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총수 없는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라니…KT, 검찰 수사 막전막후

검찰, 계열사 물량 공세로 경영진 비자금 조성 판단…KT "정상적인 위탁 업무"

2023.07.07(Fri) 13:13:24

[비즈한국]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과 협력업체 KDFS의 대표를 동시 소환했다. 협력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시작된 이번 수사가 KT 내부의 ‘이권 카르텔’ 비자금 사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남중수 전 KT 사장 등 ‘윗선’ 간의 역학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본사 사장급까지 조사를 받으면서 의혹의 정점인 구현모 전 대표에 대한 조사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중수, 구현모 등 과거 윗선들 겨냥
검찰은 지난달 KT 본사 등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4일 KT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종욱 사장과 황욱정 KDFS 대표를 각각 참고인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KDFS는 KT가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의심 받는 하청업체로 억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증거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규명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검찰의 시선은 KT 내부에 이권카르텔이 작동했는지를 규명하는 데에 쏠린다. 물량 특혜를 통해 부풀린 수익이 구 전 대표, 남 전 사장 등 경영진에게 흘러갔는지를 살펴보는 절차다.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비자금 의혹까지 들여다보면서 최고위직에 대한 수사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성남 KT 본사. 사진=비즈한국DB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다른 대기업과 다소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개인 회사를 대상으로 발생한다. 일감을 몰아줘 발생한 이익이 결국에는 총수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 승계 자금 등으로 활용되는 식이다. 많은 대기업집단이 시스템 통합관리(SI), 물류, 광고업 등 부수적인 사업 일감을 계열회사에 나눠주며 새어 나가는 이익을 최소화한다. 이때 계열사에 유리한 가격정책을 펴거나 내부거래 중간에서 ‘통행세’격인 수수료만 취하는 등 다른 중소업체를 배제한 채 내부 계열사가 이익을 독점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즉 사익편취에 해당한다. 

하지만 소유분산기업인 KT에서는 계열사 지원으로 이익을 얻을 오너가가 없다. 증여세 회피를 위한 후계자 편법 승계도 적용되지 않고 오히려 정권에 따라 CEO 교체가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문제가 골칫거리로 지목돼왔다.

검찰은 물량 공세의 이익이 주요 경영진의 비자금이 됐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KT텔레캅은 구현모 전 대표가 취임한 2020년 KT에스테이트가 담당하던 시설관리 일감을 넘겨받고, 평가 기준을 바꾼 후 기존에 4개 하청업체에 나눠주던 물량을 KDFS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 조사도 KDFS가 회삿돈을 빼돌려 구 전 대표 등 소수 경영진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DFS에 배당된 물량은 2016년 45억 원에서 2021년 494억 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KDFS의 매출도 2020년 488억 원, 2021년 625억 원, 2022년 847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시기 황욱정 KDFS​ 대표의 월급도 이전에 비해 4~5배가량 늘었다. 검찰은 황 대표가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배임 의혹으로 수사 확대될 듯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신 부사장과 황 대표는 구현모 전 대표와 남중수 전 사장의 측근이다. 남 전 사장의 아내는 KDFS의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를 통해 고문료와 법인카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황 대표는 1974년 입사한 KT맨 출신으로 남 전 사장이 KT 대표를 지낸 2005~2008년 자산경영실장을 맡았다. 남 전 사장이 2008년 납품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후에도 이어진 인연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확보하고 승계 비용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경영진과 관계가 돈독한 사람을 하청업체로 내려보내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성과를 다시 올려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는 국세청과 공정위 조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련 수사는 전초전이고 검찰이 법인카드 내역을 조사한 것으로 보아 횡령, 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상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건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다. 공정위 고발 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검찰이 먼저 수사하고 기소 직전 공정위에 고발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주도하는 만큼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 외에 횡령과 배임까지 포괄적인 수사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래스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구현모 당시 KT 대표.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물량 공세로 확보한 수익이 주요 경영진의 비자금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소유분산기업이 가진 지배구조 문제가 다시 떠오를 전망이다. 재벌경영과는 구분되지만 국내에서는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KT가 ‘셀프 연임’, ‘깜깜이’ 논란 등으로 경영권 공백을 이어가는 사이 국회에서도 관련 문제를 들여다보는 논의가 이어졌다.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CEO가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 등록된 셀프 추천이나 자신의 참호를 구축하는 데 유리하게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의 방식이 관측된다”고 짚었다. 

그러나 기업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오너가 없다는 점 때문에 다르게 보는 시각도 나온다. 전문경영인이 일감 몰아주기로 비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KDFS와 KT의 거래에서 비자금으로 쓰일 만한 돈거래가 있었다는 증거를 포착하지 않는 한 일감 몰아주기로 최종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이 주요 근거로 보고 있는 품질평가 기준의 경우 KDFS가 구 전 대표 취임 전 기존 평가에서도 우수한 점수를 얻은 바 있어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KT는 위탁자로서 수탁자인 계열사와의 정상적인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전 그룹사 건물 관리 총괄 업무(FM)의 효율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존 협력사에 대한 정예화를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이 같은 추진 방향에 맞춰 실행 방안을 KT텔레캅과 협의했을 뿐 특정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지자체가 보험료 내고 시민이 보상 받는 '시민안전보험', 알고 계셨어요?
· 코로나 꺾인 뒤엔 무의미…'폐기 권고' 서울시 '마이티' 앱 직접 사용해보니
· "프레딧 경쟁상대는 쿠팡" hy '근자감'의 이유는 '부릉'
· 로스트아크로 불거진 게임계 '중국몽' 논란의 진짜 배경
·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 식품·화장품도 하는데 왜 의약품은 안 하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