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그린북’은 기획재정부가 매월 발간하는 ‘최근 경제 동향’을 일컫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발간된 그린북을 살펴보면, 경제 당국의 경제에 대한 평가는 ‘경기 둔화 우려’에서 ‘하방 위험 완화’로 바뀌었다. 집권 초반 걱정했던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면서 경기 하락세를 맞았으나 최근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 것이다. 또한 내부적 위기 요인은 정권 초에는 물가였지만 최근에는 수출 부진과 제조업 둔화로 바뀌었다. 대외 위험 요인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차질이었으나 최근에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 여부, 통화 긴축이 지목됐다.
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직후에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추진’이 경제 정책의 주요 목표였지만 지금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추진’이 됐다. 향후 5년간의 정책 방향이라는 다소 거시적이었던 방향이 당장의 경제 회복이라는 목표로 좁아진 것이다. 세계적인 고물가와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라는 잇단 악재에 내수가 침체되고 수출이 하락하는 위기를 겪으면서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어 가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처음으로 나온 2022년 6월 ‘그린북’을 보면 고용회복 지속과 내수 개선이 호재로, 높은 물가상승률 지속과 투자 부진이 악재로 꼽혔다. 수출은 회복세 약화라고 평가해 아직은 수출이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봤다. 경기 전망도 둔화를 우려하는 수준이었다. 대외적인 악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와 공급망 차질, 미국의 큰 폭 금리 인상 등을 지목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요하게 삼은 정책을 물가안정이었고, 윤 대통령이 강조하던 ‘저성장 극복’을 위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과제를 주요 과제로 지목했다. 7월에도 국내 평가는 크게 변화가 없었고, 대외 악재에 중국 성장 둔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추가됐다. 정책 과제는 성장-복지 선순환 과제 추진으로 역시 윤 대통령의 정책에 무게를 뒀다.
8월과 9월에는 내수 개선에도 대외 여건 악화 및 고물가가 서서히 경제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책도 민간 경제활력 제고로 이동했다. 10월부터는 정책 목표에 경상수지 체질 개선이 추가되면서 수출에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내비치더니 11월에는 수출이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 봉쇄조치에 대한 우려감도 내비쳤다. 특히 11월과 12월에는 정책 과제로 수출·투자 활력 제고가 제시됐다. 수출 부진과 이로 인한 기업 투자 감소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올 1월과 2월에도 지속됐다. 여전히 물가는 높고, 수출은 감소하고, 경제심리는 부진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물가 안정과 함께 수출·투자에 중점을 둘 것임을 밝혔다. 3월과 4월, 5월에는 물가가 다소 잡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수출 부진에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6월 들어서는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 국내적으로 수출·제조업 둔화는 여전하지만, 물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경제심리는 개선되고, 고용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정책 목표도 하반기 수출·투자·내수 활력 제고가 지목됐다.
가장 최근에 나온 7월 그린북의 시각은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우선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밝혀 고물가 흐름이 끊겼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또한 수출 부진도 일부 완화되고 내수와 경제심리도 개선되면서 하방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고 봤다. 이처럼 6월 ‘하방 위험 다소 완화’라는 대목에서 ‘다소’라는 표현이 빠지며 경기 반등에 더 힘을 실었고, 경기 둔화 배경에서도 수출·제조업 중 수출이 빠지는 등 수출도 개선되고 있다는데 무게를 뒀다. 또 정책 목표는 하반기 경제 정책방향의 주요 정책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제시됐다. 그동안 정부가 내세워왔던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하반기에 성장 반등세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에서 1.3%까지 떨어뜨리는 등 경제기관들의 하향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 반등에는 기업 투자 확대가 필수 요건인 만큼 규제 개혁 등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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