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서남권 관문인 금천구가 탈바꿈하려 시동을 걸고 있다. 지하철 1호선과 G밸리, 구청이 위치한 서측과 달리 동측은 저층 주거지가 밀집해 동서 격차 해소가 시급한 상황인데, 서울시의 개발 기조에 발맞춰 이 일대 정비 사업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공급 정책인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을 시작으로 주변지역도 가로주택, 소규모재건축 등 동력을 얻고 있다.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안산-시흥-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신설 개통과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0년 만에 다시 살아난 재개발 불씨가 사업 성공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금천구에서는 현재 신통기획 2곳, 모아타운 5곳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상지 모두 영등포구와 안양시 경계를 연결하는 시흥대로 동쪽 하단에 쏠려 있다. 이 지역은 금천구에서도 개발에서 소외됐던 저층 노후 주거지다. 지하철 1·7호선이 지나지만 주거지와 거리가 멀고 학군 선호도도 높지 않다. 오래된 단독·다세대 주택이 밀집하고 협소한 도로와 기반시설 문제 등 환경 개선 필요성은 컸지만 10여 년 전 뉴타운 해제가 추진되며 동력이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대규모 민간재개발을 공공이 지원하는 신통기획과 소규모 정비사업인 모아타운을 띄우면서 상황이 변했다. 2021년 말 신통기획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시흥동 810번지 일대는 지난 4월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고 최고 35층 1100여 세대 주거단지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내 정비계획 입안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인근에서 모아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이 추진돼 지역 일대의 선도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개발 ‘소외’ 금천구, 신통기획·모아타운 연접해 개발
지난 12일 오후 찾은 금천구 시흥4동 810번지 일대는 낡은 주택과 빌라가 밀집한 주택가의 모습이었다.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시장 입구와 가까워 주민과 차량 이동이 꾸준했다. 이 구역은 서쪽에는 4차선 도로, 동쪽으로는 삼성산과 호암산 자락과 맞닿아 있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도 기존처럼 가산디지털단지부터 여의도까지 배후수요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약 700m 거리에 신안산선 시흥사거리역이 들어서면 교통이 나아질 예정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서해안고속도로, 강남순환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위치다. 신안산선 시흥사거리역, 신독산역이 깔리고 주변 지역도 정비되면 연계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이다. 초기부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한다. 이곳은 선정 당시 3만 8859㎡에 해당했으나 독산로변 모아타운 후보지 2만 7040㎡를 포함한 새 계획으로 가이드라인이 확정됐다.
도로를 끼고 300m가량 떨어진 시흥1동 871번지 일대도 신통기획 2차 후보지에 선정돼 절차를 밟고 있다.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한 후 현재 개략계획안을 마련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내년 말 정비계획 입안 및 결정·고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 후보지의 주민동의율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금천구청 주택재개발팀 관계자는 “노후도 측면에서 정비 필요성이 큰 지역이라 서울시에서 후보지로 선정했다. 주민 동의가 3분의 2 이상 확보돼야 정비 구역 지정이 될 수 있는데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며 “사업성 측면에서 구청이 같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아타운도 속도를 내고 있다.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 이내의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처럼 개발하는 소규모 주택 정비 방식이다. 1차 대상지로 선정된 시흥3·4·5동 일대는 최근 관리계획 수립을 마치고 구역 지정을 완료했다. 앞으로는 주택 소유자들이 필지를 모아 사업계획을 세워 실질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단계를 밟게 된다. 블록별로 조합을 설립해 통합심의를 거치고 사업시행 인가에 나서는 절차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모아타운 추가 공모에서 선정된 시흥1동 864번지와 시흥3동 950번지도 분주하다. 올해 4월 모아타운 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로 구청은 주민 공람 및 통합심의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모아타운의 법적 효력을 갖는 소규모주택정비 관리 지역 지정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모아타운은 특성상 조합설립인가 시 주민동의율 요건(80%)이 중요하다. 신청할 때 필요한 주민동의율은 30%로 낮은 반면 조합 설립 동의율은 일반 재개발(75%)보다도 높아서다. 금천구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추가 선정지인 1·3동은 아직 초기 단계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용역업체에서 대략적인 안을 만들고 있다”며 “사업 시행을 원하는 주민들에 의해 조합이 얼마나 설립되는지가 중요한데, 추진 지역 중 절반 정도는 조합 설립이 매끄럽게 진행되며 다른 곳도 개별적으로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갸우뚱’ 호응 이어질까
시흥대로 남측에 집중된 정비 사업은 금천구의 발전 방향을 그린 ‘2040 도시종합관리계획’과 궤를 같이한다. 모아주택이 떠오르자 소규모 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개발 의지가 커졌고 큰 틀만 있던 계획을 바탕으로 정비 구상이 구체화됐다. 이 지역은 대지 높이 차이가 일부 구간에서는 15m에 이르러 대규모 정비를 하기에는 사업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일단은 사업이 순탄하게 절차를 밟고 있지만 사업시행인가와 착공까지 주요 단계가 남아 최종적으로 순항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녹록지 않아 사업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노후 저층 주거지이기 때문에 분담금 확보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업성을 키우는 것이 핵심인데 다른 지역에 비해 주택 가격이 못 미치는 부분도 있고 현 시점에서는 자재비나 인건비, 금융 조달 비용 부담이 커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주민들의 호응도도 변수다. 모아타운이 추진되는 시흥5동 922번지 일대에서 만난 빌라 거주자 A 씨는 “동의를 하기는 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끝냈다. 조용한 동네에서 편하게 살 생각이었는데 괜히 동네가 들썩거릴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60대 주민 B 씨는 “과거에 개발이 추진될 때 동의를 했지만 당시에는 반대파가 많아 무산됐다. 개발되면 좋다지만 우리 같은 나이에는 골치 아픈 일 신경 쓰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고개를 저었다. 뉴타운에 이름을 올렸던 독산동, 시흥동 일대는 2010년대에 정비예정구역이 직권해제되며 개발 불씨가 꺼졌다. 시흥동 일부 지역은 주민의견 수렴 전 자진 해제를 하는 등 주민의사가 갈렸던 곳이다.
단독주택 비율도 높다. 빌라 등이 들어서며 단독주택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실거주하는 단독주택 집주인이 많다. 시흥5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다세대주택도 실거주 비율이 높다. 문제는 이 소유주들이 추가 분담금을 내고 들어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개발이 이제 막 본격화된 시점이라 앞으로 주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중요한데 한 번 어그러졌던 곳은 반대로 개발의지가 강해지기도 한다”며 “과거보다 분양가 통제도 줄어들었고 지자체도 기부채납을 받을 때 양보하는 경향이 생겨 사업 환경은 좋아졌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점이 문제지만 실질적인 수익성 지표는 분양가가 나올 때 정해지기 때문에 시장 환경이 나아지는 시기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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