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법률 정보 기술(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정면 대응으로 맞섰다. 3일 비대면 변호사 선임 및 소송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앤굿은 변협에 플랫폼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요구하고, 플랫폼 고발 등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냈다. 로앤굿은 변협과의 맞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법률 플랫폼 로톡(운영사 로앤컴퍼니)이 장기간의 불법 논란과 변협과의 갈등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상황에, 후발 주자인 로앤굿이 총대를 메고 변협을 향해 “이제는 리걸테크 플랫폼을 시장 파트너로 인정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명기 로앤굿 대표이사는 3일 로앤굿 본사에서 열린 ‘법률 플랫폼 vs 변호사협회 갈등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민 대표는 변협에 소속된 변호사로, 2022년 7월 변협으로부터 겸직 불허가 위반(플랫폼 운영)을 이유로 정직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로앤굿은 지난 6월 30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2만 5000명의 변호사에게 로앤굿 지지를 호소하는 성명서와 플랫폼에 대한 법적 검토를 받은 의견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법률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의 징계를 막고,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위법인지 자료를 보고 판단하라는 뜻에서다.
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법상 위법한 변호사 알선을 한다고 본다. 변호사법에서는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로 이익을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로앤굿은 “우리는 플랫폼에 등록된 사건을 본 변호사가 발송료를 내고 의뢰인에게 제안서를 보내는 구조다. 상담 진행이나 선임 여부와는 무관하다”라며 “계약료가 아니라 광고료의 개념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일대일로 광고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로앤굿은 변협이 플랫폼 서비스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판단해 불법으로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변협 내부 자료를 통해 어떤 이유로 로앤굿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봤는지 알게 되자 허무했다. 조금만 플랫폼을 사용해보면 아는 내용까지 왜곡했기 때문”이라며 “서비스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왜곡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민명기 대표가 이날 변협에 요구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로앤굿, 로톡과 같은 민간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 합법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것. 그는 “경찰, 검찰, 법무부, 헌법재판소, 공정위 모두 민간 법률 플랫폼이 합법이라고 한다. 법적 판단을 받아들이고 존중해달라”며 “‘나의 변호사’만 합법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변호사가 네이버나 유튜브에 광고하는 건 되고, 플랫폼에 광고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라고 역설했다. ‘나의 변호사’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만든 비영리 법률 플랫폼이다.
민 대표는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것도 멈추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징계 받은 변호사가 100명이 넘는다. 설령 법무부가 징계를 취소해도 변협의 징계는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가 변호사 징계 취소에 관한 심의를 결정하기 전에 변협이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라며 “변호사는 법률 전문가지 기술, 사업 전문가는 아니다. 플랫폼을 법률 시장에서 함께 변화를 만드는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변협 집행부끼리만 비공개회의로 논의하지 말고 공청회, 세미나 등을 공개적으로 열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라”라고 요구했다.
법률 플랫폼 로톡과 변협의 갈등이 커지면서 법무부와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재에 나섰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이달 중 로톡 가입을 이유로 징계받은 변호사의 징계 취소 여부를 심의한다. 중기부는 변호사 회원의 로톡 이용을 금지한 변협과 서울변회를 대상으로 의무 고발요청 절차에 들어갔다. 의무고발요청제도는 공정위를 통해 검찰 고발을 요청하는 제도다. 로앤컴퍼니는 2021년 중기부가 선정한 예비 유니콘 업체다.
본인도 변협으로부터 징계 받은 민 대표는 “차라리 나를 제명하라”라며 강수를 뒀다. 징계의 근본적인 이유가 ‘민간 플랫폼의 불법성’인 만큼 징계 취소가 무의미하다는 점에서다. 민 대표는 징계 처분에 행정 소송을 제기해, 민간 플랫폼의 불법성 여부를 두고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정직 처분 기간(1년)이 종료된다. 내가 겸직을 이어가는 한 다시 징계될 것이고, 그렇다면 변협은 나를 제명할 수 있다. 변협이 나를 제명하면 법무부에 이의신청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라며 “만일 변협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집행부는 사퇴하고, 회원을 징계한 책임도 져야 한다. 변협은 플랫폼과 싸우는 데만 30억 원이 넘는 회비를 낭비했다. 회원으로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앤굿은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법률 플랫폼이 지킬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도 요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일본·미국 등 해외 사례를 참고 △광고료 등 플랫폼마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BM)을 신고 △소송금융 서비스가 대출화하지 않도록 제한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랫폼과 변협의 갈등을 지켜보는 변호사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로앤굿의 성명서를 받은 익명의 현직 변호사는 “변협과 플랫폼 어느 쪽에도 동의하긴 어렵다”라며 “일단 협회가 플랫폼에 무리하게 대처하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플랫폼의 방향성도 우려된다. 전문성을 존중하기보단 상업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플랫폼이 광고하는 곳이라면, 결국 인지도 높은 변호사만 채택된다. 변호사 업계에는 ‘무조건 6000등 안에 들어라’는 말이 있다. 6000명에 해당하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전관 변호사와 4000명 정도의 스타(인플루언서) 변호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일반 변호사에게 플랫폼이 유리한 환경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최근 변협의 행보도 부끄럽다. 내부에서도 카르텔이 심한데, 변호사 징계 운운하다 공정위에 과징금을 맞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조인이 모인 협회가 위법으로 과징금을 무는 게 말이 되나. 최근에는 변협이 과징금을 마련하려고 대형 로펌에 특별 회비를 거둔다는 소문까지 돈다. 결국에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인데 (회비를) 낭비한다고 본다”라며 “플랫폼 또한 허점이 있다. 예를 들어 로앤굿이 보낸 법적 자문은 민 대표와 동기 변호사가 했더라. 이러면 어떻게 신뢰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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