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LG전자가 향후 7년의 방향을 담은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낸 LG전자는 기세를 몰아 2030년에는 매출을 100조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시설·전략 투자에 총 50조 원 이상을 투입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준다는 계획도 밝혔다.
LG전자가 ‘가전 명가’를 넘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했다. 12일 LG 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고객이 지어준 ‘가전은 역시 LG’라는 명칭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에 머무르지 않겠다. 차량·메타버스 등 고객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연결을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이란 사용자의 공간을 넘어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한다는 비전이다. 홈·커머셜·모빌리티·가상공간 네 가지 사업 분야에서 솔루션을 구축하고, 서비스와 플랫폼 중심의 사업 모델을 설정한다. 또 기업 간 거래(B2B) 기반의 기업 중심 솔루션을 제공한다.
조 사장은 “2030년까지 50조 원을 투자해 연간 성장률 7%, 영업이익 7%, 기업가치 7배라는 ‘트리플 7’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매출을 100조 원까지 끌어올려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인정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연구개발(R&D) 분야에 25조 원, 생산기지 구축 등 설비에 17조 원, 신사업 등 전략에 7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2013년 세계 1위 가전, OLED 사업 진출, 전장 사업(VS) 본부 출범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이후 명실상부한 가전 시장 1위에 올랐다. TV 분야에선 과감한 투자로 세계 최초의 OLED TV를 출시했다. VS 본부는 도전을 거듭한 결과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LG전자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라며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약속을 지켰다”라며 신규 비전을 선포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가 공개한 3대 성장 동력은 △비하드웨어(Non-HW) △B2B △신사업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핵심 변화의 3대 축은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 전환 △B2B 사업 가속화 △빅 웨이브 영역의 신사업 진출이다. 다만 오늘 발표한 내용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조주완 사장은 CES 2023에서 유사한 내용의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 공식 발표에선 B2B 사업의 가속화를 강조하고, 전장 및 전기차 사업을 어떻게 전개할지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우선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사업 전환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서비스 플랫폼까지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LG전자에 따르면 매년 1억 대에 달하는 제품을 판매하며, 상당수가 사물 간 연결이 가능한 스마트 제품이다. LG전자는 제품의 수명을 대략 5년으로 가정해 시중에 5억 대가 보급됐다고 보고, 이를 플랫폼 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는 모수로 잡았다.
조 사장은 “TV 사업을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려 한다”라며 “모수를 확대하고, 고객 맞춤형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양질의 차별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모수 확대를 위해 다양한 TV 제조사와 디지털 사이니지,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기에 LG전자의 webOS를 공급한다. 광고 솔루션 확보를 위해서는 2021년 인수한 미국의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업체 알폰소를 활용하고, 콘텐츠 제공에는 배급사 파라마운트사와 협업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특히 전장 부문을 중심으로 한 B2B 사업 가속화를 강조했다. 가전 중심의 B2C 사업으로 쌓은 역량을 B2B에서 활용한다는 목표다. 조주완 사장은 “B2C 사업으로 체득한 고객 중심의 DNA가 자신감의 원천”이라며 “B2B 사업의 한 축인 전장사업은 올해 말 수주잔고 100조 원을 기점으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성장 계기로 삼고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는 전장 사업의 올해 매출을 10조 원대로 예상하며, 2030년까지 20조 원 이상을 내는 글로벌 상위 10위 업체로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2022년 2분기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진출 10년 만에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LG전자는 차량 전동화, 커넥티드 서비스 등 자동차의 역할을 확장하는 트렌드에 따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솔루션, 콘텐츠 등을 강화할 전망이다. 또한 전기차의 ‘심장’인 ‘파워트레인(동력 장치)’에 주목하는 등 핵심적인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냉난방공조, 즉 에어컨 사업과 빌트인 가전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 에어컨 시장은 탈탄소 정책으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금을 고효율 에너지를 강조하고 사업을 확대할 시점으로 봤다. 이를 위해 전체 시장에서 37%를 차지하는 북미·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현지에 개발-생산-영업-유지·보수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빅 웨이브’ 신사업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전기차 충전 분야를 꼽았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모바일 기반이 아닌, 가정 내에서 가능한 사후 케어에 집중한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 성장하는 메가트렌드인 만큼, 초반에는 충전기 사업자로 진입해 중장기적으로는 충전 솔루션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올해 국내 제품 출시에 이어 2024년부터는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에 진출한다.
LG전자가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반복적으로 발표하는 건 전통 가전 업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디지털 및 서비스 업체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인공지능과 콘텐츠가 부상하는 등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면서 기업의 체질을 바꾸려는 것.
조 사장은 “지난해 초 CEO로 부임한 이후 시장을 돌아다니며 느낀 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내부 조직문화부터 비주얼, 아이덴티티 등을 바꾸는 ‘리인벤트(Reinvent) LG전자’를 시도했다”라며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인 사업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지주사와 중장기 전략을 논의해왔다. 모든 구성원이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든 비전이다. 일하는 방식까지 리인벤트해 나아가겠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 같은 변화가 통했는지,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눈에 띄는 실적을 냈다. 연결기준 1분기 매출은 20조 4159억 원, 영업이익은 1조 497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가전 부문(H&A)에서만 1조 1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분기에는 매출 19조 9988억 원, 영업이익 8927억 원을 냈다. 1분기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동기 기준으론 다르다. 매출은 역대 2분기 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는 2021년 전까지 매출이 정체된 회사였다. 가전은 꾸준히 성장했으나 TV 사업은 우하향하고 전장은 비중이 작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매출 정체가 확실히 개선됐다. 10년 가까이 외형이 정체된 회사에서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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