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가 사는 일은 하찮은 일의 연속이다. 이처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에 가치를 붙이면 소중한 의미가 생긴다.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예술도 이런 마음에서 시작된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는 이런 마음에서 출발했다. 초심을 되새기며 아홉 번째 시즌을 맞았다. 사소한 일상에 가치를 새기는 평범한 삶이 예술이 되고, 그런 작업이 모여 한국 미술이 되리라는 믿음이다. 이것이 곧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정신이다.
작품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른다. 배우나 무용가는 자신의 몸으로, 작곡가는 보이지 않는 소리로, 연주자는 악기로, 건축가는 건축물로, 소설가나 시인은 문자로, 영화감독은 영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화가는 색채나 형태로 말하려고 한다. 색채나 형태만으로 말하는 그림은 추상화다. 내용을 담는 그림이 아닌 추상화라도 작가의 생각은 읽히게 된다.
색채와 형태를 결합한 형상으로 생각을 담는 그림은 구상회화라고 한다. 우리가 보통 그림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작품들이다. 무수히 많은 구상회화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이유는 작가마다 각기 다른 매개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소재’라고 부른다. 작가는 소재를 통해 간접적 방식으로 자신의 말을 한다. 전문 용어로는 ‘은유’라고 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많이 선택된 은유 매개체는 ‘꽃’이다. 꽃을 소재로 자신의 생각을 담는 그림인데, 보통은 ‘꽃 그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꽃은 화가에게 가장 친근한 소재 중 하나로 통한다. 꽃 그림이 인기 있는 이유도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식물이기 때문일 게다. 정물화에서도 으뜸을 차지하는 것 역시 꽃이다. 동양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꽃을 소재로 택해 많은 화가들이 그려왔고, 아예 ‘화훼화’라는 장르로까지 정해서 대접해왔다.
서양미술사상 꽃을 가장 독특하게 그렸던 이는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이 아닌가 싶다. 그는 꽃에서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추출해내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아마추어 화가들까지 꽃에서 이런 분위기를 능숙하게 연출해내기 때문에 그다지 새로워 보이지 않지만, 당시에는 무척 신선한 발상이었다. 특히 르동은 꽃을 통해 자신의 독특한 생각을 담아냈다.
여강연도 꽃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 그래서 장식적인 꽃그림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은 밝다.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다. 디자인적 필치로 꼼꼼하게 묘사해 팝아트적 분위기도 보인다. 웨딩 부케처럼 다양한 꽃이 둥근 다발로 구성돼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꽃다발 속에는 여러 가지 도상이 깃들어 있다. 사람이나 자동차, 구름, 문, 놀이 기구, 집, 새와 곤충, 반려동물 등. 이런 꽃 그림을 통해 여강연은 무슨 말을 우리에게 하려는 것일까.
“작가들이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말하는 것처럼, 저도 그렇습니다. 제가 살아온 인생 자체를 꽃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보통의 삶이 그렇듯 고단하지요. 그렇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표현하는 데는 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현실을 아름다운 꽃으로 치유하고 싶어서 꽃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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