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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수제맥주 위기? 제주맥주는 희망퇴직, 세븐브로이는 곰표 지우기 안간힘

제주맥주, 마케팅비용 과다로 내내 적자…세븐브로이, '대표 밀맥주' 소비자 반응에 민감

2023.07.18(Tue) 15:57:45

[비즈한국] ‘수제맥주 상장 1호’로 꼽히는 제주맥주가 구조조정에 나섰다. 제주맥주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고군분투했지만,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며 긴축정책에 돌입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제주맥주가 이제 생존을 고민하는 것을 보는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맥주가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 절차를 밟는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도 이달부터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제주맥주 페이스북

 

#이달 중 희망퇴직 마무리, 긴축정책 들어간 제주맥주 

 

제주맥주가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 절차를 밟는다. 12일 제주맥주는 전체 임직원(약 120명) 40%에 대한 희망퇴직 절차 등에 대해 사내 공지했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른 위로금을 지급한다. 헤드헌터, 커리어 컨설턴트 등을 연계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제주맥주 자회사 등으로 입사를 희망할 경우 추천서를 교부하거나 면접 응시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제주맥주 측은 “이달 중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현재 고정비 부담이 큰 편이다. 장기적인 존속을 위해서는 긴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고정비 감축을 위해 희망퇴직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도 이달부터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주맥주의 경영실적은 계속해서 악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매출액은 239억 원으로 전년보다 16.8% 줄었다. 무엇보다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제주맥주의 영업손실액은 116억 원으로 전년(72억 원)보다 61% 확대됐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제주양조장 등을 손상차손으로 미리 반영하고, 원부자재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제주맥주가 마케팅에 매년 과다한 비용을 쏟아부어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맥주는 광고비 등을 포함한 마케팅 비용 지출이 동종업계에서 높은 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제주맥주의 광고선전비 및 판매촉진비는 36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쟁사인 세븐브로이는 광고판촉비로 6억 원가량을 지출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제주맥주는 마케팅 비용으로 5억 8000만 원대를 사용했다. 같은 기간 세븐브로이가 약 1억 3000만 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된다.

 

업계에서는 비슷한 콜라보 맥주가 시장에 난립하면서 수제맥주 이미지가 하락하고 시장 침체기가 길어졌다고 본다. 사진=박정훈 기자

 

업계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제주맥주는 2017년 첫 제품인 제주위트에일을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수제맥주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했고, 그 덕에 첫 제품 출시 1년 만에 수제맥주 브랜드 1위로 올라섰다. 

 

이후 제주맥주는 줄곧 공격적 마케팅을 고집해왔다. 제주맥주 한 달 살기, 나만의 캠핑카 등 색다른 마케팅을 지속했고, 이로 인한 비용 지출도 상당했다. 제주맥주 측은 “대기업 맥주, 수입 맥주 등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 마케팅에 투자하는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맥주제조면허는 제조시설 규모에 따라 소규모맥주제조면허와 일반맥주제조면허로 나뉜다. 통상 소규모맥주제조면허를 보유한 업체에서 만든 맥주를 수제맥주, 일반맥주제조면허를 가진 업체에서 만든 것은 일반 맥주로 본다. 제주맥주는 2017년 일반맥주제조면허를 취득하면서 대기업 점유율이 90% 이상인 일반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그동안은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실적 리뷰를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용 감축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앞으로는 마케팅이나 판관비를 최대한 줄일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는 프랜차이즈 인수나 신사업을 안정시키는 방향에 집중할 계획이다. 7~8월에 고정비를 최대한 감축한 뒤 9월 중 구체적인 향후 운영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곰표 매출 공백 큰 세븐브로이 “내부 위기감 크지 않아”

 

수제맥주 기업 중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제주맥주가 생존 기로에 놓인 것을 보며 업계 전반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에 최근 몇 년새 콜라보 맥주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안 그래도 작은 시장을 많은 업체가 나눠 먹는 구조가 됐다”며 “제품이 ​너무 많아 소비자 사이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지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데,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수제맥주 업계 매출 1위 기업으로 꼽히는 세븐브로이도 올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세븐브로이의 매출 일등공신이던 ‘곰표밀맥주’를 제주맥주에 뺏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는 2020년 대한제분과 협업해 출시한 ‘곰표밀맥주’가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며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대한제분과 맺은 상표권 라이선싱 계약이 종료됐고, 대한제분이 곰표밀맥주 제조사로 제주맥주를 선택하며 위기설이 불거졌다. 

 

세븐브로이가 기존 곰표밀맥주 제조 레시피를 활용해 선보인 신제품 ‘대표 밀맥주’. 사진=세븐브로이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곰표밀맥주가 세븐브로이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했던 만큼 매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세븐브로이 측은 타 제품군으로 최대한 안정적 매출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곰표 외 OEM, ODM 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매출을 ​완전히 ​메꿀 순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 커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븐브로이는 기존 곰표밀맥주 제조 레시피를 활용한 ‘대표 밀맥주’를 출시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븐브로이는 대표 밀맥주의 판매량이 긍정적이라고 밝혔지만 내심 불안한 기색도 엿보인다. 소비자의 작은 반응에도 상당히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것. 최근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대표 밀맥주의 맛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자 ​세븐브로이는 ​즉각적으로 제품 전량을 회수 조치했다. 제품 음용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제품 품질에 만전을 기하는 터라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세븐브로이 측은 “하반기까지 ‘대표’ 브랜드를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영업이익이 다소 줄어드는 추이를 보이고 있으나 꾸준히 이익을 내는 상황이다. 세븐브로이는 적자를 내는 기업이 아닌 만큼 (제주맥주와) 상황을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부적으론 위기감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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