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냉방기 가동이 이어지고 있다. 권장온도가 정해진 공공기관과 달리 온도를 자율 조절하는 일반 매장은 여름이면 늘 과도한 냉방이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특히 상영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야 하는 영화관에서는 냉방이 과해도 꼼짝없이 견디는 수밖에 없다. 영화관의 냉방 온도는 몇 도에 맞추며, 어떤 방식으로 조절할까. 산발적으로 약한 비가 내리던 15일 저녁 시간대(18~24시) 서울 시내 영화관 9곳(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각 3곳)을 방문해 살펴봤다.
#입주 건물, 구조마다 에어컨 운영 방식 달라
영화관은 같은 브랜드라도 입주한 건물에 따라 온도 조절이 다르게 운영되었다. 대개 본사 지침을 따르지만, 상대적으로 건물 규모가 큰 경우엔 영화관도 건물의 중앙관리시스템에 따라 온도를 관리한다. 강남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에 위치한 메가박스 센트럴점의 경우 신세계백화점 중앙통제실에서 정해 놓은 온도에 따라 상영관 에어컨을 작동했다. 영화 시작을 15분 앞둔 부티크 101호 상영관의 온도는 27.2도였다. 바깥 기온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탓에 조금 덥게 느껴졌지만 영화 상영 직전까지 별도의 온도 조절은 없었다.
메가박스 센트럴점 직원은 “신세계백화점의 중앙관리시스템에 따라 온도 조절을 하기에 관객들이 온도가 조금 낮거나 높다고 느낄 수 있다. 백화점 내 다른 상점들도 같은 상황”이라며 “민원이 접수되면 백화점 중앙통제실에 연락해 온도를 낮추거나 높여달라고 요청한다.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담요를 구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영관이 밀폐된 공간인 만큼 환기를 위해 불가피하게 에어컨을 트는 측면도 있음을 참고해달라”고 덧붙였다.
일부 상영관은 다른 상영관과 연결되어 더 추운 곳도 있었다. 롯데시네마 서울대입구점은 3관과 4관이 연결돼 에어컨이 작동됐다. 3관은 78석 규모, 4관은 107석 규모인데 인원이 많은 4관에 맞춰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어 3관 관객은 더 춥게 느낄 수 있다. 롯데시네마 서울대입구점 직원은 “층마다 호출벨을 두고 에어컨 관련 민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21도에서 24도로 조절
취재 결과 3사(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에어컨은 대부분 21~24도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온도 조절은 아르바이트 직원이 아닌 매니저급에서 관리했다. 관련 민원이 아르바이트 직원에 접수되면 매니저에게 다시 전달되는 구조다.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점은 아르바이트 직원이 온도를 조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직원은 “에어컨 온도를 23~24도에 맞춘다. 온도를 그보다 높게 설정하면 고객들이 덥다고 해 어쩔 수 없다”라고 답했다.
CGV 압구정점의 경우 24도에 맞춰져 있었다. 직원은 평균 22~23도에 맞춘다고 한다. 상영관 온도에 대해 묻자 직원은 어느 상영관에서 관람 예정인지를 물은 후 추우면 온도를 조절해주겠다며 20~30분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CGV는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도 상영관별로 에어컨 온도를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보였다. CGV 건대입구점을 방문해 에어컨 운영에 대해 질문하자 직원은 데스크에 있는 화면을 한 차례 응시한 후 “23~24도에 운영되고 있다. 질문하신 3관은 현재 23.4도”라고 답했다.
영화 상영을 앞두고 온도를 낮추는 곳도 있었다. 롯데시네마 도곡점은 영화 상영 직전 22.6도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상영 초반에 직원이 들어와 온도를 조절했다. 영화가 끝난 후 온도가 1도가량 내려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좌석이 302석인 상영관은 심야 시간대라 관객이 20명 안팎에 불과했지만 밀집도를 고려해 온도 조절을 하지는 않는 듯했다. 사람이 적고 온도가 낮은 탓에 영화 상영 중 관객들이 계속 재채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영화 시작 전 25.7도였던 실내 온도는 영화가 종료된 후 22.3도까지 떨어져 있었다.
#전문가 “밀집도, 체감기온 따라 가이드라인 필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른 건물의 권장 냉방온도는 26도다. 관공서의 경우 28도 이상으로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루 동안 영화관 9곳을 살펴본 결과 에어컨을 26도에 맞춰 놓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3사 영화관 관계자는 “영화 상영 앞뒤로 상영관 내 온도를 측정하고 적정 온도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고객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적정 온도보다 낮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객 사이에서는 일률적인 온도보다 상영관 규모 혹은 밀집도에 따른 온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만난 관객 이 아무개 씨(23)는 “상영관마다 어느 곳은 덥고 어느 곳은 추워서 온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심야 시간대에는 관객이 거의 없어 겉옷을 들고 다닌다”며 “온도를 높여달라고 요청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떨면서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영화 시작 전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후 온도를 조절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 아무개 씨(24)도 “새벽 1시쯤 관객이 5명도 안 되게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상영관은 200석 안팎 규모로 기억한다. 그런데도 에어컨이 추울 정도로 나와 같이 갔던 친구와 ‘이게 맞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며 “에너지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영화관 측에서 온도 관리를 세심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적정온도 준수를 강조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전력 가격이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이처럼 자원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 영화관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우선적으로 따라줘야 한다”며 “밀집도가 높을 때 온도를 어떻게 조절할지 등 관객 체감기온을 고려한 세심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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