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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도 뛰어든 키오스크 시장, 시장 규모는 '안갯속'

제조·개발사 현황, 보급 대수 관련 신뢰할 자료 전무…정부는 디지털 취약계층 접근성 강화에 초점

2023.07.10(Mon) 17:30:38

[비즈한국] 무인정보단말기, 일명 ‘키오스크’​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빠르게 보급됐다. 이제는 대형 매장이나 공공 기관에선 키오스크 없는 곳이 드물 정도. 더불어 키오스크 시장 성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쏟아졌다. 중소기업 중심의 키오스크 시장에 대기업도 군침을 삼킬 정도. 그러나 국내 키오스크 시장의 규모와 현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서울 시내 한 무인 휴대폰 액세서리 매장에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사진=심지영 기자


#믿을 만한 자료 없어…키오스크 정의도 제각각

 

국내 키오스크 시장은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지만, 그 규모는 섣불리 추정하기 어렵다. 무인정보단말기 제조업을 분류하지 않아 업체 수를 정확히 알 수 없고, 키오스크가 시중에 몇 대나 보급됐는지 정확히 집계한 자료도 없다. 시장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건 업체도 마찬가지다. 무인 시스템 운영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전자금융주식회사는 사업보고서에 “무인 자동화기기(키오스크) 사업은 최근에 시장이 개척된 분야로 공인된 기관에서 나온 산업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장 규모를 짐작할 만한 자료는 있다. 2021년 10월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내 키오스크 보급 현황을 공공 분야(무인 행정민원, 은행, 병원 등)와 민간 분야(영화관, 마트, 요식업 등)를 합쳐 2019년 약 19만 대, 2021년 21만 대로 추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민간 분야에서 크게 증가했다(8587대→2만 6574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2022년 기준 키오스크 수를 약 45만 대로 추정했다. 김 의원실의 추정치와 비교하면 1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NIA의 추정치도 무인 매장이나 영세 업체는 포함하지 않은 최소한의 수치다.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면서 금융권의 키오스크가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실제 숫자는 45만 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상희 의원은 2021년 발표 당시 “코로나19와 기술 발전을 고려했을 때 키오스크 보급 현황을 전수 조사하면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 무인 매장의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장 규모를 알 수 없는 것은 키오스크 시장이 중소기업이 이끄는 춘추전국시대와 같아서다. 통상적으로 키오스크 사업이라고 하면 무인단말기 공급과 소프트웨어(솔루션) 제공 사업을 합쳐서 지칭한다. 홍경순 NIA 정보접근성팀 수석은 “키오스크 제조사·개발사가 대략 3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측한다”라며 “진입 장벽이 낮아 1년에도 수십 개 업체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업체 수를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답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자금융, 씨아이테크, 포스뱅크 등이 주요 키오스크 업체로 꼽힌다. 한국전자금융과 씨아이테크는 각각 코스닥·코스피 시장 상장사이기도 하다. 씨아이테크는 KFC·롯데리아 등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법무부·환경부, 코레일 등 공공 분야에 제품을 납품한다. 한국전자금융도 백화점, 마트, 공항 등 필수 시설과 더불어 레저시설, 외식업 프랜차이즈 등에 제품을 2만 대 이상 공급했다.

 

홍 수석은 “키오스크 사업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기를 OEM으로 공급하면 적은 인원으로도 사업을 할 수 있다”라며 “하드웨어는 중국에서 수입하고, 포스기와 주문을 연동하는 솔루션을 업체가 자체 개발하는 식이다. 중소기업은 주로 특정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납품하는데, 특정 브랜드에 맞춘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현황이 안갯속이다 보니 시장 규모를 나타낼 때 해외 자료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키오스크 시장이 2027년까지 340억 달러(약 44조 원)에 달할 것(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의 해외 전망치를 인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국내와 해외에서 인정하는 키오스크의 범위가 달라서다. 무인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자료도 정확하지 않다”라며 “해외에서는 디지털 사이니지(전자 광고판)나 자판기도 키오스크로 본다. 범위 자체가 매우 넓어서 우리가 아는 키오스크 시장이라고 보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앞선 관계자의 말처럼 키오스크 범위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법에서는 주문과 결제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3항은 무인정보단말기를 ‘전자적 방식으로 정보를 화면에 표시해 제공하거나 서류발급, 주문·결제 등을 처리하는 기기’로 정의했다. 지능정보화 기본법 시행령 제34조의 3에서는 ‘이용자의 조작에 따라 서류 발급, 정보 제공, 상품 주문·결제 등의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하는 무인정보단말기’라고 명시하고 있다. 

 

홍경순 수석은 “‘화면을 조작해 주문하고 결제한다’는 정의에 따르면 물리적 버튼 없이 화면을 조작해 물건을 사는 스마트 자판기도 키오스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자판기 업계에선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터치 기반의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한 기기는 최대한 포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장애인, 고령자 등 정보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인 키오스크를 출시했다. 사진=LG전자 제공


#성장세는 확실…정부는 접근성 강화 나서

 

숫자는 모호해도 성장세만큼은 확실해서일까. 최근 중소기업 텃밭인 키오스크 시장에 대기업도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2021년 타이젠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키오스크를 출시한 데 이어 2년 만인 지난 6월 윈도우 OS를 탑재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신제품은 지난 1월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3’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됐다. 해외에서도 무인화 바람이 거센 만큼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7월 초 키오스크 신제품을 출시했다. 2022년 4월 이후 처음 낸 제품이다. 신제품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보접근성이란 이용자가 신체적·인지적 제약의 불편함 없이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LG전자 키오스크는 △화면 글씨를 키운 ‘저시력자 모드’ △메뉴를 낮은 높이에 배치한 ‘저자세 모드’를 제공하는데, 신제품은 여기에 ‘촉각 키패드’까지 장착했다. 화면만 있을 땐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못하는 전맹 시각장애인도 음성 안내를 들으며 키패드를 조작해 주문이나 결제를 할 수 있다. LG전자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국전자금융과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는 대기업다운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등으로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 삼성전자는 야놀자클라우드와 손잡고 호스피탈리티(관광·숙박업) 키오스크로 신제품 1000대를 공급했다. 2019년부터 범용 키오스크 ‘OTO’를 제작·개발해온 상장사 씨아이테크가 2021년 기준 키오스크를 약 1500대 운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이 전국 단위로 관리하는 물량을 한 번에 납품한 셈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신제품은 시중의 키오스크 중 처음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우선구매대상 지능정보제품 검증서’를 취득했다. 검증서를 발급받은 제품은 국가 기관 등이 키오스크를 설치할 때 우선구매의 대상이 된다. 즉 무인행정민원 등 공공분야에서 판매 우선권을 획득한 것과 같다.

 

정부는 키오스크 시장이 커지자 접근성 문제부터 해결하는 데 나섰다. 키오스크가 일상 곳곳에 자리 잡으면서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올 초 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키오스크와 모바일 앱에 대한 디지털 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구매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키오스크의 경우 2024년 1월부터 개정안을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지난 6월 27일에는 관련 기업 40여 개가 모여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 협의체’ 발대식을 열었다. 

 

이용자 접근성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라도 시장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 수석은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저가 제품 중에 금방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유지·보수도 잘 안된다”라며 “협의체는 정보접근성이 높은 키오스크의 단가를 낮추고, 필요한 내용을 공유해 점차 도입을 확산하자는 취지에서 모인 것이다. 개정안 시행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영세 사업장에도 도입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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