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주말 캠핑장 예약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예약 사이트가 오픈되기 무섭게 예약이 마감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취소 건을 찾는 캠퍼들의 글이 쏟아진다. 여름 캠핑 시즌을 맞아 캠핑장이 연일 사람들로 붐비는 반면 캠핑업계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캠핑용품점은 폐업이 이어지고, 호황기를 누렸던 캠핑레저 기업의 매출도 하락세다.
#캠핑 인기 여전한데 캠핑숍은 줄폐업
일부 마니아층만 즐기던 캠핑이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민 취미생활’로 떠올랐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고 실내 활동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캠핑으로 몰리며 캠핑산업은 최근 몇 년간 호황을 누렸다. 업계에서는 국내 캠핑 인구가 7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캠핑을 할 때 텐트, 의자, 테이블, 식기류 등 필요한 장비가 상당한 만큼 최근 몇 년간 캠핑 장비도 불티나게 팔렸다. 2021년 상반기 캠핑용품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5.1% 늘었고,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의 캠핑용품 매출도 급증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캠핑 장비 및 용품 시장 규모는 2019년 3조 689억 원에서 지난해 6조 3000억 원 수준으로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캠핑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여름 캠핑 시즌이 시작된 최근 전국의 주요 캠핑장은 매달 예약 전쟁을 치르고 있다. 3년 차 캠퍼인 박 아무개 씨(36)는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많아져 캠핑 인기가 한풀 꺾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며 “한두 달 전에 캠핑장을 예약하지 않으면 주말 예약은 거의 불가능”이라고 전했다.
캠핑의 인기가 여전한 것과 별개로 캠핑레저 기업의 실적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캠핑 레저 기업 코베아는 지난해 매출이 약 342억 7000만 원으로 전년(457억 6000만 원)보다 25%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39억 원으로 전년(73억 원)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캠핑용품 브랜드 ‘콜맨’을 국내 유통하는 레알아이엔티 역시 지난해 매출이 126억 1900만 원으로 2021년(135억 5800만 원)보다 감소했다. 18억 6000만 원이던 영업이익도 17억 7000만 원으로 줄었다.
캠핑용품점의 매출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각종 브랜드의 캠핑용품을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의 캠핑용품점은 캠핑 수요가 커지면서 최근 몇 년간 가맹점 수를 급격히 늘렸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고릴라캠핑, 캠핑고래, 아토즈캠핑, 캠핑트렁크 등 주요 캠핑용품점의 가맹점 수는 2019년 65개였던 것이 2021년 168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최근 캠핑용품점 폐업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 44개 매장을 운영하던 A 캠핑용품점은 이달에만 경기 안양, 세종, 부산 등 3개 매장의 폐점을 결정했다. 점포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B 캠핑용품점도 최근 급격히 매장 수가 줄어들고 있다. B 캠핑용품점은 2021년 전국 가맹점을 70개까지 운영했지만 지난해 매장 수는 64개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만 10개 매장이 폐업하거나 폐업 준비 중이다.
#신규 캠퍼 유입 끊기고, 기존 캠퍼 지갑도 닫혀…재고 쌓인 업체들 한숨만
캠핑의 높은 인기에도 캠핑 시장의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은 신규 캠퍼의 유입이 끊겼기 때문이다. 캠핑업계 관계자는 “캠핑은 처음 시작할 때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캠핑 장비 및 용품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캠핑 인기가 높아질 때 캠퍼들이 새롭게 유입되면서 캠핑용품 판매 매출도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엔 신규 유입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캠핑을 즐기던 사람들만 캠핑을 하다 보니 더 이상 장비나 용품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캠핑이 인기임에도 장비나 용품은 판매되지 않으니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캠핑업계 관계자들은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해외여행 등의 수요가 늘면서 캠퍼들의 지갑이 닫혔다고 말한다. 한 캠핑숍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 갈 때는 캠핑용품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화로대나 랜턴 등 기존에 갖고 있던 제품이라고 해도 신제품이 나오고 유행이 바뀌면 바로 새 상품을 구입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캠핑용품에 추가 비용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소모품은 계속 판매되는데 텐트나 의자 등 가격대가 있는 제품은 판매가 안 된다”고 말했다.
캠핑족의 지갑이 닫히며 매출이 줄어든 캠핑용품 브랜드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판매에 돌입했지만, 쌓인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 브랜드가 작년까지만 해도 70만 원 넘는 가격에 판매했던 텐트를 얼마 전 30만 원대로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이 제품을 많이 제작했는데, 올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재고가 너무 많이 쌓였기 때문”이라며 “납품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를 하는데도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중고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캠핑족 김 아무개 씨는 “1~2년 전만 해도 웃돈을 주고 리셀로 구매해야 했던 텐트의 중고 매물이 쌓였다”며 “예전에는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되면 바로 팔리던 인기 제품들도 판매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고 말했다.
캠핑용품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폐업을 앞둔 한 캠핑숍 대표는 “폐업 정리로 물건을 싸게 판매하는데도 생각보다 빠르게 빠지지 않는다. 이달 중 폐업하려는 계획이었는데 물건 처분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다음 달까지 폐업 시기를 늦춰야 할 것 같다”며 “몇 년간 우후죽순 늘던 매장도 올해 대부분 정리되고, 소수만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상폐 기로에 놓인 이화그룹 3사, 소액주주는 거래 재개 '총력'
·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농심가 형제들의 가족회사 면면
·
와인 시장은 일시 조정? 대세 하락? 신세계·한화·롯데의 와이너리 인수 속내는
·
사고는 다른 점주가 쳤는데 피해는 전 가맹점에…프랜차이즈 피해보상 사실상 '전무'
·
두 마리 토끼 노린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롯데와 다른 길 가려면…