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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병행 수입업자가 브랜드사와 법리를 다투는 새로운 발상

브랜드사 "병행수입·직구 때문에 브랜드 관리 어렵고 중간 마진 상실" vs 중간 유통업자 "지사 설립해 직접 유통하면 될 일"

2023.07.04(Tue) 10:01:22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유통업계서 분쟁 사례를 보면 브랜드사와 유통업자의 입장 차가 크다.

 

변호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업무를 하다 보면 종종 ‘자격증만 없지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업계 관계자를 만난다. 의뢰인의 임직원이 업계의 동향이나 법리에 무척 밝은 경우다. 사실 해당 업계에 다년간 종사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한 경험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업계 관계자가 변호사보다 특정 쟁점에 대해 법리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럴 때 변호사는 어떻게 할까? 모른다고 하지 않고, 적당히 키워드만 언급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간다. 그러면 법리에 해박한 상대방이 나머지 대화 내용을 다 채워준다. 업계 관계자의 아이디어가 빛이 나는 분야는 주로 법이 시장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법적 규율이 너무 성겨서 세세한 부분이 정리되지 않았거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함부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경우 등이다.

 

예를 들어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주제인 ‘본사는 대리점(가맹점)에 몇 년간 대리점(가맹점) 거래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가’ ‘본사가 대리점(가맹점)과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란 과연 무엇인가’ 등은 여전히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다.

 

제조업자(공급업자·상표권자 등을 의미, 통칭 ‘브랜드사’)가 유통업자를 통제하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다. 예를 들면 브랜드사가 유통업자의 가격할인, 온라인 판매 등에 간섭할 수 있는가? 브랜드사가 정식 판권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유통업자의 제품 판매를 중단시킬 수 있는가? 등의 문제다. 여기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답을 내기는 어렵다. 

 

브랜드사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제품을 기획·제조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따라서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채널별로 제품에 최적화된 유통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국가별로 차별화한 영업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판권 계약(디스트리뷰터 계약 등)을 체결한 후 그 업체에 독점적 판매 권한을 부여한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인도에서는 제품을 50원에 판매한다면 일본에서는 100원에 판매하거나, 어느 국가에서는 중산층 브랜드로 포지셔닝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고가 브랜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국가 간 장벽을 뛰어넘어 할인판매를 하게 되는 병행수입·직구 등은 브랜드사엔 단속의 대상이 된다. 병행수입을 계속하면 국가별로 판권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무의미해지고, 독점적 판매 권한을 보유한 유통업자(이하 ‘독점 판매권자’)는 중간 마진을 얻을 기회를 상실해 존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경우 브랜드 관리도 불가능해진다. 국가별로 책임지고 브랜드를 관리하는 유통업자가 없어 가품·복제품 등이 난립하고, 땡처리 등으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따라서 브랜드사가 유통업자에 간섭하는 것과, 독점 판매권자를 존중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브랜드사는 병행수입이나 직구 등의 판매 방식을 단속하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간 유통업자의 입장은 이렇다. “브랜드사가 유통에 관여하려면, 브랜드사가 국내 지사(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유통하면 된다. 이와 달리 국내 유통업자와 판권계약을 체결해 유통하는 방식은 본사의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유통단계에서 경쟁으로 인한 마진 감소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브랜드사가 재고를 부담하지 않는 사입 거래에서는 제조업자 등이 유통업자 등에게 판매 방법·가격 등에 간섭할 수 없다. 이는 국가 간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론적으로 볼 때 브랜드 간 경쟁이 있다면 브랜드 내 경쟁도 있을 수 있다. 브랜드에 따라 같은 품목의 제품 가격이 달라지듯이, 같은 브랜드라도 어떤 채널에서 어떻게 판매되는지에 따라 제품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선뜻 누구 편을 들기가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일반적인 판례나 학설에 따르면 ① 외국에서 진정상품이고 ② 국내외 상표권자가 동일인이거나 법률·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어 출처가 동일하며 ③ 병행수입 상품과 국내 상표권자의 상품 간 품질에 차이가 없는 경우, 해당 병행수입은 적법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까지 병행수입·직구 등은 위와 같은 법리나 사례에 국한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럴 때 제조업자, 독점 판매권자가 할 대응은 무엇일까? 독점 판매권자가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전용 사용권을 받거나, 제조업자 등을 인수하는 것이다. 간혹 대기업 계열사, 상사업체 등이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직도입’했다는 패션 뉴스가 나온다. 이 경우 해외 제조업자 등과 국내 유통업체 간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유통업자가 할 수 있는 대응은 무엇일까? 확립된 법리는 아니지만, 서울고법 2005나79761 판결은 “국내 전용사용권자가 독자적으로 국내 상품을 제조·판매함으로써 그들 나름의 보호받을 만한 신용(good will)을 형성하는 등 그 상표가 표시하는 출처가 다르게 되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르면 전용사용권을 설정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독점 판매권자가 병행수입을 단속할 수는 없다. 전용사용권을 설정하는 것에 더해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제품을 제조·판매해 새로운 사업을 전개해야만 병행수입 단속이 가능하다. 그런데 아직 국내 업체가 위와 같은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병행수입업자는 위 판시를 인용해 병행수입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나온 각각의 논리와 대응 방안은 법률적 검토의 결과라기보다 상황에 따른 필요성과 양측의 입장을 절충해 도출한 결론이다. 필자는 상담할 때 업계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들으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감탄하곤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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