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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5년마다 리뉴얼 의무" 가맹점주 울리는 프랜차이즈 인테리어 비용

가맹본부서 특정 업체 지정, 공사비 부풀리기도…상생협약 마련했지만 불공정 계약 막기 어려워

2023.06.28(Wed) 10:47:11

[비즈한국] 퇴직하면 치킨집을 차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6위이며, 주요 7개국(G7)으로 좁히면 가장 많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79만 1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 2883만 5000명의 20.1%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은 높은 비용이 들더라도 비교적 안정적인 프랜차이즈를 택한다. 그러나 가맹점주에게 점포 인테리어를 강요하는 등 가맹본부의 도를 넘은 갑질이 꾸준히 되풀이되면서 가맹점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가맹본부 대표들이 2021년 11월 서울 마포구 비비큐 홍대로데오점에서 가맹점 인테리어공사 공정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맺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공사 비용 부풀려 놓고 지원, 무의미해”

 

H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얼마 전 매장 인테리어 공사와 간판 교체 작업을 가맹본부로부터 요구 받았다. A 씨는 공사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작업을 의뢰하고자 가맹본부에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어렵다’였다. 가맹본부와 협약을 맺어 브랜드 로고 허가권을 가진 업체에서만 공사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A 씨는 가맹본부가 선정한 업체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 비용 역시 석연치 않았다. 생각보다 비용이 높아 이상하게 생각한 A 씨가 도면을 바탕으로 타 업체에 견적을 받은 결과, 가맹본부가 선정한 업체의 공사비가 2배가량 높은 것을 확인했다. A 씨는 “가맹본부에서 공사를 요구하는 경우 가맹점주들은 비용의 80%만 부담한다. 그마저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아 금액의 40%를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가맹본부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격을 부풀려 놓고 20%를 지원해주는 건 무의미하다”고 성토했다.

 

A 씨는 가맹본부가 인테리어 작업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맹본부에서 애초에 특정 업체들과 로고 허가권에 대한 협약을 맺는 등 가맹점주가 직접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를 맡길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며 “허가권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해당 브랜드 매장 공사를 해보지 않은 업체들은 작업이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 기간 월세는 계속 나가는데 장사는 할 수 없으니 가맹본부에서 지정한 업체에 맡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최대주주 변화 등 가맹본부의 ​불안정한 ​상황도 가맹점주들을 힘들게 한다. A 씨는 매장을 운영하는 13년 동안 세 차례 주주가 바뀌었다며 그럴 때마다 경영진 측에서 새로운 인테리어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막강한 저가 커피숍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전면적으로 바꾸기보다는 부분 인테리어 정도로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며 “그것도 가맹점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매장을 깔끔하게 만든다는 방향으로 가야지, 다 바꾸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고, 재계약 빌미로 강요하고

 

인테리어 비용은 창업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시가 이달 발표한 ‘2022년 가맹사업 등록현황’에 따르면 가맹점 평균 창업비용은 평균 1억 1780만 원으로 인테리어 비용이 46.9%에 달한다. 조사 대상 점포 평균 면적인 약 100㎡(30평)으로 계산하면 평당 평균 220만 원으로 파악됐다. 

 

인테리어 비용은 창업 후에도 계속 나간다. 가맹본부가 평균 4~5년을 주기로 매장 리뉴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가맹본부는 쾌적한 매장 환경과 통일된 인테리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가맹점주들은 주기가 불필요하게 짧으며, 가맹본부가 교묘히 법을 피해 불공정 거래 내용을 담은 계약서로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프랜차이즈 도넛 매장을 10년 넘게 운영한 B 씨(58)는 “본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일성을 이유로 멀쩡한 매장을 허문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적지 않다”며 “공사하는 동안 매장 문을 열지 못하는 것도 점주로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카페 내부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김초영 기자

 

일부 가맹본부는 공사를 위탁 받아 가맹 희망자 혹은 가맹점주들이 실제 공사비를 알 수 없게 하거나, 중간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폭리를 취하고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다 적발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가맹점주들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점포환경개선이행 확약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점주가 요구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점포환경개선요청서를 받다가 처벌 받는 경우도 발생해 이를 방지할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제네시스BBQ는 가맹점주가 원치 않는 인테리어 개선을 추진하며 비용까지 떠넘겨 가맹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3억 원이 부과됐다. ​조사 결과 ​제네시스는 가맹점주에게 점포환경을 개선해야만 재계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가맹점주의 요청으로 인테리어를 개선한다는 내용의 점포환경개선 요청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를 쓰고 점포 이전, 확장 또는 리뉴얼을 100% 자기 부담으로 진행했다.

 

​이렇게 들어간 점포환경개선 비용은 계약 갱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회수하기도 어렵다. 지난 3월 아디다스 본사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며 ‘퓨처 파트너’로 선정된 19명을 제외한 80여 명의 대리점주에게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했다. 이에 대리점들은 “인테리어 매장 확장을 요구해놓고 점포환경개선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주지 않았다”며 본사를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아디다스 신제주점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본사가 요구하는 특정 위치와 매장 크기를 충족하기 위해 4억 원이 넘는 권리금을 들여 확장 이전했다. 3억 원대의 인테리어 비용 등 총 7억 원에 준하는 모든 비용을 대출 받아 진행했다”며 “본사가 제시한 2025년 5월까지 영업하는 것으로는 그동안의 손실과 대출금을 회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약만으로는 불공정 계약 막기 어려워

 

중소기업벤처부는 2021년 인테리어 공사 비용 실태를 조사하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네시스BBQ, 공차코리아, 요거프레소 등 외식업종 8개 가맹본부와 함께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 공정화를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에는 가맹희망자가 가맹본부를 거치지 않고 인테리어 업체에 직접 공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거래구조를 단순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맹본부는 가맹점 공사가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인테리어 업체를 관리, 감독하고 실비 수준의 비용만 받는다는 조항과 협약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중기부가 확인 및 점검한다는 것도 담겼다. 이 협약은 가맹본부가 자발적으로 상생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인테리어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본사가 지정한 업체들로부터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리베이트 같은 문제를 협약만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승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도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가맹본부의 점주들은 여전히 불공정 계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테리어뿐 아니라 집기까지 바꾸도록 해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점주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활성화돼 가맹본부를 감시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획일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인테리어를 실시하는 경우 여러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맹본부에서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의 매출액이 얼마 이상인 경우에는 인테리어를 다시 하게끔 하는 등 매출액과 연동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점주협의회 등 점주에게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목소리를 내거나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돼 가맹본부가 항상 감시를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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