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수산업계에서는 수산물 소비위축 우려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올여름 방류를 개시하겠다고 예고한 일본 정부는 27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기 위한 해저터널 등 설비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어민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앞다퉈 ‘어민 금융지원 방안’을 언급하지만 아직까지 피해액 예상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특별법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 73명은 피해 어민과 지역 지원, 해양환경 오염 복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원전오염수 해양방류에 따른 피해 어업인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원전 오염수로 인해 어업 및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폐업할 경우 폐업지원금을 지급하고, 수산물 가격 하락이나 생산액 감소 등의 피해 발생 시 해당 품목에 대해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여당에서도 어민 피해 지원 정책을 언급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고위당정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며 “긴급경영안전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자 유예, 원금상환 유예 등 추가 금융지원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여야가 모두 오염수 방류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어민에 ‘금융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15일 해양수산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특별법에 대해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복구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현재 특별법의 주요 내용인 수산물 소비위축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과 예산을 가지고 있다”며 정책 대응을 강조했다.
해양수산부가 언급한 수산물 소비위축 대응 정책수단은 △수산물 상생할인 지원사업 △정부 비축사업 △수산물 수매지원 등 크게 세 가지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모두 이전부터 매년 진행된 사업이며, 예산조차 지난해에 비해 소폭 증가한 데 그쳤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따른 자국 어민들의 피해에 대비해 800억 엔(7500억 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한 것과 대비된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위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세 개 사업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총 1000억 원 증가했다. 수산물 주요 판매처의 할인쿠폰 발행을 통해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할인행사 등을 개최하는 상생할인 지원사업의 예산은 전년 대비 30억 원 늘었고, 정부의 수산물 비축사업은 전년 대비 670억 원, 수산물의 저장·가공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수매 지원사업은 300억 원(융자제외) 증가했다.
정부가 “피해 발생 전 보상과 복구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예상 피해액 산정과 대책 마련 등에 손 놓고 있는 동안 어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미 전국어민회총연맹, 한국수산업경영인 전남연합회 등을 중심으로 어업인들의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어민들은 지난 23일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항에서 어선 200여 척으로 해상시위를 벌였고, 지난 24일 서울시청광장 앞에서도 어민이 참여한 시민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130만 톤이 넘는 원전사고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는 사례가 초유의 일인 만큼 예상 피해액을 산출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수협중앙회는 오염수 방류에 따라 어민 지원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산정하는 중이다. 예상 지원액을 산정하면 정부와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달 과정에서 예상 피해액을 산정 중이라고 잘못 알려진 것 같다”며 “피해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만큼, 지원이 필요한 금액을 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당시의 집합금지·제한 등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금 사례,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 시 살처분 지원 비용 및 월 생계안정 지원자금 사례 등을 참고해 어민 지원을 위해 필요한 예산액을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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