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순환출자 구조 해소,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한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2018년 5월 마무리됐다. 주요 계열사 3곳이 합병해 설립된 ‘티알엔’이 그룹 전반을 지배하는 구조로 변경됐다. 지배구조 정점에 오른 티알엔은 이호진 전 회장과 장남 이현준 씨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태광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오른 티알엔은 실질적으로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티알엔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이호진 전 회장이 51.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뒤이어 이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 씨가 지분 39.36%, 태광산업이 3.32%, 기타 주주가 5.49%를 보유했다. 사실상 오너 회사로 볼 수 있다. 티알엔은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지분을 각각 11.22%, 33.53%를 보유해 이 전 회장 부자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 이전에는 IT 업무 및 휘슬링락CC를 운영하던 티시스를 통해 오너 일가가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당시 티시스는 계열사 대부분에 IT 서비스를 제공해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계열사 간 출자구조도 문제로 지적받았다. 이에 2018년 4월 티시스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했고, 사업 부문을 서한실업, 동림건설 등 오너 일가 소유 8개 계열사와 합쳤다.
티시스의 투자 부문을 한국도서보급·쇼핑엔티와 합병해 설립한 게 ‘티알엔’이다. 분할, 합병 등 지분 이동 과정을 거쳐 태광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티알엔→태광산업·대한화섬→계열사’로 개편됐다. 이호진 전 회장 등 오너 일가는 티알엔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됐다.
다만 티알엔은 정식 지주사는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 업종을 지배·소유하지 못하게 한 금산분리 제도 때문이다. 태광그룹의 금융 계열사는 흥국생명·흥국화재·흥국증권·흥국자산운용·고려저축은행·예가람저축은행 등 6곳이다. 티알엔이 추후 정식으로 지주사가 되기 위해선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이 갖고 있는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흥국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금융 계열사는 태광산업·대한화섬·티알엔 등이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 비금융 계열사가 지닌 금융 계열사 지분을 오너 일가가 매입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다만 태광그룹이 티알엔의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이 되면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한다. 2022년 기준 태광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9조 7930억 원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에 근접했으나 올해 자산총액은 9조 70억 원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산분리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해 기준이 완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오히려 태광산업이 금융 계열사인 흥국화재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흥국생명이 보유하던 흥국화재 지분 1271주(19.50%)를 492억 5200만 원에 매입한 것. 이로써 태광산업이 보유한 흥국화재 지분은 기존 19.63%에서 39.13%로 19.5%포인트 늘었다.
한편 이호진 전 회장은 회삿돈 400억 원을 횡령하고 골프연습장 헐값 매각 등으로 회사에 975억 원의 손해를 준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 기소됐다가 2019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관련 기업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적용돼 경영에 복귀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과 함께 유력한 후계자인 장남 이현준 씨에게도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씨는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주력 계열사 대한화섬(3.15%)을 제외하곤 다른 계열사의 지분도 보유하지 않았다.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이 티알엔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장남 이 씨에게 그룹을 승계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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