면서 거의 모든 콘서트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어요.”(20대 최 아무개 씨)
“코로나 시기에 못 번 돈을 메우려고 사활을 거는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 가격을 올리니 눈치도 안 보고 다 같이 비싸게 가격을 매기고 있어요. 고척돔 같이 큰 공연장 4층에서는 무대를 제대로 볼 수도 없는데 전석을 같은 금액으로 책정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요? SM은 공연장이 어디든 전 좌석 금액이 다 같아요. 요즘엔 지류 티켓 없이 앱으로만 확인하기도 하는데 수수료만 해도 4000원이라 최종 결제 시 가격은 더 비싸져요.”(20대 홍 아무개 씨)
최근 해외 유명 가수들의 내한 공연과 다시 활력을 얻은 케이팝 콘서트가 잇달아 열리면서 매 주말마다 공연 열기가 뜨겁다. 수도권 주요 시설에서 번갈아 열리는 공연이지만 티켓 가격 구조는 차이를 보인다. 큰 관심을 모았던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과 아이돌 콘서트의 가격표를 비교해보면 브루노 마스 공연은 A석 7만 7000원, S석 9만 9000원, R석 13만 2000원, G1석·G2석 25만 원·21만 원 등 총 8개 티켓으로 나뉘어 있다. 반면 샤이니·엔시티 드림·(여자)아이들의 단독 콘서트는 15만 4000원으로 전석 동일하다.
코로나 팬데믹 후 케이팝 공연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가격 정책에 대한 팬들의 불만도 함께 터져 나온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도 문제지만, 선호에 따라 좌석 등급을 고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같은 사례는 그룹·솔로나 아티스트 성별 구분 없이 케이팝 공연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월 열린 에스파(잠실 실내체육관)의 첫 단독 콘서트는 모든 좌석 가격이 15만 4000원이었다. 지난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태연 콘서트도 동일가로 판매됐고 몬스타엑스의 팬미팅 티켓은 전석 13만 2000원에 팔렸다. 보통 팬미팅 공연은 일반 콘서트와 비교하면 팬을 위한 이벤트 무대 비중이 높다. 티켓팅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선예매’가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는데 팬클럽 가입 비용으로 3만 원 정도가 별도로 든다.
#‘시야제한석’까지 가격 올려치기? 티켓값 치솟자 ‘전석 동일가’ 불만 커져
케이팝 팬들은 전석 동일가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입을 모은다. 원래는 티켓팅에 성공하면 같은 가격으로 아티스트의 무대를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개념이었는데 어느 순간 퀄리티가 낮은 좌석까지 값을 올려치기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것. 최 씨는 “같은 가수의 공연이 2018년에는 8만 8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10대 팬들도 스탠딩 공연을 경험할 수 있으니 전석 가격이 동일한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이그룹 팬인 박 아무개 씨도 “단차 없는 소규모 공연장도 아닌데 3층이나 시야제한석에 같은 돈을 써야 한다. 전석 동일가 문화를 악용하는 것 같다”며 “내한 공연은 좌석이나 무대 진행에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이슈가 되는데 케이팝은 관객들의 충성도가 높으니 대놓고 배짱 장사를 한다”고 하소연했다. 시야제한석은 설치물이나 콘솔 등으로 인해 무대 일부나 전광판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좌석이다. 하반기 내한을 앞두고 있는 라우브, 찰리 푸스 콘서트의 시야제한석은 D석 보다 각각 1만 원씩 낮은 6만 6000원, 7만 7000원으로 책정됐다.
#‘뽑기운’ 접목한 하이브 ‘팬클럽 추첨제’에 비판 이어져
하이브는 자사 레이블 아티스트 공연을 통해 티켓값 20만 원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VIP석과 일반석 두 가지로 나눠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3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던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는 티켓별로 각각 22만 원, 16만 5000원이었다. BTS 외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등 아티스트들의 단독 콘서트는 최근 VIP 19만 8000원, 일반 15만 4000원으로 일괄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13만~16만 원 선에서 1년 만에 2만~6만 원 오른 셈이다.
7월 21~22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세븐틴의 투어 공연의 예매 방식을 두고는 뒷말이 무성하다. 국내 최초로 예매 절차에 ‘유료 추첨제’가 접목돼서다. 하이브는 ‘팬클럽 추첨제’에 대해 “팬클럽 멤버십 이용자가 사전 응모한 후 신청자에 대해 무작위로 추첨해 당첨 결과에 따라 별도의 인증을 거쳐 티켓을 예매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일본 공연에서 적용 중인 시스템을 한국에 가져왔다. 1년에 2만 2000원을 내는 팬클럽에 가입한 후 하이브의 위버스 플랫폼에서 각 예매에 응모하고, 당첨이 되면 결제를 한다. 본인의 좌석은 약 일주일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6년 차 팬이라고 밝힌 A 씨(25)는 랜덤 판매 방식이 앨범, 굿즈를 넘어 콘서트 티켓에까지 침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좌석이 당첨됐는지도 모른 채로 결제부터 해야 했다. 취소 수수료도 있다”며 “지인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계정을 3개 더 만들었는데도 당첨되지 않았다. 운에 맡기기 싫으면 돈을 더 쓰라고 유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물가 상승 영향 있다지만…비판 여론 확대 우려
고객 충성도가 높으면 상품 가격을 올리는 것에 제약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중에서도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K팝 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인건비와 물가가 오르는 흐름 속에서 공연 티켓 가격 역시 비싸게 매겨질 수 있다. 엔터 업계도 제작비를 방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항변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대·조명·음향 설치 및 엔지니어 비용, 콘텐츠 제작비, 행사 진행을 위한 인건비 등 모두 상승했다. 이윤이 나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만 공연장 대관료 자체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페스티벌이나 콘서트 공간으로 자주 이용되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과 핸드볼경기장 비용은 최근엔 변동이 없었다. 금요일 오전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사용하는 비용은 두 공연장이 각각 4000만 원, 3150만 원 수준이다. 올림픽 시설을 관리하는 한국체육산업개발주식회사(KSPO&CO) 관계자는 “단순 대관료에 전기료, 수도세 등 부대비용까지 포함한 총 금액이다. 가격을 매년 책정하는 것은 아니고 물가 상승을 반영할 필요가 있을 때 조정한다. 변동폭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주요 기획사를 따라 앞으로 케이팝 공연 티켓값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 씨는 “콘서트만 하는 게 아니다. 회사는 현장에서 앨범이나 한정판 굿즈로도 수익을 낸다. 온라인을 통한 공연 라이브의 경우 예전에는 소장이 가능했는데 요즘엔 일회성 스트리밍만 된다. 음향이나 영상도 항상 아쉬움이 남는데 가격만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팬클럽 추첨제 방식에 대한 우려가 크다. 케이팝은 뮤지컬 등 다른 공연 산업보다 관객의 연령대가 어린 축에 속하는데 과도한 수익화 전략을 유지한다면 비판 여론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정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케이팝 팬 중에는 일정 소득이 없는 10~20대가 많다. 사실상 유료 응모 방식의 추첨제는 케이팝 산업이 근간으로 하는 팬덤의 지지를 악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다른 사례로 확대된다면 비판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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