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매일 손실이 나는 주식 투자를 그만두려다가 노후 준비로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는 말에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낮아질 은행 이자를 생각해서 꾸준히 직접 투자든, 간접 투자든 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A씨는 “지금 교육비를 매달 결제하기도 급급한데, 노후까지 생각해야 하니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6일 발간한 ‘통계플러스 여름호’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 소득 50% 이하에 속하는 인구 비율을 뜻하는데, 66세 이상 고령층 10명 중 4명은 중위 소득 50% 이하라는 의미다. 고령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중도 늘었다.
지난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본인 또는 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중은 65.0%로, 10년 전에 비해 13.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2021년 기준 노후 준비를 하지 않다고 응답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43.3%를 차지했는데, 준비하지 않은 사유로는 ‘준비할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이유가 59.1%로 가장 많았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도 노후 준비 방법 중 공적연금(59.6%)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달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0월 3.2%를 기록한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A씨의 소득 인상률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는 월급을 받아 주택담보대출을 갚아나갈 계획을 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로 플랜 B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인생을 살다 보면 돌출 변수가 생겨 계획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빚을 갚아 나가다가 은퇴자금을 마련하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가계 빚은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했다. 왜 그럴까.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이자 부담 때문에 여윳돈이 생겨도 빚부터 갚는 가계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빚을 갚는 것뿐 아니라 여유자금으로 노후 준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장인 B씨는 결혼 전 아내에게 ‘딩크(DINK·무자녀 맞벌이)족’을 제안했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자신들에게 쓰고 여유롭게 살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결혼 이후, 갑자기 자녀가 생기자 향후 발생할 양육비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육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고 해도 초등학교 이후부터는 사교육비와 양육비가 발생하게 된다. 그동안 B씨는 나이가 들어 명예퇴직이 가까워지게 된다면 대학교까지의 교육비와 결혼자금을 모으기 위해 쪼들리는 삶을 살게 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직장인은 국민연금이 향후 고갈돼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아 정년에 은퇴한 뒤 국민연금 수령금이 나온다고 해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가구주와 배우자가 월평균 적정생활비라고 생각한 금액은 314만 원이었다. 우선 은퇴 시기를 직접 정해보자. 그리고 국민연금 노후준비서비스 사이트를 이용해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살펴보자. 향후 내가 가진 자산 중에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지 따져볼 수 있다.
앞서 A씨가 주식 투자를 계속할지 고민한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었다. 투자하는 만큼 빠르게 큰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 이후를 생각한다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투자가 적당하다는 게 은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손실 위험도 커진다. 수익률에 급급한 공격적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회사에 적금 붓듯이 장기 투자하는 것을 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식을 직접 투자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TDF(타깃데이트펀드)는 주목해 볼 만한 퇴직연금 상품 중 하나다. 목표 은퇴 시점을 설정한 뒤,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줄어들고,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이 늘어나는 등 투자전략이 조정되는 펀드다. 이 밖에도 연금저축이나 다른 퇴직연금 상품을 통해 중도해지 없이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시절, 롤러스케이트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난생처음으로 선물 받은 롤러스케이트가 닳을까 아까워 박스 안에 모셔두기만 했다. 어렵게 용기를 내 신어본 롤러스케이트가 발이 자라 맞지 않게 됐다. 결국 때를 놓치면 구석에만 처박힌 롤러스케이트처럼 되고 만다. 은퇴가 걱정된다면 차근히 준비할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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