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임금 20% 인상해도 10대 건설사 중 압도적 꼴지다. 정당하게 대우하라. 퇴출 조장하는 저성과자 임금삭감 결사반대.”
HDC현대산업개발(현산) 노동조합이 11일 현산 본사가 있는 서울 용산구 HDC아이파크몰 건너편에서 임금 교섭 승리를 위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이날 출정식에는 현산 노조 조합원 500여 명(주최 측 추산)과 GS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노조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이날 파업으로 현산 사업 현장 5곳 이상이 공사를 중단(셧다운)했다고 주장했다.
현산 노조는 파업 출정식에서 임금 인상을 포함한 근로조건 개선을 사측에 촉구했다. 이날 노조가 제시한 요구사항은 △임직원 임금 20%(1인당 1500만 원) 이상 인상 △저성과자 임금 삭감 반대 △임금피크제 폐지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철폐 △인력 확충 △공사 기간 부족 문제 해결 등이다. 노조는 향후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에 단체교섭권을 위임하고 추가 파업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서장석 현산 노조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당사 직원 급여는 10대 건설사 평균 대비 3000만 원 적어 30대 건설사 수준 이하로 전락했고, 공기 부족과 인원 부족으로 업무는 타사 대비 2배 증가해 직원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런데도 회사는 저성과자 임금 삭감이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매년 3% 이상을 퇴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현산 노조 파업은 조합원 대다수 결의로 시작됐다. 현산 노조가 6월 전체 조합원 987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927명 중 874명(94.3%)이 찬성표를 던졌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현산 임직원은 총 1859명으로 노조에 가입한 직원은 과반을 차지한다.
현산 노사는 노동쟁의가 본격화하기 직전까지 11차례 단체교섭을 벌였다. 노조는 2022년 11월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청한 이후 같은해 12월 4차례, 올해 들어 3월까지 7차례 사측과 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자 노조는 3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2015년 현산 노조 설립 이후 가장 오래 진행된 교섭이자 처음 겪는 교섭 결렬이다.
정부 조정도 실패로 끝났다. 현산 노조는 3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임금 협상과 관련한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지만, 이 조정은 5월 최종 결렬됐다. 노동쟁의 조정은 노사가 근로조건 결정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한 경우 노동위가 사실을 조사해 의견을 조율하는 절차다. 노조는 조정이 무산되면 파업이나 태업, 직장폐쇄 등 쟁의 행위를 벌일 수 있다.
현산 노사가 그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지점은 임금 인상률이다. 현산 노조는 2023년 직원 임금을 전년 대비 20% 인상해달라며 교섭에 나섰지만 회사는 2% 이상 올릴 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산은 2018년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2019년부터 기본 인상률 2%에 인사평가 결과로 1%포인트를 가감하는 임금 인상 체계를 고수했다.
노조가 인상 기준으로 삼은 지표는 우리나라 10대 건설사 직원 평균 급여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에 재직 중인 직원 평균 급여는 9110만 원으로 시공능력 9위인 현산 직원 평균 급여보다 1810만 원(20%)가량 높았다. 현산 시공능력 순위가 10위로 밀려난 2022년 이 임금 격차는 2950만 원(31%)까지 벌어졌다.
현산은 노조 파업이 가시화되자 인상률을 상향한 조건부 인상안을 내놨다. 노조에 따르면 현산은 노조 파업 찬반 투표 직후인 7일 13~15%대 임금 인상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하지만 이 인상안에는 저성과자(인사평가 하위 3%)에 대한 임금 삭감과 임금 인상분에 대한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현재 두 조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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