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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증명] 애플이 전 세계 사과 상표에 딴지를 거는 이유

저명 상표의 희석화 방지가 명분…의도적인 소송 통해 유사상표 방지 효과

2023.06.30(Fri) 15:13:39

[비즈한국] 얼마 전 애플이 스위스 과일 연합에 사과 로고를 사용하지 말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과일 연합 로고로 사과를 쓰지 말라고 하다니 애플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애플의 전적을 보면 이번 소송도 이해가 간다. 애플은 그동안 사과나 배, 오렌지 등 과일 형상의 상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등록을 저지하거나 애플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수백 건의 분쟁을 벌였다. 기업 규모도 가리지 않았다.

 

애플 상표(왼쪽)와 우리나라 동서식품(가운데), 안동사과발전협의회가 보유한 사과 모양 상표. 자료=특허청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애플이 우리나라 사과 모양 상표에 대해서도 공격을 해온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동서식품이나 안동사과발전협의회 등이 사과 모양을 상표로 사용하고 있다. 사과 모양을 썼다는 점에서 애플의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애플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애플의 상표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것이 주된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상표에서 이런 인상이나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애플의 상표와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애플이 제기한 소송 대부분은 애플이 패소했다.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는 타인의 상표가 원형의 테두리 안에 도형이나 얼굴 등의 형상을 포함하기만 하면 적극적으로 상표 등록 저지하려고 했다. 스타벅스 상표는 원형의 테두리 안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요정 ‘세이렌’​이 그려져 있는데, 테두리 안의 형상이 세이렌과 전혀 다른데도 스타벅스는 수많은 분쟁을 제기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분쟁에서 모두 패했다. 

 

애플이나 스타벅스 이외에도 보톡스 상표를 보유한 앨러간(Allergan), 허쉬(Hershey) 초콜릿, 샤넬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들의 상표와 유사해 보이거나 향후 소비자에게 오인·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조금만 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상표 등록을 저지하거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패소 확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상표 분쟁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분상으로는 저명 상표의 희석화를 들 수 있다. 애플이나 스타벅스와 같은 저명 상표와 유사한 상표의 사용으로 저명 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 신용 등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가치는 양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장하면서 다른 상표와 구별이 뚜렷하여 독보적일 때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저기에서 유사한 상표가 사용되다 보면 양질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고자 함이다. 또한 유명세에 편승하려는 자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겠다. 

 

하지만 보다 실질적으로는 타인 상표 인지도가 커지기 전에 미리 소송을 제기해 유사한 상표에 대해 꿈도 꾸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것일 수 있다. 의도적으로 수백 건의 소송을 걸고 이를 기사화함으로써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게 되면 애플이나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에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애플이나 스타벅스가 소송을 걸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스타트업이나 개인, 작은 중소기업 등은 싸우기보다는 피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스타벅스 등은 어떻게 알고 분쟁을 제기하는 것일까. 애플이나 스타벅스 내 상표 모니터링 전담팀을 구비하여 유사 상표를 관리하거나, 사내 전담팀이 없다면 외부 특허사무소나 법률 사무소에 용역을 맡겨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실제 한국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상표를 많이 취급하는 대표 로펌의 경우 유사상표 전담 관리팀을 운영하면서 많은 스타트업이나 개인 상대로 상표의 변경이나 포기를 유도한다.

 

스타트업이나 개인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거침없는 상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상표권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허청으로부터 인정받은 상표를 미리 확보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상표권이 없다면, 거대 기업들의 공격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상표권을 미리 보유하고 있다면, 분쟁 가능성이 작아질 뿐만 아니라,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거대 기업들이 등록된 상표부터 소멸하려는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상표 방어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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