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가수이자 방송인 김종민의 새로운 이면을 확인하게 된 유튜브 채널 프로그램이 있다. 나영석 피디의 유튜브 채널 ‘십오야’ 내 프로그램, ‘나영석의 나불나불’을 통해서다. ‘나영석의 나불나불’은 나영석 피디가 자신의 제작진들과 함께 절친한 이들을 불러 사적인 이야기 및 방송 비하인드 이야기를 밥 먹으며 토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첫 출연자는 배우 이서진이었다. 이서진이야 워낙 나영석 피디 사단과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인기를 누려온 출연진이라 그의 출연이 끄덕끄덕 이해됐었는데, 두 번째 출연진으로 김종민이 출연해서 살짝 고개가 갸웃거렸더랬다.
알고 보니 김종민은 과거 나영석 피디가 담당했던 KBS 2TV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여걸식스’, ‘준비됐어요’, ‘1박 2일’ 시즌1에 이르는, 2000년대 나영석 피디가 연출한 프로그램들의 예능 고정 멤버였던 것. 그런데 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알게 돼 놀라웠던 건 데뷔 20여 년이 넘는, 지금도 방송국 예능 메인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고 변함 없이 맹활약 중인 그인데, 그런 김종민에게도 부침이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거다.
나영석 피디와 김종민의 토크를 들어보니, ‘1박 2일’ 시즌 1 초창기에 출연했다가 군복무 후 다시 그가 프로그램에 돌아왔을 때, 엄청나게 심적으로 힘든 시기였단다. 이유는 기존 ‘1박 2일’ 멤버들의 재기넘침에 비해 당시 김종민은 하는 행동이나 말의 재미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로 ‘1박 2일’의 시청자들이 김종민의 하차를 인터넷에 청원했던 것.
나영석 피디는 “지금 얘기지만 그때 종민이가 욕을 진짜 많이 먹었다”라고 언급했고, 이에 김종민은 “당시 엄청난 충격이었다. 군대 갔다 왔을 때는 위기가 아니라 그냥 멘붕이었다. 기사도 많이 났고, 하차 청원 운동을 처음 겪어봤다. 원래 술을 못 마셨었는데 그때부터 마시기 시작한 것”이라고 고백하며, “시즌 1을 촬영하면서는 한 번도 프로그램에 적응했던 적이 없었던 기억이고, 이전 원년 멤버가 단 한 명도 섞이지 않았던 시즌 3에 이르러서야 ‘1박 2일’ 촬영이 좀 편해졌다”고 전했다. 그런 김종민의 솔직한 고백에 나영석 피디와 당시 방송을 함께 진행했던 제작진들은 꽤 충격을 받은 리액션을 보여준다.
그런 마음고생에도 불구하고 티 한 번 내지 않고, 그 수많은 부침을 버티고 견뎌낸 김종민은 ‘1박 2일’ 시즌 1에 원년 멤버로 출연해 현재 시즌 4에 이르기까지, 16년이 넘게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그러한 그의 성실함과 꾸준함에 화답을 받듯, 김종민은 2016년 ‘1박 2일’ 방영 10주년에는 KBS 방송 연예 대상까지 수상하기도 했다.
강호동, 유재석도 하지 못한, 한 프로그램에 16년째 출연을 해낸 방송인 김종민. 이를 두고 나영석 피디는 그를 영화 ‘여고괴담’에 비유하기도 하기도 했다. 수많은 MC와 출연진들이 나왔다 사라져도 김종민은 늘 거기에 있었기에, “그냥 그 학교 3학년 2반에 계속 있는 거야. 선생님도 바뀌고 친구들도 바뀌는데 종민이는 계속 거기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어”라는 말로 김종민의 꾸준하고 오랜 활약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후 제작진들은 김종민의 연예계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며, 큰 구설수 없이 지내온 그의 삶도 칭찬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놀라웠던 건 나영석의 이러한 칭찬에 대한 김종민의 대답이다. “감사하다. 분명히 나도 살면서 실수하는 부분들이 있었을 텐데, 그것들을 참아주시는 좋은 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 꾸준함의 발로와 근원이 되는 힘이 본인이 아닌 타인이 자신을 잘 참아주었기 때문에 감사하고, 그 감사한 마음을 지금도 품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폭풍급으로 두각을 나타내거나 최고의 스타급 반열까지 오르진 않았으나, 그 누구보다 꾸준한 활동을 그는 이런 겸손한 마음으로 버텼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절로 방송인 김종민이 달리 보였다.
어떤 스타처럼 갑자기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어느 순간 차갑게 식어버리면서 시야에 사라지는 그런 존재가 아닌, 지금이 있기까지에 대한 감사를 할 줄 알며, 그런 겸손한 태도로 꾸준한 활동을 하는 김종민을 두고 나영석 피디 옆, 이우정 작가는 “김종민은 미지근한 인생이지만 참 멋지다”는 말을 한다. 그러자 나영석 피디를 포함한 제작진 모두가 더할 나위 없는 표현이라는 호응을 한다.
김종민의 미지근한 인생. 참으로 찰떡같은 표현이다. 화려하게 각인되는 매력은 없지만 어리숙하고 조금은 바보 같아 보이는 김종민의 맹하고 순한 면모는 실제 대중들에게 미지근한 매력으로 어필돼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으니 말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한 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하고 뜨거운 인생을 원한다. 그러나 나는 김종민처럼 미지근하게 꾸준한 태도로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더 어려운 인생의 경지를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뜨거운 물이 바로 식어버리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을 못 이겨내는 것처럼, 미지근함으로 대변되는 그의 꾸준함은 그 어떤 풍파도 이겨내는 강인함이 있어서다. 삶을 대하는 이 온도의 기준을 당신에게도 한번 적용해 보면 어떨까. 지금 당장 뜨겁지 않더라도 조급해 하지 말고, 당신만의 미지근함을 꾸준히 유지해 보자. 미지근한 물의 진가는 긴 시간 뒤에 비로소 발현되니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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