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7월 26일(현지시간·한국시간 27일 오전 3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분명해지는 등 세계 주요은행들이 인상 행렬을 보이면서 금융 당국의 빚 폭탄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감소하던 가계 빚이 최근 2개월 연속 상승한 데다 기업들의 자금 대출 규모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리금 부담 증가는 경제회복은 물론 금융시장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전체 금융권에서 대출상환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며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마을금고 연체율의 급격한 상승에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까지 나타나는 등 금융위기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가 ‘범정부 대응단’ 구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6월 28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세계 3대 중앙은행 수장인 제롬 파월 Fed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는 일제히 기준금리 인상 의사를 밝혔다. 파월 의장은 “두 번 연속 금리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7월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라가르드 총재와 베일리 총재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실제 동결을 지속 중인 한국은행과 달리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는 줄인상 중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주요 10대 통화를 감독하는 9개 중앙은행 중에서 영국과 ECB,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 호주, 노르웨이 등 7곳이 6월에 금리를 인상했다. 반면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0%로 올린 뒤 2월과 4월, 5월 연속해서 동결을 유지 중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7월도 동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Fed는 물론 주요국들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올려 금리 역전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경우 해외 투자자금 유출 등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할 수 있어 동결 기조를 지속하기 어렵다. 그런데 기준금리 인상 시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가계와 기업 부채가 폭탄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 대출 규모는 올 1월에 4조 7000억 원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2월에 2조 8000억 원, 3월에 7000억 원 등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지난해 말 1058조 1000억 원이었던 전체 가계 대출 규모는 3월에 1049조 9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4월에 가계 대출이 2조 3000억 원 늘며 다시 전체 규모가 1050조 원을 넘어서더니 5월에는 증가폭이 더 늘어난 4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주택 시장이 안정세를 보인다는 판단에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늘어난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부진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대출도 2월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자영업자 대출은 2월 1조4000억 원 증가한 데 이어 3월 1조 원, 4월 1조 원, 5월 8000억 원이 늘었다. 이에 지난해 말 442조 7000억 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월에 446조 원까지 불어났다.
기업들도 경기 불안에 기업 운영 자금 마련 등을 위해 대출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9조 4000억 원 감소했던 기업 대출은 올 1월 7조 9000억 원을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어 2월 5조 2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줄었지만 3월 5조 9000억 원, 4월 7조 5000억 원, 5월 7조 8000억 원으로 다시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1170조 3000억 원에 서 5월에 1204조 5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기업과 가계 대출이 늘어나면서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연체율도 증가세다. 지난해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27%였으나 올 4월에 는 0.39%로 상승했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24%에서 0.34%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 금융시장의 빨간 불이 신용도가 낮은 이들이 많이 찾는 새마을금고에서 켜지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3.59%에서 6월 말 6.18%까지 올랐다. 금융 시장 특성상 불안심리가 한번 확산하기 시작하면 새마을금고를 넘어 저축은행은 물론 시중은행으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
이승현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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